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마는 전 세계 다양한 인종들이 왕래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마나마 도심의 FREE WIFI를 30분 밖에 안 주는 불합리한 곳이기도 하다. 전날 저녁에는 중동 인종이 많이 보였다. 시리아 국적기의 시리아 항공이 대거 취항해서 들어온 시리아 사람이 많았다. 그 전쟁통에도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여행이 가능키나 하나? 이라크,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많이 봤다. 우리 한국 사람에게는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이 여행 금지국들로 비행기 탑승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도 많이 봤다. 만수르 같이 잘생긴 남자도 여럿 봤다. 사진에 담아놨어야 하는건데 말이다. 하긴 그 사람들하고 사진같이 찍으면 나는 오징어 중에 오징어, 꼴뚜기 축도 안들기 때문에 자괴감이 느껴진다. 새벽이 되니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침에는 파키스탄과 이집트, 모로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 오후쯤 되니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아지고 유럽사람들도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부인을 3명이나 거느린 부자인 나이지리아 사람도 봤다. 부인들은 전부 부르카를 착용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 옆자리에는 고결한 프랑스인이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쉴 때는 다양한 인종을 보는 즐거움이 있고 한 번씩 내 근처에 오면 대화도 걸어보니 이거야말로 대화로 인한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이 안 된게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셈이다.
한편 다른 중동 국가들이 그렇듯 민주화를 요구하는 세력들은 대체로 세속주의를 반대하는 반서방, 반미 이슬람주의자들이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에서 남녀가 입고 나온 복장을 보면 바레인 시위대의 여성들은 세속적인 다른 바레인 여성들과 달리 전부 히잡이나 니캅, 차도르같은 이슬람 복식을 입고 나왔으며 복장의 색깔도 하나같이 검은색이다. 이 상황에서 세속주의를 추구하고 타종교에 관대한 왕정이 몰락한다면 바레인은 이란처럼 반서방 시아파 이슬람 근본주의 공화국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수니파 국가들뿐만 아니라 서방 입장에서도 결코 달갑지 않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동부 시아파를 자극해 분리 독립 요구가 일어날 우려로 바레인의 민주화를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바레인에 미 해군 5함대의 기지를 두고 있어 중동 통제의 한 축에 바레인이 끼어 있는데 반서방, 반미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민주화 요구 세력이 달갑지 않다. 한편으로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집권하면 소수종교를 억압하고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퇴보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국제 사회도 이 나라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분위기이며, 알려질 때도 가끔 있지만 시리아만큼 알려지진 않은 편이다.
시리아 내전 이후로 서방세계가 아랍권의 민주화에 대해 인식을 바꾸고 세속주의 독재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래도 유엔과 서방국가들의 눈치를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당시 바레인의 시아파 유력 인권운동가인 나빌 라자브가 석방되었고 이게 대대적으로 알 자지라 뉴스에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