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易)에 말을 붙인 문왕의 행적에서 배우는 지혜
동양의 고전 특히 주역을 배우고자 관심을 가져 보면 생겨나는 고뇌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그거 점치는 책인 걸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주역이 우리 게 아닌 중국의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우선 논외로 넘기고서 후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쉽게 말해 두 번째 고민은 우리 게 아닌 남의 학문과 사상으로 삶의 화두를 삼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다. 그러나 결론은 분명하다. 순수하게 내 것은 세상에 없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불교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치 체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를 취하고자 하면 그것을 스스로 누리며 살아갈 만한 보편적인 가치가 될수 있어야 한다. 그게 만약 보편적인 가치를 지녔다면 생겨난 나라에 대한 시비는 문제 될 게 없다. 오직 그것을 누리는 자가 주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역에는 우리가 마음을 붙이고 살아갈 만한 세상살이의 근본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증거를 주역에 말을 붙인 주나라의 개창자 문왕의 행적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알려져 있듯이 주역에 말을 붙힌 분은 주나라의 시조 문왕이다. 그의 조상은 후직이었다. 후직은 요임금과 순임금 때에 농사일을 관장하던 벼슬을 지낸 인물이었다.
후직의 후손은 고공단보에 이르러 기산이라는 산 밑을 연고지로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의 큰아들은 태백이고, 둘째 아들은 우중이며, 막내가 계력이었다. 계력이 창(昌;뒷날의 문왕)이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덕망이 있었다. 그래서 태백과 우중은 아버지인 고공단보가 장차 계력을 후계자로 삼고자 함을 알고 형나라 땅으로 몸을 피했다. 그 결과 후직의 대통은 계력의 아들 희창에게 이어져 갔다.
뒷날의 문왕인 계력의 아들 창은 당시 은(殷)나라의 임금이었던 제을(帝乙)의 누이와 결혼을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제을(帝乙)은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이었던 주왕(紂王)의 아버지다. 주왕의 아버지 제을은 누이를 희창[문왕]에게 시집보내고 그를 서백(西伯)의 제후로 봉하였다. 서백 창은 덕망이 높아 나라 안의 사람들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었으므로 나라 안의 백성과 제후들로부터 신망을 한 몸에 받는 처지가 되었다.
당시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님이었던 주(紂)는 하나라의 걸왕(桀王) 못지않은 폭군이었다. 그는 미녀 달기를 사랑하여 백성들에게 무겁게 세금을 매기고 그렇게 해서 거둬들인 재화와 보물을 녹대(鹿臺)라 불리는 누각에 가득 채웠으며 곡식도 산처럼 쌓아두고 연회를 즐겼다. 거기에 정원을 크게 확장하고 많은 술로 연못을 만들었으며 고기를 숲처럼 걸어 놓고 남녀를 발가벗겨 뛰어다니게 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큰 잔치를 되풀이하였다. (이는 술로 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호사스럽고 방탕한 삶의 대명사 주지육림(酒池肉林)의 고사성어의 배경이다. )
이에 백성들은 원한을 품었으며 제후들은 배반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주왕은 포락(炮烙)의 형벌이라 불리는 끔찍한 공포정치로 나라를 다스렸다. 여기서 말하는 포락의 형벌이란 구리로 기둥을 만들어 그 위에 기름을 바르고 활활 타는 숯불 위에다 올려놓고서 사람이 미끄러지면 그 불에 타 죽게 하는 형벌이었다. 또 포락의 형벌뿐이 아니었다.
기록에 의하면 주는 창[문왕]의 세력을 의심하여 창의 친구인 악후와 구후의 살코기 젓을 서백의 희창에게 전했다. 희창은 그 패륜 행위에 할 말을 잊고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이를 지켜본 숭후호는 주왕에게 그 사실을 고자질하여 주왕은 희창을 잡아들여 유리(羑里)옥이라는 돌 감옥에 감금시켰다.
문왕은 그곳에 갇혀 있으면서 주역의 64괘에 말을 붙였다. 자기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지혜로운 삶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였다.
그때는 주역의 괘상을 만들어 낸 복희씨로부터는 약 2천여 년 뒤의 일이고 은(殷)나라의 말기였다.
그러므로 주역의 괘사와 효사에는 이와 같은 당시의 시대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내용이 많다. 즉 풍천소축(風天小畜)괘의 괘사, 지화명이(地火明夷) 괘의 전체 효사 등이다. 또 제을이 누이동생을 희창에게 시집보내는 고사와 관련된 괘들로는 지천태(地天泰) 괘의 육오(六五) 효사, 뇌택귀매(雷澤歸妹) 괘의 괘효사 등을 생각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언급은 않겠다. 다만 여기서 알아야 할 게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자신의 소명 그것을 고민해보는 일이다.
압축된 내용의 송(頌)
세상살이의 역경, 삶의 지혜로 꽃 피워야
이국(異國)의 사상, 중국의 역(易)
관심을 가졌을 때 회의로 다가와도
진리는 땅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 이치 진리로 누리는 자
스스로 주인이 되는 법.
후직의 후손, 고공단보의 땅
형제들의 양보 속에 계력으로 이어진 혈통
덕망 높았던 희창 문왕으로 인해 꽃 피우니
서백으로 봉해진 그의 역경
주왕(紂王)의 폭정을 인함이니
포락의 형벌과 주지육림이 불러온 환란
백성은 원한으로 들끓고
제후들도 모두 등을 돌렸으되.
옥에 갇힌 문왕의 아름다운 정신
64괘에 붙여진 말로써 빛을 보았으니
고난을 이겨낸 희망의 결실일 터
그 이치 오늘의 우리가 새겨볼 때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의미
스스로 답을 찾아 괘사를 엮은 문왕처럼
시대를 넘어선 지혜로 꽃피우되
풍천소축과 지화명이 및 뇌택귀매, 지천태
그 속에 숨은 절절한 이야기들
자기 안에 품고서 삶의 소명 고민할 줄 알아야
세상을 뜻있게 사는 허물없는 날 되리니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주역의 지혜
일상의 마음에 붙여 살지 않을 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