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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 하늘

심종록(1959~ )


가을 강

꼽추 춤사위의

풀려나가는 옷고름 같은 가을 강


나는 그냥 끝장 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속살 탐하려다 발부리 채여 꼬꾸라져서는 희열인지 오열인지 모를 것들을 토해냈던 것인데


본 척도 않고

윤슬 반짝이며 흘러가는 가을 강


강력하고도 요망스러운

소문 사이로


푸른빛 하늘 

 

심종록.jpg
심종록 시인이다.(사진=이완근 기자)

경남 거제 출신. 1991년 <현대시학>에 첫 작품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는게 내리는 이른 새벽> <쾌락의 분신 자살자들> <신몽유도원도>, 이야기책으로 <벗어? 버섯!> 등이 있다. 빈터시 동인이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35번째 시는 심종록 시인의 “푸른빛 하늘”입니다.


“가을 강”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요? 가을 강을 다녀온 적이 있다면 거개는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랄지 친구, 가족들과 아름다운 가을 강의 자태를 구경할 때이거나 실의에 빠져 그저 멍하니 가을 강의 흐름을 관조할 때.


이도 저도 아니라면 “푸른빛 하늘”의 이끌림에 의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게 그거네요.


강은 보기에 따라 무서움의 대상인 동시에 평온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강물이 불어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넘쳐흐를 때는 무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우리 마음에 위안과 평안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처럼 “희열”과 “오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 강물이기도 합니다. “풀려나가는 옷고름 같은 가을 강”을 보고 “끝장 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속살 탐하”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발부리에 채여 꼬꾸라지”는 심정과 아픔도 헤아려 봅니다.


세상이 다 이치처럼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재미(?) 없을까요. “강력하고 요망스러운/ 소문”에도 가을 하늘은 푸르게 빛나고,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가을 강”은 “윤슬 반짝이며 흘러“갑니다.


세상 이치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강, 그나저나 애인 데불고 가을 강의 운치를 맘껏 누리고 싶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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