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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미국 대선이 벌어졌을 때, 베트남인들은 미국 대선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졌다. 베트남 현지 친구들조차도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대부분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선 될 것을 바라고 있었다. 베트남인들 가정집을 들어가 보면 집집마다 베트남어로 번역된 트럼프 자서전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 책은 베트남에서도 인기다. 베트남의 청년들은 이 자서전을 보며 트럼프를 인생과 성공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베트남인들이 트럼프를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특히 트럼프로 인해 베트남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수혜를 입은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는 지난 1기의 4년 동안 철저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해 왔다. 그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중국의 팽창이었다. 이러한 중국의 팽창에 대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나라는 홍콩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토 야욕 및 경제적 영향을 경계하던 일본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고 있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이 거대해진 중국 자본으로부터 경제적 식민화를 탈피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베트남 서민들은 중국이 거대 자본을 내세워 베트남의 각 산업을 잠식해 오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박닌 지역과 남부 빈 즈엉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산업 시설들이 장악했었던 지역인데 이제는 중국의 산업 시설들과 막대한 자본이 한국을 밀어내고 있다. 최근 박닌을 방문했던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한국 간판으로 가득했던 거리가 어느 새 중국어 간판이 넘쳐 나고 한국 상권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닌은 베트남 삼성전자의 텃밭으로 대 동남아시아 무역의 기반이었다. 박닌의 기반을 구축하고 난 이후부터 삼성은 동남아시아 각지를 공략했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의 삼성 죽이기, 이재용 회장을 구속 시킨것에서부터 삼성에 대한 각종 제재가 들어가니 삼성의 영향력이 대폭 위축되었고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한국이 러시아에 의해 비우호 국가가 되면서 기본 자원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기업이든 나라든, 리더가 없으면 위축되고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IMF 이후 대우의 멸망이 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모르는 자들은 이재용이 없다고 삼성이 망할 정도면 그런 기업은 없어져야 맞다고 한다. 리더가 없어도 삼성은 잘 굴러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해당 기간 동안 없었던 삼성은 결국 중국에게 박닌을 내주게 생겼다. 이것이 리더가 없는 대기업의 결과이고 무책임하게 떠든 기자와 국민들의 근시안적인 판단의 결과이다. 어쨌든 중국 자본의 광풍이 베트남을 뒤덮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트럼프 재선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고, 중국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와 클린턴, 바이든 행정부는 말 뿐이고 결국 중국을 견제하지 못했다. 필자가 베트남의 트럼프 지지자들을 보았을 때 두 부류로 나뉜다. 그가 그저 재미있고 유명한 사람이라 좋아하는 이들이 첫번째 부류고, 중국과 베트남 공산 정권에 강경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이라 지지하는 부류가 두번째 부류이다.
그런데 미 대선 당시 바이든이나 헤리스, 트럼프 모두 베트남에 대한 전략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베트남이 당장 급한 현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다른 나라들의 갈등과 충돌에 즉시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이것이 베트남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유독 중국에 대해 강경했던 트럼프의 전적으로 볼 때, 중국에 대한 제재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는 전체적으로 베트남의 국방 안보와 경제적으로 이중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베트남인들이 트럼프에 대한 호감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제2차 미·북정상회담'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간 회담인데 비록 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베트남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평화를 위한 중재를 했다는 긍정적인 네이밍 효과는 베트남에 대한 세계인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는 당연히 금전으로는 환산이 안되는 수준이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이목이 몰린 회담을 열 수 있는 보안이 강력한 나라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과거의 나라'였던데다 못 사는 후진국으로만 생각했었다. 2019년 미국인들은 자국 대통령이 베트남 땅에 건너가 잘 정비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광경을 TV로 지켜보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유치한 것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을 주목하는 미국, 유럽의 자본을 상대로 베트남은 글로벌하며 열려 있는 국가이기에 안심하고 들어와 투자하라는 일종의 선전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트럼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높여 준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부분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베트남인들의 자부심을 안겨 준 것이라 볼 수 있기에 트럼프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대선 선거 캠프에 베트남계 미국인인 훙 카오(Hung Cao)라는 인물이 트럼프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고 트럼프 또한 그를 "My Best Friend"라 언급했을 정도다.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상황을 베트남 현지 국민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이 SNS와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에 트럼프 편에서 훙 카오(Hung Cao)라는 대변인이 트럼프의 측근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실은 오히려 베트남인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BRICS에 포함된 국가에 대한 관세를 높이겠다고 최근에 밝혔다.
이는 BRICS의 핵심인 5개국을 대상으로 발언한 것이지 일개 회원국을 상대로 발언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참고로 베트남은 아직 BRICS 회원국은 아니지만 관심을 보이고는 있다. 최근 베트남 각 부동산에는 중국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높이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기 전에 중국에서 탈출하려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큰 규모의 산업단지에 공장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였다. 따라서 베트남의 부동산들은 중국 측에서 쏟아지고 있는 문의로 인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충원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산업 단지를 운영하는 태국 아마타 그룹에 따르면 올해 문을 연 90개 공장 중 60여 개는 중국에서 이전해 온 기업들이라고 한다. 베트남 언론 뚜오이쩨에서도 중국에게 매긴 관세에 대한 희생으로 인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기업들이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옮기면서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의 수혜국’으로 불리고 있다.
베트남에 박닌이나 빈 즈엉에 중국계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8월 베트남의 무역 지위를 ‘비시장 경제’(NME)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9월에 트럼프 재단이 베트남 북부 흥옌 성에 2조 원 규모의 초호화 골프 리조트를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어느 정도의 호의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불어 작년에 미국과 베트남은 양국의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트럼프가 쉽게 베트남에 대해 관세 폭탄을 퍼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치 및 외교, 경제 등의 현실은 이러하지만 베트남인들의 트럼프에 대한 호감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