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0(월)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gifts a .jpg
이미지 그래픽이다.(그래픽=저널인뉴스)

 

동국세시기에 보면 봄철의 쑥과 관련된 몇 가지 풍속이 전해져 온다.

5월 단오에 나라에서는 왕이 애호(艾虎) 즉 쑥으로 만든 호랑이를 규장각의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 혹 쑥으로 된 호랑이 대신 비단을 잘라 만든 작은 호랑이 모습에 쑥잎을 머리에 붙여 대신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세시잡기에도 보인다.

 

한편 중국의 형초세시기에는 이런 내용의 기록이 찾을 수 있다.

단오에 쑥으로 만든 사람 모양을 만들어 사람이 드나드는 문 위에 걸어두고 삿된 귀신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이 쑥으로 된 인형을 중국에서는 애인(艾人)이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쑥을 봄철의 구황(救荒)식물로 활용했다.

 

쑥개떡이나 쑥범벅, 쑥경단 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 가운데 쑥떡에 대해서는 중국쪽 문헌에서 애병(艾餠) 애고(艾餻) 등의 명칭으로 부르면서 송사와 요사에 기록으로 전하기도 한다.

 

쑥을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매개체로 받아들이는 풍속은 우리가 아닌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민가의 풍속으로 단오에 뜯은 쑥을 출입문 위에 매달아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때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단오와 관련된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일 년의 절기로 보아 단오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무렵에 해당한다. 그리고 하루 중의 시간으로 보면 오시(午時)에 해당하는 때다. 이처럼 일 년 중의 양기가 가장 왕성한 단오 때의 오시에 뜯은 쑥을 집안의 사기를 물리치는 매개체로 쑥이 이용되었다는 것은 쑥이 지닌 여러 가지 신령스러운 효험이 하늘의 양() 기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쑥은 한약에서 갖가지 질병의 탁월한 치료재로 인식되어 지혈, 溫經, 해열, 진통, 거담, 등의 약재로 폭넓게 활용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민간요법의 입장에서는 월경불순, 대하, 토혈, 감기, 복통, 소화불량, 만성간염, 기관지염 및 천식 등에 관련된 약재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그 쑥이 지니고 있는 활용도의 폭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쑥이 우리의 건국 신화에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신령스러운 매개물로 소개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에 있고 쑥은 하늘의 양 기운을 받아 세상의 삿된 기운을 몰아내고 만물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식물이 된다고 보면 이는 그대로 역()이 추구하는 건곤합일(乾坤合一)의 덕을 상징하는 매개물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쑥은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위장약으로 활용되면서, 여름철에는 말린 쑥을 태워 모기 등의 해충을 쫓는 매개체로 이용하거나 전염병이 돌 때는 쑥이 섞인 풀을 태워 그 연기로 방역한 사례들도 기록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쑥은 우리의 토양과 기후에 알맞아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번식력도 매우 왕성하다. 또 먹어도 뒤탈이 생기지 않으면서 맛도 좋아 식용으로 아주 적합한 봄철 채소였다

 

이처럼 굶주림에 허덕이지 않으면 안 되던 때에 벽사의 주술 기능을 겸하면서 사람들의 구황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면 쑥에 대한 우리 민족의 관심을 하늘의 양 기운과 구체적으로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은 조금도 무리일 수가 없다.

 

또 주서 월령에 보면 부싯돌로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부싯깃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을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는 구설초를 햇볕에 말려 부수어 만든 화융(火絨)을 부싯깃으로 활용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그대로 엿볼 수 있게 한다

 

즉 부싯깃을 사용하는데 봄에는 목의 기운인 푸른색의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썼다. 여름에는 화의 기운이 왕성하므로 화의 적색에 해당하는 대추나무와 은행나무를 부싯깃으로 사용했다. 반면 뽕나무와 산뽕나무는 황색이다

 

늦여름은 토이고 토는 황색이므로 늦여름에는 부싯깃으로 뽕나무와 산뽕나무를 사용했다. 떡갈나무와 졸참나무는 색깔이 희므로 가을의 부싯깃이었다.

 

이처럼 오행의 색깔을 사시와 다섯 가지 자연의 색에 견주어 부싯깃으로까지 활용하던 점을 감안해 볼 때 우리의 조상들이 봄철의 부싯깃으로 말린 쑥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뿌리 내려온 음양(陰陽) 관념의 측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기록이다.

 

압축한 내용의 송()

 

쑥의 노래

양기로 가득 찬 단오의 날,
쑥은 벽사(辟邪)의 상징적인 수호자

출입문에 매달아 삿된 기운 몰아내고,
생명 품은 땅의 숨결 갈망하던 매개라네.

굶주린 봄날, 찾곤 하던 쑥떡과 쑥범벅

주린 배를 채우던 자연의 은혜이며,
약재로 활용하던 민간의 치료제로

몸의 고통 덜어주는 신령스러운 기운임에

우리의 건국 신화 소재에도 등장했지
그럼에 그 역할 곧 하늘의 축복이요

불을 일으키는 생명의 부싯깃
오행의 색상과 사시 기운 반영함은
조상의 지혜 어린 전통마저 알게 하네

단순한 풀이 아닌 이 같은 쑥의 역할

삶을 구하던 조상들의 지혜려니
삿된 기운 몰아내는 힘으로 인식함은

 

 

하늘과 땅, 인간의 지혜의 산물인걸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주역의 핵심 음양(陰陽)의 이치로 살핀 쑥의 활용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