서울, 117년 만에 ‘가장 뜨거운 밤’…폭염의 시대
[서울=2025.08.01.] 2025년 8월 1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117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밤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선 기후 변화의 뚜렷한 증거이자, 도시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위협적인 현실을 상징한다. 2025년 7월 마지막 날부터 8월 1일 새벽까지,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기상관측소는 최저기온 29.3도를 기록하며 2018년 7월 23일의 종전 기록인 29.2도를 7년 만에 경신했다. 이 기록은 한 세기가 넘는 기상 관측 역사에서 가장 높은 밤 최저기온으로, 서울 시민들이 겪은 밤의 더위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기록적인 폭염은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발생하여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초열대야는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상태로, 일상적인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보다 훨씬 강력한 더위를 의미한다. 또한, 영등포구, 금천구, 광진구 등 서울의 주요 도심 지역에서도 29도 후반의 기록적인 최저기온이 관측되었다. 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체가 '불타는 밤'을 보냈음을 시사한다. 2025년 7월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 날은 총 23일로, 1994년의 21일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1994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의 해'로 기억되고 있지만, 2025년 7월의 기록은 그 해의 더위를 넘어서는 강도와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극심한 더위는 여러 기상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첫째, 강력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반하여 한반도 상공에 '이중 고기압'을 형성했다. 이 두 거대한 고기압이 마치 거대한 열돔(heat dome)처럼 한반도 상공을 덮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지표면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둘째, 남동풍의 유입도 폭염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실어 나르는 남동풍은 한반도에 습도를 높여 체감 온도를 더욱 상승시켰다. 셋째, 도시화로 인한 '도시 열섬 효과'는 서울의 폭염을 가중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 표면은 태양열을 흡수하여 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와 에어컨 등 인공적인 열원도 도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지난 7월 28일 오후 2시 50분께 서울 영등포역 중앙버스정류장에서 관측된 기온은 무려 42.6도에 달했다. 이는 기상관측소의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체감 폭염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폭염은 도시를 넘어 동해안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뜨거운 공기는 해수 온도를 상승시켜 바다를 찾는 피서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원도 해수욕장에는 벌써 300만 명 이상의 피서객이 방문했으며, 이는 역대급 더위가 만들어낸 역설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동해안 해양경찰과 구조대원들은 극성수기를 맞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안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해 야간 물놀이, 해양 레저 활동 등 예측 불가능한 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이 8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다음 주 초반 비 예보가 있으나, 이는 폭염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낮 최고기온은 여전히 33~36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찜통 더위'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기록적인 더위는 고령층, 만성질환자, 주거 취약계층 등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은 냉방 시설이 부족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폭염에 더 취약하며, 온열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서울시는 이러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전숙소'와 '밤더위 대피소' 등 공공시설과 민간 협력 공간을 활용한 쉼터 운영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모든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자치구별 편차가 크고, 쉼터의 접근성이 낮아 실질적인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무더위 쉼터가 외곽 지역에 위치하거나,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밤더위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이는 행정기관의 노력이 현실의 필요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록적인 폭염은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 차원의 대응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폭염 특보 발령 시 취약계층 가구에 직접 찾아가 냉방 용품을 지원하거나, 안전 상태를 확인하는 '안부 살핌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무더위 쉼터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하고, 24시간 운영하는 '밤더위 대피소'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열섬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옥상 녹화 사업, 벽면 녹화, 도시 숲 조성 등 '그린 인프라'를 확충하여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공기를 정화해야 한다. 또한, 투수성 포장재를 사용하여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다. 2025년 8월의 기록적인 폭염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가장 뜨거운 밤'을 넘어 '가장 뜨거운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 개인의 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