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이 주역을 이해하고자 할 때 중요하게 여기던 하나의 그림이 있습니다. 주역 계사전에 등장하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그림입니다.

위 그림의 배경은 하늘에서 해와 달이 돌면서 생겨나는 천체의 변화[왼쪽]와 그로 인한 땅의 복사열[오른쪽]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도와 낙서를 두고 천문(天文)과 지리(地理)의 압축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 글자 뜻도 그렇습니다. 하도(河圖)는 하늘에서 절기에 맞춰 움직이는 해와 달 중심의 별자리 배치도를 뜻하는 말이고요.. 낙서(洛書)는 그로 인한 지구상의 복사열을 수로써 표시한 것입니다. 그러던 게 어느 순간 그 이야기가 전설로 신비화되면서 많은 말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즉 하도는 복희씨 때 황하(黃河)에서 용마(龍馬)가 등에 55개의 점이 찍힌 모습으로 나타난 그림이었다고 하고, 낙서는 하우씨 때 낙수(洛水)에서 나타난 거북이 등 그림으로, 45개의 점이 있었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55와 45의 수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십진법에 의존한 천체의 변화를 상징하는 그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역의 계사전에서 언급하면서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로 줄여서 말하는 데 계속 이어지는 본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이 신령스러운 물건을 내었는데, 성인이 이를 본받아 법을 삼았다”
후대 학자들은 이 구절이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말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모든 학자가 이를 믿은 것은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구양순이라는 학자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허구라고 생각했고, 주역의 계사전 내용도 공자의 설이 아니라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보았어요.
그럼 지금의 우리는 어떤 시각이라야 옳을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돌아보는 일이에요. 거북을 통한 세상 변화의 의미, 즉 용마(龍馬)를 내세워 천체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옛사람의 지혜 바로 그것을 살펴보는 일이겠지요.
그러자면 주목해야 하는 게 과거 문헌에 등장하는 거북의 역할입니다.
옛날 기록에는 거북과 관련된 신비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위나라 때 황제가 통치하던 시기, 강물에서 하도 모양과 비슷한 보석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어요. 또 어떤 기록에는 우물을 파다가 발견된 거북 등에 8괘 무늬가 있었다고도 해요.
심지어 금나라 때는 천둥과 비가 내린 후, 얼음으로 된 거북 모양의 덩어리가 수십 리에 걸쳐 나타났다는 기록도 있어요. 이 얼음 거북들의 머리와 발에는 주역의 8괘 무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옛사람들은 거북을 하늘의 신비로운 징조로 생각했어요.
자연이 보여주는 신비로운 현상들 그것이 우리들로 하여금 세상을 이해하는 삶의 길잡이 노릇을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사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뜻입니다.
한편 거북은 오랫동안 점을 치는 도구로 사용되었어요. 세상에 대해 알 수 없는 변화를 예측할 때 거북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한나라 때는 천자가 큰 거북을 사용해 나라의 중요한 일을 점쳤다고 해요. 이 거북의 이름은 채(蔡)였는데, 거북이 주로 발견되던 지역이 채나라였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어요.
공자와 그의 제자들도 점치는 거북을 언급했어요. 공자의 제자 칠조빙은 거북을 사용해 점을 친 예를 이야기하며, 공자의 시대에도 거북이 중요한 도구였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옛날 노나라의 한 대부가 남의 거북을 훔쳐 점을 치곤 했는데, 점괘가 나쁘면 버리고, 좋으면 따랐다는 기록도 있어요. 이처럼 거북은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신비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상징물의 하나였습니다.
그럼 문헌상으로 전해오는 이런 이야기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묻게 되는 삶의 근본에 관한 문제일 거에요. 단순한 동물로서의 거북이 아니라, 하늘의 신비로운 이치를 담은 상징으로 그것을 대했다는 사실이겠지요. 실제로 물속의 거북은 묘하게도 세상의 현상을 복점(卜占)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매우 뛰어난 매개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같은 옛사람의 뜻에 주목하여 거북을 떠올리면 되는 것이지요. 곧 눈앞의 이해관계가 아닌 내가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하늘의 뜻에 관한 관심 바로 거기에 우리 마음의 눈이 맞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압축된 내용의 송(頌)
하늘과 땅의 거북 이야기
하도(河圖)로 새겨진 별들의 노래,강물 위로 출현했던 용마(龍馬)의 무늬로
55개 점을 통해 옛사람은 봤다 하고
낙수(洛水)에 출현했던 거북 등의 문양
45개 무늬로서 복사열을 노래하니.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로서 전승해온 그 이치
하늘과 땅을 읽는 지혜의 산물일 터
그럼에 거북은 성스러운 영물이요
하늘의 신비로움 강물에도 드러나길
비 내린 뒤 낙서 그림 얼음의 형상 빌려
수십 리를 뒤덮는 조화를 보이면서
천자는 채라는 이름의 거북을 활용해
나라의 다가올 운명을 묻게 되고,
공자의 제자는 그에 관한 여러
기록 문헌으로 남겼다네
이 같은 옛사람의 거북 관련 여러 일화
우주와 우리 삶의 근본 향한 관심임에
이제는 우리도 그 자취를 본받아
보고 듣는 일상의 눈앞의 이익 너머
하늘과 땅의 묘한 조화 그 변화하는 이치를
거북이 아니라도 묻는 일상 살아보자
그것이 우리 삶의 올바른 마음의 눈.하늘의 뜻을 읽고, 땅의 소리 듣는 일로 우리가 추구하는 지혜로운 삶이 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