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 싱크홀 참사, 구조적 취약성과 반복된 경고음
25일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 모습.(사진=SNS 캡쳐)
"강동 싱크홀 사고,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나"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로 본 도시 안전의 구조적 취약성
2025년 3월 24일 저녁 6시 29분,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한복판에서 지름 20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갑자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3)가 매몰돼 1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또 다른 차량 운전자도 부상을 입었다. 비가 오지 않는 봄날, 장마철도 아닌 상황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고 발생 지점은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구간으로, '나틈(NATM) 공법'이 사용돼 터널이 뚫리고 있던 곳이다. 이 공법은 경제성은 높지만 연약지반에는 부적합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 일대는 복잡한 지질 구조와 약한 지반으로 지하수 수위 차도 컸으며, 공사 중 수차례 물이 새는 이상 징후가 감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싱크홀의 직접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 싱크홀 사고의 약 47%는 하수관 손상이 원인이고, 특히 서울은 전체 하수관의 56%가 30년 이상 된 노후 구조물이다. 강동구 사고의 경우, 지하수 유출, 토질 약화, 상수도 파손, 그리고 반복적인 지하 굴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주유소에서는 이미 1월부터 바닥 균열 등 이상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고 당일 오전에도 ‘빗물받이 파손’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음은 제때 반영되지 못했고, 사고는 결국 현실이 되었다.
싱크홀은 세계 각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2013년 지름 30m의 싱크홀이 집 전체를 집어삼키는 일이 있었고, 중국 칭하이성 시닝에서는 2020년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해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벌어졌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지하안전법’을 시행하며 5년 주기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정보는 사후 보고 위주이고, 예측 및 조기경보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싱크홀 사고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세 가지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 노후 하수관 및 상수관에 대한 전수조사 및 교체가 필요하다. 둘째, 대형 지하공사 현장에 대한 실시간 지반 안정성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징후 민원에 대한 빠른 대응과 공사 중단 조치가 자동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도시 인프라를 더 확장하기 전에, 지금 이 도시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 서울 강동 싱크홀 참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무시해온 수많은 경고음이 쌓여 일으킨 구조적 재난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으로는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