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자치의회선거가 열렸다. 자치 의회 의석은 고작 31석으로 투표소도 딱 한 곳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그린란드의 자치의회선거 결과에 초강대국인 미국이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전 세계 매장량의 13% 원유가 매장되어 있고 30%의 천연가스, 리튬, 우라늄, 희토류 등 막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한 그린란드는 미국이 노리고 있는 북극 지역 최대 자원의 보고다. 더불어 러시아가 북극권 최강자로 부상하고 있고,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상은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군사ㆍ안보적 중요성이 보다 더 부각되다보니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반드시 취해야할 요충지로 떠오른 것이다. 그린란드 북서쪽에는 미국 본토 방위의 핵심인 군 기지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툴레 공군 기지"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극대화 되면서 미국의 자국에 대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해 레이더 조기 경보 시스템도 그린란드에 구축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린란드의 다른 공항과 항구도 미군의 북대서양 항공ㆍ해상 순찰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고 있고, 러시아 핵잠수함을 겨냥한 수중 잠수함 탐지 시스템도 그린란드 해안에 배치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요충지 중에 요충지로 부각된 것이다.

문제는 2015년부터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위상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점에 있다. 러시아는 크림 합병을 통해 러시아의 위상을 높였고 그 위상을 중심으로 다시 북극에 손을 대고 있다. 게다가 그린란드의 원주민들인 이누이트들이 덴마크 정부에 불만을 갖고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3국 간 공동 방위 협정에도 미묘한 입장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 중국은 그린란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자원개발 기업들은 2015년 20억달러 규모의 철광석 광산개발과 2016년 희토류 광물 개발을 위한 광물ㆍ에너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그린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의 배경을 타고 중국의 거대 자본 유입이 이어지며 덴마크, 미국의 위상을 최소화시켜 미국과 EU, 북유럽 평의회 등의 안보, 경제, 외교적인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들은 그린란드 내 정치 지형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자치의회선거는 미국의 입장에서 친미성향의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그런데 상당수의 그린란드 주민들이 반미 성향을 갖고 있다.
2014년 미 공군이 툴레 기지 유지 보수 계약을 미국 방산업체인 ‘벡트러스’의 덴마크 자회사인 엑셀리스 서비스(Xcellis Service)와 맺게 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존 방위 협정에 따르면 군 기지 유지 보수 업무는 덴마크나 그린란드에 기반을 둔 회사에만 맡길 수 있는데, 엑셀리스의 경우 페이퍼 컴퍼니일 뿐, 기지 유지 및 보수 계약 대상에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린란드 주민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의 툴레 기지 유지 보수 계약 업체의 변경은 그린란드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였고 이로 인해 그린란드 현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있다. 반면 중국의 투자는 그린란드 현지인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따라서 2016년 중국 업체는 그린란드에 있는 옛 미군 기지 부지를 매수하려 했는데 중국의 투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덴마크 정부가 개입해 불발됐다. 그러나 2018년에는 중국이 그린란드의 공항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추진하려 했지만 이조차도 불발시켰다. 미국과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경제를 위해 어떠한 투자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원만 탈취하려 했지만 중국은 그린란드의 경제력을 끌어올려 주면서 인프라 개선에도 투자하면서 그 댓가로 자원을 가져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린란드 주민들이 보기에는 미국이나 덴마크보다 중국이 더 환영할 존재인 것이다.
더구나 2019년 1월 조사에서 그린란드 성인 주민의 67.7%는 독립을 희망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 그린란드 매입하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이에 반발한 그린란드 정부는 즉각 성명을 통해 비즈니스에는 열려 있지만,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주민들의 반미감정은 극에 달했다. 그린란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친 트럼프는 그린란드 매입은 미국의 최우선 사안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다.
