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된다"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2월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탄생에 대해 "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고,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과정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당시 찬반 의견이 나뉘었지만 지지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냈던 소수 인사들은 윤석열이 욱하는 성격이며, 자기 사람들을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의 후보 중에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이 직접 모든 후보를 인터뷰하고 검찰 개혁에 대한 태도를 확인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나머지 3명은 검찰 개혁에 반대했지만 윤석열 후보자만 검찰 개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검찰 개혁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도 고려됐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과의 소통이 불편할 수는 있어도, 검찰 개혁 의지만큼은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며 결국 윤석열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됐다"고 말하며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된 데 대한 자괴감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하며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밝혔다.
그는 조국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일가를 정조준한 수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검찰 개혁에 대한 보복이자 발목잡기"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이 조국이었고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조국이 윤석열의 편을 들어줬다"며 "그러나 결국 조국이 윤석열의 칼날을 맞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 바람에 조국 장관 가족들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하며 조국 일가가 검찰 수사로 인해 감당해야 했던 피해를 안타까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했지 않았나. 정말로 수준 낮은 정치였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탄핵·계엄 사태를 보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단순히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모습이 너무 추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필코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민주당의 역사적 책무"라며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용적이고 확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명계(비이재명계) 정치인들이 활동하는 것을 민주당 내 일부에서 분열이라며 밀쳐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민주당을 협소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럴수록 확장해야 한다"며 설 연휴 기간에 이 대표를 만나 이러한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들의 대권 행보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 세력의 입지가 줄어들고 친명(친이재명) 세력이 주류가 된 상황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최근 "치욕스럽게 당을 떠난 분들에게 이재명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며 친문 인사들이 당에서 소외된 현실을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친문 세력의 재정비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와 검찰 개혁, 조국 사태,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자신 입장을 솔직하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과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후회, 조국 사태에 대한 미안함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도 친문 세력의 재결집을 위한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