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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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그래픽이다.(그래픽=저널인뉴스)

 

정자는 역(易)에서 말하는 하늘의 작용을 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무색(無色) 무취(無臭)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다. 즉 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처럼 본래 실체가 없는 하늘 기운의 힘, 곧 그것이 우리 마음의 신비로운 작용으로 나타났던 사례에 관해 일화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문헌에 남아 있는 기록 가운데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목은 이색 선생님의 막내아들, 양경공 이종선입니다.


양경공의 무덤은 한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좋지 못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것은 연산군이 나라의 권좌를 차지하면서 자기 어머니와 관련된 사건과 관련이었다. 양경공의 손자였던 이파가 연산군에게 직언을 문제 삼아 가문이 참화를 당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양경공의 무덤도 파헤쳐지면서 비극을 맞아야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중종이 반정으로 임금에 오르면서 연산군이 왕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양경공의 무덤은 여전히 복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였지요. 몰락한 집안의 형편으로 인해 거기까지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양경공의 방계 가족 가운데 이유청은 이런 경험을 합니다. 제법 벼슬이 높았던 그의 꿈에 양경공이 나타나서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내 무덤이 허물어진 지 오래되어 바람과 비를 막을 수가 없구나.


이제 너만이 내 무덤을 고칠 수 있으니, 제발 잊지 말고 기억해다오.”


이유청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어요. 너무 놀라고 무서웠던 거죠.

그래서 그는 양경공의 직계 후손 이질을 불러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말을 들은 이질은 이유청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연산군 때 우리 할아버지가 큰 벌을 받으면서 양경공의 무덤까지 허물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손들이 힘이 약해서 아직도 고치지 못했지요.”


이유청은 그 한마디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날을 정해 양경공의 무덤을 새로 쌓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 드렸답니다. 결코 믿어지지 않는 역사 속 일화에요. 송화잡설과 죽창야화에 실린 내용입니다.


한편 이같이 믿지 못한 기이한 일화는 그 밖에도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실체를 겪어보지 못한 기적적인 실화에 대해서 한가지를 더 소개하기로 합니다. 촉지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미축입니다. 그는 자가 자충으로 동해군 구현 사람이었습니다.


위오촉 삼국 시대의 유비를 섬겨 벼슬길에 나섰으며 뒷날 안한 장군에 임명되었지요. 그에 관한 이야기 중에는 수신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져 오기도 합니다.


그가 한번은 낙양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집을 수십 리 앞두고 길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다가오더니 수레에 태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그 부탁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들어 줍니다.


몇 리를 함께 오다가 여자가 예를 갖추어 사례한 뒤 떠나려고 하면서 그에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는 실은 천제의 사자로서 동해군에 있는 미축의 집을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고 지금 태우러 가는 길입니다. 당신이 수레를 태워주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례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는 여자에게 집을 불태우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대답은 냉정했습니다.


“이 일은 천제의 명령이기 때문에 불태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신 당신은 급히 말을 달려가십시오. 저는 천천히 걸어서 가겠습니다. 불은 정오에 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재빨리 가재도구를 옮겨 놓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정오가 되자 불이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일화는 어떨까요?


조선 시대의 선조 신묘년(1591년) 때의 일입니다. 정승 윤승훈이 강릉 부사가 되었습니다. 그때 관내에는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흰개미와 검정 개미의 싸움입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그들 개미는 바다로부터 몰려와 그곳 강릉 고을에서 서로 엉켜 싸우다가 죽어가는 무리가 높은 언덕을 이루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때 바야흐로 이웃 왜의 침략을 염려하였으므로 그곳의 부사에 윤공을 대신한 무신을 임용해 보낸 것입니다. 과연 임진왜란은 그 다음 해에 일어납니다. 대신 임진왜란을 맞아 전국의 모든 고을이 다 도륙을 당했지만 강릉 일대만은 병화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으니, 또한 알 수 없는 일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허황스러운 이야기 같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허황된 느낌은 비단 이런 류의 옛사람 기록만으로 그치지가 않습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을 좌표로 구성한 주역의 체계에 이르면 그게 정말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절로 생겨나게 됩니다.


송(頌)


생사를 넘나들며 꿈이 전한 소식


바람과 비 막는 기적을 부르면서

허물어진 무덤에 새 생명을 주었다네.

권력에 밀려나 쇠락한 가세에도


기묘한 뜻 하나가 꿈으로 이어져서

정성 어린 손길로 무덤을 쌓게 하며


적선(積善)에 뜻을 둔 옛사람의 행동이


천제의 뜻 전하는 길 위의 사자에게


수레를 이용한 자비심에 힘입어서


불타는 집의 재앙 벗어날 수 있게 하니


정오의 불길에도 천상 흐름 뒤바꾼


선한 마음 의존한 묘한 삶의 기적일 터


그뿐인가 바닷가 개미의 묘한 싸움,


백사장에 몰려와 언덕을 이루면서


왜군의 그림자가 세상을 휩쓸 때도


그 참혹한 병화를 강릉 땅은 비켜 가니


이같이 믿지 못할 옛 기록 속 일화들


하늘의 움직임이 음양(陰陽)의 부호로


주역에 새겨지는 기묘한 그림 같아


그 같은 마음으로 세상사를 돌아보면


현실 속 우리의 알 수 없는 묘한 생애


바람과 비, 불길과 개미로도 감지됨에

천지의 이치 속 기미에 밝아야만


일상의 우리 삶이 아름답게 빛나면서


옛사람을 본받는 후회 없는 생이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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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공 무덤을 다시 손본 이야기 및 검정과 흰개미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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