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의 비결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우물가 여인과 버들잎 사건
우물가 여인과 버들잎 사건
오랫동안 말을 달리던 한 청년이 목이 마르던 차에 마침 우물가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우물물을 긷던 한 처녀가 있어 그 처녀에게 물을 청했다. 이 처녀는 시원 하게 보이는 물 한 바가지를 떠 준다.
한참 목이 마르던 이 청년은 고맙다는 말도 채 못하고 급히 물을 마시려 하다가 물위에 떠있는 버들잎을 발견하고 영문을 몰라하며 그 처녀를 쳐다본다. 말대답도 변변히 못 하 고 또 당시의 습속대로 외간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처녀는 "급히 마시다가 체하기라도 하면 안 되겠기에"라며 수줍게 말했고, 청년은 그 처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헤아려 버들잎이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천천히 불어가며 마시었다는 이야기이다.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필자는 초등학교 까지 왕복 십여 킬로미터를 걸어서 다녔다. 산 넘고 내를 건너 기차길 따라, 지금 생각 하면 참으로 힘든 통학 길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에 땀을 쫄쫄 흘리며 집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물동이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주 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천히 마셔 라! 체할라" 손자를 염려하시는 할머님의 마음이 바로 '고객은 가족이다'를 증명한다.
비록 누구인지는 몰라도 지나가는 나그네 에게 물 한 바가지를 떠주며 버들잎을 띄워 주던 우물가 처녀의 마음엔 모두를 가족 처럼 여기는 훈훈한 정이 넘친다. 우물가 여인은 세계 어느 나라의 책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어느 책에도 물그릇에 나뭇잎을 띄워 주었다는 내용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사건을 '세계 최초의 우물가 버들잎 사건'이라고 명명한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방예의지국의 위대한 사건이고, 친절서비스의 완성 교본이자 매뉴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한 후에 기장이 직접 손님들에게 안내방송을 한다. 지금 어느 상공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나고 있으며, 기상상태는 이러한데 얼마 후면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자세하게 알려 준다. 승무원의 안내보다는 신뢰감이 더 높다.
서울의 5호선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 방향 으로 가다가 왕십리역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기관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가는 기관사 아무갭니다.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역시 믿음직스럽게 들린다. 이런 서비스는 인파에 밀리며 짜증나는 출근길에 상큼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 졸고 있던 사람들도 어디쯤인지 확인 하고 안심하게 된다.
고객만족의 비결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매출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우물가의 여인처럼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 고객은 감동하게 되고 매출은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눈앞에 있는 이익만을 바라 보다가 평생고객이 될 만한 사람을 놓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고객의 만족이 나의 만족이 되어 돌아오고, 고객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고객만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한다. 바로 고객 자신의 문제이다. 아무리 고객이라 해도 대우받을 짓을 해야 대우를 받는 법이다. 이제는 고객도 변해야만 한다. 세상사에 일방적인 것은 없는 법이다. 친절도 만족도 쌍방의 책임이다.
고객도 사람이고 종업원도 사람이다. 종업원은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로봇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생각과 감정과 인격이 있고 피곤한 것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가끔 무례한 손님이 종업원을 인격이하로 취급하며 나무라는 것을 본다. 정말 가관이다. 질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종업원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큰 소리로 반말을 하며 종 부리듯이 대하면 돌아오는 것은 미움과 분노로 버무려진 억지 서비스뿐이다. 속으로 무시당하고 있는데도 겉치레만 원한다면 고객의 수준도 아직 멀었다. 종업원을 무시해야 자기 가치가 올라간다는 생각은 유아적인 사고 이다. 종업원을 진심으로 존중해주면 고객은 그 이상으로 존경받는 법이다.
이제는 고객들도 바뀌어야 한다. 종업원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품위 있게 대우받는 고객이 될 수 있다. 종업원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야 진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객과 종업원의 관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 아주 근사한 속담이 있다. 바로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 이다.
(김경호박사/한국이미지경영학회 이사장)
한국이미지메이킹학회
초대(명예)회장 박철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