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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시집 <미래의 하양> 출간한 안현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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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미 시인

 

-본인 소개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깊은 일』 『미래의 하양 』이 있습니다. 신동엽문학상과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고, 허수경, 이성복, 기형도의 시를 흠모했고, 보르헤스, 에곤 실레, 에릭 사티를 좋아합니다.


-시집 <미래의 하양>을 소개하면?

30년 동안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며 시를 써왔습니다. 그런 생활 패턴 속에서 직장도 시도 생활도 매번 한계에 부딪쳐 쳇바퀴를 도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다섯 번째 시집인 <미래의 하양>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쓴 시를 모아 묶은 첫 시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0년 동안 매달려 달리던 쳇바퀴에서 내려와 다른 희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꿈과 미래와 하양의 출사표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지난해 2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머니와 일찍 헤어져 살아야 했고 헤어져 산 시간의 길이 만큼 어색한 모녀 사이여서 효도 같은 걸 못해봤습니다. 시집 3부 마지막에 <엄헬레나>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이제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던’ 시절도 막을 내리고 세상살이에 지치고 마음 아플 때 찾아갈 부모님 모두 잃은 진짜 고아가 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유골함은 춘천 부활성당에 모셨지만 제 시집 속에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를 묘비명처럼 새겨넣고 싶었습니다.


-시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시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돈이 되지 않는 시인의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하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모자란 시인들을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그 추운 길을 함께 가는 도반에겐 살뜰해질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시인들도 제게 다정다감한 게 아닐까 합니다. 신경림 선생님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처럼요.


-시에 대한 생각

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괄호 안에 무수히 많은 꿈들을 적다가 갑니다. 그것이 틀린 답이어도 맞는 답이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번뿐이니까. 저는 그게 마음에 듭니다. 거듭 살아야 하거나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시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한 번 뿐인 삶을 살면서 겪은 슬픔과 아픔, 가난과 고난의 시간을 ‘미래의 하양’으로 꿈꿀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시였습니다. 그러니 시는 나를 입히고 먹이고 세상으로 나가 삶이라는 것을 살게 해준 고마운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을 나로 살아가게 도와줄 (불경스럽게도) 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아니었을 테니까요.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생활체육인이라면 이번 시집의 첫 시와 마지막 시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3부의 시들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며 노동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1부의 시를 추천드립니다. 그렇지만 다들 시집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실 테니 일단 시집은 온라인책방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미래의 하양’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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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가정식 눈보라


죽은 아버지가 또 죽는 악몽이 매일매일 새벽 배송되는 꿈에선 어떻게 깨야 하나요 나였던 나까지 부서진 마음은 어디서 자가 격리 하나요 드라이크리닝한 죽음을 들고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드라이하게 말하는 어머닌 자주 좀 나타나세요 할 수만 있다면 그 불행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운 불행 가정식 눈보라 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과 Carl Sagan은 제겐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눈보라 눈보라 태양의 코로나 반대편을 향해 100억 광년을 날아가면 다시 한 번 그 불행을 살아볼 수 있나요 그리운 불행 고독한 별 가정식 눈보라 모든 창백한 어머니와 푸른 아버지의


* 암흑으로 뒤덮인 광활한 우주 속 고독한 별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탁구장에 자주 가려고 합니다. 명랑은 모든 것을 가볍게 하고 귀여움은 모든 사람을 웃게 할 수 있으니깐. 시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내가 시를 버리는 일을 없을 테니 묵묵히 써나갈 계획입니다. 노벨상을 타겠다든가 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 충만한 을사년이 되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옛 선비들 사이에는 이른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찾아 산속으로 떠나는 탐매(探梅)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옛 선비들을 상상하는 일은 한 편의 시가 되었습니다.(제 시집 26쪽을 참고하세요^^) 뷰티라이프를 읽는 분들도 아름다움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겠지요? 아름다움으로 비상과 일상을 잘 견디셔서 찬란한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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