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후반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전 유럽이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이나 동북아시아 측에는 이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최근 러시아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10만 명의 군병력을 주둔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베르댠스크(Бердянск)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세우는 것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해안 중 중요한 두 항구가 존재하는데 베르댠스크와 마리우폴을 연결하는 수역인 아조프 해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군사적 요충지다. 그렇기에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케르치 해협을 가로지르는 케르치 대교를 건설한 것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가장 큰 위협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해안 지역을 보면 오데사와 미콜라이프가 항구로써 대단한 중요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크림반도를 상실한 상태에서 해안 반경이 매우 좁은 지역이다. 두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루마니아 영해 수역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 반경이 매우 부자유스럽다는 단점이 존재하기에 베르댠스크(Бердянск)와 마리우폴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해안 지역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르치 대교가 세워면서 아조프 해안가 역시 통제되어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케르치를 운 좋게 벗어난다 해도 얼마 가지 않아 터키와 조지아의 공동 해안 수역에 도달하게 되니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흑해 해안에서 경제적, 군사적인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지리학적, 지정학적인 부분이 국가 간의 분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이유가 이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이해도가 겹쳐 있는 부분이 많이 때문이다. 전 우크라이나의 국방 장관인 알렉세이 레즈니코프(Алексей Резников)는 리보프 출신이자 어머니가 폴란드인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 시절 우크라이나 소련군 806 항공 연대 64 공수에서 복무한 인물로 후일 우크라이나가 소련 해체 후 독립했을 때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공수부대를 창설하는데 가장 공로가 큰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본래 친(親) 서방주의자로 포르센코의 집권 시기 때부터 이미 반러 활동을 해왔고 돈바스 전쟁 때 돈바스 친러 의용대와 여러 차례 전투를 벌여 전적을 쌓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Володимир Зеленський)의 국방 측을 담당하는 핵심 측근이기도 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해군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앚조프 해 지역의 베르댠스크(Бердянск)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가장 먼저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에 러시아 군의 위협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 해군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아조프 해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레즈니코프 못지 않고 국방력 강화에 힘써온 키릴 부다노프(Кирилл Буданов)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에 상당수의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고 무기 체계를 증강하며 언제든지 공세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사실 크림 반도의 러시아 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로스토프 온 돈과 인근 크라스노다르와 쿠반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쿠반 지역의 본군이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크림 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군보다 이 로스토프 온 돈과 크라스노다르에 버티며 크림 반도를 지원하는 러시아 군이다.
러시아의 정예군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지역 또한 로스토프 온 돈과 쿠반, 돈 강 일대의 러시아 군 주둔 지역이고 이들은 크림반도도 지원하면서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친러 의용군들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곳이기에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대단히 위협적이고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11월 23~24일에 로스토프 온 돈의 러시아군과 크림 지역의 러시아 군이 흑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주요 훈련 내용은 흑해에서 가상으로 설정된 적의 군함에 함께 공격을 가하는 훈련으로 크라스노다르에 주둔 중인 남부군관구 비행단 소속인 수호이(Su)-27SM3, Su-30M2 등의 전투기들이 흑해 상공에서 적함을 공격하며 흩어지는 비행 훈련이었다고 전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적의 해상 목표물을 공격할 때 함대와의 공조 능력을 실험했고 흑해 함대 소속 초계정인 바실리 비코프와 소형 대잠함 카시모프, 예이스크가 참여했다.
수호이 전투기들은 또 적 공군의 해상 기지 공격을 격퇴하는 훈련도 했다. 이와 같은 훈련은 친(親) 서방 노선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나토가 지난 12일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진행한 것에 대한 대응 훈련이었으며 이러한 해상 훈련 자체가 돈바스 지역의 친러 인민공화국 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다며 크레믈린 측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지역에 끊임없이 러시아 군이 집결되고 있으며 그 숫자사 17만~18만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들이 당장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돈바스 의용대 지원하는 측면으로 갈지 알 수 없지만 올 연말에서 내년 초를 볼 때 나의 관심사는 이 흑해 위기에서 터키의 행동이라 볼 수 있겠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터키도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었다. 최근에도 터키 화폐인 리라의 환율이 추락하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과 서방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터키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좋고, 중국과도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는 터키 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 특히 이란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과 관계를 강화시켜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위기에서 터키가 러시아의 편을 들어 지중해에서 흑해로 진입하는 보스포로스 해협을 봉쇄한다면 미국과 나토군의 흑해 진입은 어려울 것이고 이 봉쇄 기간 안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터키가 미국과 나토에 협력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서방에서는 터키에 대헤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고 터키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던 EU 가입을 허용한다는 등이다. 터키는 오랜 기간 동안 EU의 문을 두드려 왔지만 현재까지 EU 가입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과 서방이 터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가장 큰 당근이 그런 부분이지만 이 또한 EU 협정을 위배하면서까지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계속되어 고조되는 흑해 위기 속에서 터키는 어떤 노선을 선택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