더불어 덴마크도 이 조치에 반발했기 때문에 덴마크는 혹시라도 모를 그린란드의 독립 의사가 정부에 대한 독립 시위로 발전할 것을 우려하여 1950년대 있었던 식민지 동화 정책을 내세워 그린란드 어린이들을 데려왔던 과거에 대해 2020년 12월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배상까지도 했다. 더불어 1960~1970년대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가임(可姙) 여성의 절반에 해당하는 4,500명에 대해 부모의 승락이나 통보도 없이 최저 12살 소녀에 이르기까지 자궁 내 장치(IUDs)를 삽입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이누이트족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이것이 그린란드의 인구가 6만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이다.
2022년부터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가 공동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10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이를 계기로 그린란드에서는 덴마크의 식민 시대 족쇄에서 벗어나 독립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덴마크는 매년 그린란드 전체 세금 수입의 절반이 넘는 5억 6,00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그린란드의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그런데 덴마크는 2009년부로 그린란드 자치에 관한 법률(Lov om Grønlands Selvstyre)을 재정했고 이전의 위임 자치령(Home Rule) 지위가 완전 자치(Self-Government)로 조정되면서 완전 독립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로도 종종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분리독립에 대해 주민들이 원하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이런 부분들을 발판으로 그린란드 국민 투표가 이루어질 있고 이걸 막을 방법은 국제법상 전무하다. 그리고 2024년 12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다시 그린란드 합병에 대한 발언을 했다. 다만 2019년과 다른 점은 미국이 무력을 감수해서라도 합병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주민 투표로 통해 국제법상 "합법적인 합병(Legitimate merger)"이다. 이와 같은 예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의 선례를 들 수가 있다.
두 번째, 그린란드를 합법적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우선 덴마크는 2009년도 그린란드 자치에 관련 법령을 개헌했기에 그린란드가 스스로 독립한다면 합법적으로 이를 반대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이를 막으려면 그린란드 내 선관위에 잠입해 선거를 방해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고 트럼프가 하는 것처럼 그린란드산 모든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긴다면 이는 선거 방해와 같은 불법과 더불어 그린란드는 독립을 선언해 남의 나라가 된 것이기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관세를 매기는 것은 덴마크 입장에서는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한 합법이 될 수 있다.
즉,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덴마크가 선거를 방해하거나 무력을 동원할 경우, 트럼프가 이를 보호할 명분을 내세워 덴마크에 관세로 보복하고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보호령으로 삼다가 서서히 합병단계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무력 사용은 그린란드에 대한 불법적인 침공이 아니라 바로 이 점을 말하는 것이다. 트럼프 또한 합법과 불법의 사이를 왕래하면서 이와 같은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국제법에 기인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은 이처럼 엄청난 두뇌의 체스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는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굴복시키는 것이 안 된다면 더 나아가 50억 달러(2025년 1월 기준 한화 약 7조 2,927억 원)라는 헐값에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표명했다. 그린란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요구에 대해 거부중이지만, 대화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린란드 또한 덴마크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2025년 4월 6일 전후로 이루어지는 그린란드 총선이 앞으로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독립이냐, 아니면 미국에 합병이냐를 두고 국민투표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도 그렇고 민족 분포도 이누이트인이 88%, 덴마크인이 약 12%다. 만약 독립투표가 이루어진다면 압도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독립투표가 아닌 미국과의 합병 여부의 투표가 진행된다면 그린란드 주민들 상당수가 미국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에 같은 나토 회원국들과 중국, 러시아의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가 반발했고, 노르웨이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나토 회원국 간 단합을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은 국제법으로 합법 및 불법 사이의 경계선을 벗어나 당장에 미국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미국에게 있어 엄청난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 경제적인 이익은 가져갈지 몰라도 그 대신 세계 최강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추락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합법의 선에서 합병한다 할지라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도덕성, 도의적인 부분에서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돈바스와 크림 합병을 불법이라 주장하며 러시아를 비난한 미국은 매우 위선적인 국가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즉,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로 찍히게 되면 미국과 장기적으로 거래할 나라들 또한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그린란드 매입이 오히려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