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재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공공연히 그린란드를 미국에 합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집권한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판매할 대상이 아니다(It is not for sale)"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 정부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아주 명확히 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당수의 그린란드의 원주민들인 이누이트인들은 미국에 반발하여 강제 합병 시, 저항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무테 에게데(Mute Egede) 그린란드 총리는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라고 발표하면서 그린란드는 미국과 덴마크의 소유가 아닌 그린란트의 이누이트인들의 것이며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작년 말에는 덴마크 왕실이 항의의 의미로 국장을 변경하였는데,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3개의 왕관을 없애고 아래 쪽에 작게 그려져 있던 그린란드의 상징인 곰 문양을 더욱 강조하면서 그린란드를 외부에 판매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고 독립을 하더라도 나토의 일부로 남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국과 EU 모두와 강력한 안보 및 방위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덴마크인 또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The Greenlandic people don’t want to be Danes. The Greenlandic people don’t want to be Americans")고 분명히 언급하였다. 덴마크 언론과 그린란드 언론이 그린란드 주민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5%에 달하는 응답자가 미국으로의 편입에 반대했을 정도이다.
지난 달 21일에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덴마크를 대표하는 앤더스 비스티센 의원은 "그린란드는 800년간 덴마크 왕국의 일부였고, 판매용이 아니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극지방을 지정학적 놀이터로 만들려는 초강대국 누구에게도 판매될 수 없다." 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팔려 나간다면 그린란드가 미국령이지만 선거권이 없는 푸에르토리코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덴마크의 정부와 여론에서는 미국이 느끼는 지정학적 안보 불안 때문에 그린란드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나토 동맹국으로써의 의무이며 유럽 모두의 안보를 위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덴마크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린란드를 착취하려는 자들에게 그린란드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Yougov라는 덴마크 여론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 절반에 가까운 46%의 응답자가 미국을 커다란 위협(Big threat)으로 보았는데 이는 북한(44%), 이란(40%)을 위협으로 보는 여론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린란드는 인구가 일개 작은 도시 수준에 불과한 56,000명 정도이기 때문에 방어군은 거의 없고 순찰대가 약간 존재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굳이 사단급 규모의 병력이 아닌 여단급 규모의 병력 정도만 투입해도 하루 만에 점령이 가능하고 그린란드 모든 인구를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덴마크를 압박하여 그린란드를 탈취하게 된다면 덴마크는 미국에 반발하여 러시아 및 중국과도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덴마크와 러시아, 양국은 동맹이나 친교 보다는 상호 견제 관계였다.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중 가장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였고, 덴마크의 경우, 러시아 외교관을 간첩 혐의로 가장 많이 추방한 국가이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 군사적 긴장감이 양국에서 높아지자 덴마크 정부는 미국과 새로운 방위 협정을 체결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치적인 면과 대조적으로 경제 교류는 매우 활발한 편이었다. 2019년 10월 30일에 덴마크 정부는 덴마크를 경유하는 러시아-독일간 노르드스트림-2의 개통을 허용했으며 덴마크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많이 수입하여 기본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자 덴마크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했다. 3월 30일에 덴마크의 보석 업체 판도라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불매했으며 덴마크의 맥주 업체 칼스버그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덴마크의 선사 머스크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단절하려 했다. 더불어 덴마크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북해산 원유 비중을 높이기로 했는데 이조차 여의치 않자 그린란드로 눈을 돌려 그린란드의 원유와 가스전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잃게 되면 나라의 기본 경제 자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덴마크의 전력회사 오스테드(Osted)가 루블화 지급을 거부하자 러시아의 가스프롬은 6월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했기에 그린란드의 원유와 가스는 매우 절실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만약 이마저도 잃게 된다면 그 동안 덴마크가 가지고 있던 선진 사회, 복지 시스템의 추진력이 봉쇄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선진국에서 유럽의 중진국으로 전락해 약소국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의 그린란드 위협에 맞서 이를 지켜내려면 덴마크는 나토를 탈퇴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 덴마크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거의 친해본 적이 없고 적국인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 교류를 해왔고 러시아 원유 및 가스를 저렴한 값에 구매했었다. 이러한 경제적인 교류는 정치적인 반러 성향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
덴마크가 친러 국가로 변모하면 발트 해 지역의 한 축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발트 해에서 북해로 넘어가는 길목에 수도인 코펜하겐이 자리하고 있는데 덴마크가 친러 국가가 되면 발트 해에서 북해로 넘어가는 해역은 러시아 잠수함의 통과 영역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이 핵잠수함이라면 북해를 마주하고 있는 영국이 가장 먼저 안보 위협의 타겟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영국은 미국 없이 러시아와 홀로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 입장에서 발트 해-북해로 넘어가는 라인이 열리게 되면 북해와 북대서양까지 정치, 외교, 안보, 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되는데 자칫하면 나토가 통째로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덴마크를 더 이상 자극하는 것보다 달래며 그린란드에 경제적으로 투자하여 그린란드의 원자재로 자국의 제조업을 살리는 것이 큰 이득이다.
필요 이상으로 덴마크를 자극하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북유럽과 영국, 아일랜드까지 모두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까지 트럼프의 위협 수준으로 볼 때, 덴마크가 친러가 될 확률은 극히 낮지만 그린란드에 대한 섣부른 군사적 행동 및 덴마크 정부와 국민들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게 될 때, 그들은 그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국가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것이고 오랜 숙적과 화해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정학을 이용한 외교의 무서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