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재판관 8명 중 4명이 인용, 4명이 기각 의견을 내면서, 탄핵 소추에 필요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기각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2인 체제에서의 의결 적법성 여부였다. 방통위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위원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하나, 현재는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등 2명만이 재직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심의·의결한 것이 탄핵 소추의 발단이 되었다.
헌재의 판단은 방통위법 13조 2항에 명시된 '재적 위원'의 해석을 두고 갈렸다. 기각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재적 위원을 '현재 재직 중인 위원'으로 해석하여, 2명이 100% 참석해 이루어진 의결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인용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방통위가 기본적으로 5인으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최소 3명 이상이 의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번 결정으로 이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했으나, 2인 체제에서의 의사 결정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은 이 위원장이 선임한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켰다.
또한 MBC에 대한 방통위의 법정 제재 결정도 취소했다. 법원은 "2인 체제로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현재 KBS, MBC, EBS를 포함한 146개 채널의 재허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들 방송사의 재허가 기간이 지난해 12월 31일에 만료되어 법적으로는 현재 무허가 상태로 방송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과징금 부과,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지분 규제 완화 시행령 개정 등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이지만 헌재 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복합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이 민주당에 '탄핵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에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헌재 결정이 4대4로 갈린 것에 대해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헌법 위반의 중대성 여부에 따라 만장일치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이번 사례를 계기로 헌재가 탄핵 심판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다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이는 행정 공백과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헌재가 탄핵 심판에서 헌법·법률 위반 여부와 그 중대성을 신속하게 판단하여, 불필요한 직무 정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공소기각을 준용해 적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