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배우 왕싱이 태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태국 경찰에 발견되어 귀국했다. 발견 당시 그는 출국 때와 달리 삭발을 한 채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미얀마의 미야와디 지역으로 끌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싱의 구출 다음 날에는 중국 모델 양쩌치가 실종되었다고 전해왔다. 양쩌치의 가족들은 SNS를 통해 그도 지난 달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서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들은 양쩌치와 왕싱의 실종 사건 경위가 비슷하다고 보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미얀마에서의 중국인 실종자 174명의 가족도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호소 중에 있다. 그와 더불어 이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중국에 알려지자 중국인들이 태국 여행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중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미야와디에서 일자리를 미끼로 납치하는 범죄 피해가 늘었다고 한다. 이에 지난 해 말 미야와디 지역의 여행 경보는 3단계인 출국 권고에서 4단계인 여행 금지로 올랐다.

미야와디 지역은 미얀마 몬 주에 속해 있는 지역으로 필자도 6년 전인 2019년즈음에 다녀온 바 있는 곳이다. 당시에 몬 주에는 몬 족이 거주하고 있었고 수도인 모울메인에서 일주일 동안 몬 족을 연구하기 위해 머물렀었다. 당시 모울메인은 몬 족의 자치기구인 몬 족 해방전선이 미얀마로부터 독립하려 한다는 말이 많았었다. 그리고 나서 미얀마 군사쿠데타와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고 그러면서 미얀마 반군들도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는데 미얀마 군부가 반군을 제압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도처에서 밀리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미얀마의 민 아웅 훌라잉 군부 정권은 친중스텐스를 취하고 있는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반군들에게도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며 혼란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민 아웅 군부 정권이 중국에게 무언가 밉보여 천천히 "양털깎이"를 당하고 있는 중인듯 싶은데 이러한 미얀마의 혼란상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호기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의 거대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안에 '중국-미얀마 경제 회랑 계획(CMEC)'이 걸려있다. 중국-미얀마 경제 회랑 계획은 2018년 양국 간에 체결된 협약이다. 중국의 운남성에서 시작해 미얀마 북부의 최대 도시 만달레이와 경제 중심 도시인 양곤을 거쳐 벵골만의 차유푸 특별경제지구(SEZ)에 이르는 1,700km 구간의 송유관 및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 계획을 말한다. 중국은 인도양 진출을 위해서 미얀마에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사람 인(人)자 벨트"로 그 반대편에는 파키스탄에도 미얀마 못지 않게 일대일로의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로 대 동남아시아와의 물류를 독점하고 맞수인 인도를 고립시키겠다는 지정학적인 전략이 깔려 있다. 같은 BRICS 회원국가인 인도를 고립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인도와 협력하려는 양면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를 장악하고 인도 양쪽에 걸쳐 있는 미얀마와 파키스탄에 손을 대면서 인도양과 뱅골만의 패권도 함께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다분하다. 그러기 위해 중국은 미얀마의 민 아웅 군정을 적당히 "양털깎이"하고 반군이 장악한 지역들의 지원과 더불어 낙후한 반군 점령 지역의 인프라마저 개선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미얀마의 반군의 입장에서는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지원 사업으로 볼 때, 가장 빨리 성장시키고 보다 넓게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범죄 사업"이다. 중국이 타 지역에 대해 가장 빨리 확장시키고 정착시키는 사업이 있다. 대표적으로 "카지노"와 "클럽" 등의 유흥 사업이다. 여기에 상당수의 중국인, 혹은 중국계 사업자들이 들어가는데 당연히 이들의 질은 좋지 않다. 대개 삼합회와 같은 조폭 출신이거나, 아니면 부당하게 양아치 못지 않은 갈취 능력을 뽐내는 사업가들, 그리고 사기꾼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이런 자들에게 해외 투자 알선을 시켜주고 이들이 동의하면 해외로 내보내 사업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의 방식이 널리 통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캄보디아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을 가보면 국경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수의 카지노와 클럽들이 진을 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일대일로의 중심인 시아누크빌은 중국의 카지노와 클럽 등의 유흥 사업장들이 점령해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미얀마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카지노와 같은 유흥 사업장들이 들어오기 이전에 미얀마 반군들의 주요 사업은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밭에서 나온 다량의 필로폰들과 해로인이었다. 이를 유통하고 팔던 군벌의 총책은 쿤사였고, 쿤사 이후, 미얀마 언론에서 ‘악마’, 혹은 ‘마약왕’ 등으로 묘사되던 이들은 갑자기 미얀마 언론에 의해 존경스러운 소수민족의 지도자로 둔갑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중국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 군벌 판도는 남부 지방에 쿤사, 북부 지방에 포유창, 린밍샨, 장지밍, 펑자성 등으로 다원화 되어 북부 지역은 중국의 지원을 받았고 남부 지역의 쿤사는 독자적인 노선을 타기에 이르렀다.
쿤사와 나머지 군벌 간의 차이점은 쿤사의 경우, 독립을 선포하고 미얀마 정부군과 전쟁을 계속한 반면 나머지 소수민족들의 지도자들은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독자적인 군대와 안정적인 마약 생산을 보장받았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지원을 받았냐, 그렇지 않았냐라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에서 골든 트라이앵글산 마약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루어지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반군들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든 사업은 카지노와 클럽, 호텔 등의 유흥사업이었다.
이 반군들은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각종 범죄자들과 손을 잡았고 이들의 사업은 유흥업소를 넘어 각종 온라인 범죄에도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온갖 온라인 사기 범죄에 쏠쏠히 재미를 보기 시작했고, 장기 밀매 사업까지 손을 댔다. 그리고 온라인 취업 공고로 사람들을 납치해 범죄에 이용하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 국적을 가진 자들, 혹은 중국계인데 미얀마의 군사력과 공권력이 이들 범죄자들과,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반군과의 싸움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를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매우 미온적이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신들이 해결한다는 것에 대해 국제법상 내정간섭에 몰릴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최종 보스이자 배후가 중국 정부가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의심을 피하려면 중국은 이제라도 제대로 입장 표명을 하며 범죄 조직을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아마 그러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물론 언론에는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一網打盡)할 것이고 실제로 공안들이나 특수공안들을 투입해 본보기로 몇은 족치겠지만 근본적으로 뿌리는 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범죄사건이다. 이는 중국인만 국한된게 아니라 누구든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사기 범죄는 한국인이 가장 만만한 상대일 수 있다.
물론 중국인 범죄자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도 그렇듯이 미야와디 일대에 한국인 범죄자들이 이미 마수의 뿌리를 박고 함정을 설치하여 같은 한국인들을 유혹할 수 있다. 우리의 공권력도 이러한 미야와디 중국인 실종 사건들을 주목해야 한다. 태국에 한국 관광객들이 넘치도록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 중요하다. 사실 나 같이 베트남에서 여행업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이런 일들이 남일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