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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에 대한 이야기, 사랑을 찾아나선 시

시집 <가라 인생> 출간한 강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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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수 시인

 

-본인 소개

안녕하세요, 뷰티라이프 독자 여러분. 저는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입니다. 2008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2010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약간의 상상을 가미해 원고지와 오선지에 옮기는 방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두 권의 시집과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산문집과 싱글도 꾸준히 세상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시집 <가라 인생>이 있습니다.


-시집 <가라 인생>을 소개하면?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습니다. 일정한 방향을 향하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내게 이로운지 아니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꼭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흘러가는 과정 속에는 가난과 도태, 심지어는 죽음의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라 인생>을 채우는 많은 시편들은 그 안에서 나부끼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두렵고 불안한 존재는 가짜가 되어서라도 어떻게든 험난한 현실을 살아내려고 애쓰곤 하는데 언제나 지푸라기를 잡듯 부여잡게 되는 유일한 진짜는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배신도 당하고, 정성스런 믿음이 아무 소용없어지고 마는 경험도 하지만,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내지 못한 한 인간이 사랑이라는 머나먼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2020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에 창작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현실의 문제 앞에서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때로는 나보다 더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무너지려는 자아를 힘겹게 붙들곤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와중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구고 그로부터 온 마음을 보호받는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무너져버리는 일도 삶 속에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사랑은 끝내 사랑이 완전히 붕괴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시를 쓰게 만들었고, 결국 한 권의 시집을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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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와 시인, 차이점과 공통점

싱어송라이터가 쓰는 노랫말과 시인이 쓰는 시는 많이 닮았습니다. 결국은 어떠한 감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글쓰기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창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 달라집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랫말을 창작하는 일에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언어 속에 다 담기지 않는 어떤 감정들을 음악적 요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랫말은 결국 활자가 아니라 소리로 접하게 되곤 합니다. 눈으로 읽는 언어에 비해 귀로 듣는 언어는 비교적 빠르게 휘발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언어적 표현을 담아내기에는 노랫말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는 반대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온전히 언어로만 모든 감각과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언어적인 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까칠, 불안, 따분, 부끄러움, 질투 등의 감정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재미난 설정의 영화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그런 감정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하고, 시집에 담긴 여러 시편들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살피고 상상하며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시를 읽는 것은 지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생산적인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감정 근육을 쭉쭉 펴주는 건강한 행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나이롱 신자


내가 섬기는 신은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너의 어떤 시절이었다가

너에 대한 연민이었다가

그로 인한 오만이었다가

너를 잃었다는 슬픔이었다가

아니 그 슬픔에 대한 도취였다가

술이었다가

다시 꿈에 나타난 너였다가

너의 몸이었다가

너의 맘이었다가

너의 알 수 없음이었다가

그게 꿈이었음을 깨닫고 허공에 내뱉은 욕이었다가

왈칵 터져버린 울음이었다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별로 슬프지 않았음이었다가

사실은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울었다는 것이었다가

단지 누가 들었다 난 자리가 허전했음이었다가

단지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는 심심했음이었다가

그래서 샀던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가

밤 새워 본 엔딩이었다가

그 다음엔

아무것도 없음이었다가

없다가

없다가

이제는 더 이상 신이 없다가


‘나이롱 신자’라는 위의 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되고 그 마음 자체가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게 된 상황에 대한 시입니다. 그 마음은 처음에는 환희였으나 슬픔이 되고 그리움과 원망이 되었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한 것으로 변모해 갑니다. 이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우리가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마트에서 반찬을 시식하듯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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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

이미 다음 창작물들을 멋지게 내어놓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안에 또 다른 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살짝만 힌트를 드리자면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책입니다. 언어를 활용해 무언가를 창작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 한 책을 쓰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시들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세 번째 시집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씀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여러 결과물들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독자들께 한 마디

어릴 적 저희 집 가훈은 뻔하디뻔한 말, ‘정직, 성실’이었습니다. 지루한 단어이지만 결국은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문학과 음악을 창작해 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외면을 받고 허탈해지는 날도 있지만 어쩌다 누군가의 하루를 제법 그럴싸하게 장식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복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뷰티라이프를 통해 추구하시는 아름다운 삶 속에 저의 음악과 시가 머물 수 있는 자리도 작게나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법 그럴싸하게 여러분들의 삶을 꾸며드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인스타그램baeksoo_kang을 통해서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뷰티라이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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