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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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5일 미국은 중남미 지역의 한 정치 지도자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에 의해서 기소된 이 지도자는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Manuel Noriega, 1934~2017)였다. 당시 노리에가는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제거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 정부를 비난하고 있었다.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Ronald  Reagan, 1911~2004) 대통령은 노리에가에 대한 기소를 승인하고 체포하여 법정에 세울 것을 지시했으며 그 혐의는 마약 밀매였다. 

 

노리에가의 기소로 인해 같은 달 25일에는 방미 중이던 에릭 아바투로 델바예(Eric Avaturo Delvae, 1937~2015) 파나마 대통령이 노리에가를 최고 권력자이자 실권을 갖고 있었던 군사령관에서 해임했음을 발표하였다. 물론 노리에가 자체가 그다지 질이 좋은 인물은 아니었지만 본래 CIA의 지원으로 파나마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토리호스의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인해 공석이 되었던 자리를 차지했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노리에가는 미국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 들자 미국이 그를 숙청하고 새로운 친미 정권을 세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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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l Chorrillo was badly damaged by fighting. More than 20,000 Panamanians were displaced during the invasion, and disorder continued for nearly two weeks. 출처 : Wikipedia, United States invasion of Panama

 

노리에가 자신의 범죄를 미국이 처벌하려 하자 군대를 동원시켜 대항하고, 파나마 국민들에게 반미선동 한 것도 엄밀히 보면 모두 자기 개인 보호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노리에가에게 미국 법정으로의 출두를 명령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버티면서 대통령의 군사령관 해임조치에도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3월 11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사용료 700만 달러 지불을 중지할 것을 포함, 파나마에 대한 경제제제 조치를 발표했다. 더불어 4월 5일에는 미군 1,300명이 파나마에 증원되면서 파나마 내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들은 주로 파나마 내에서 각종 교란 행위를 벌였는데 대개 정권 내 혼란, 쿠데타 음모, 각종 내란 모의, 프로파간다, 언론 장악 및 요인 암살이 목적이었으며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친미 성향의 파나마 시민들을 적극 양성했다. 그러나 노리에가는 이러한 음모가 진행 중임을 정보 기관을 통해 파악하고 9월 27일에 적극  체포 작전을 감행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쿠데타 음모 가담 혐의를 내세워 미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친미성향의 파나마 시민인 26명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노리에가에게 갑작스러운 일격을 당한 CIA는 다음 전략으로 다음 해 5월, 파나마 대선 개입을 노리고 준비했다. 


1989년 5월 7일 파나마의 대선에는 노리에가가 지지하는 민주혁명당 카를로스 두케(Carlos Duque) 후보와 야당 연합인 시민민주동맹의 기예르모 엔다라(Guillermo Endara, 1936~2009) 후보 간에 대통령 선거가 벌어졌다. 하지만 엔다라가 유효 득표의 2/3를 넘는 득표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종료 16시간이 지난 8일 까지 파나마 당국은 어떤 발표도 하지 않았다. 당시 노리에가의 군권이 막강했기에 에릭 델바예 대통령의 권한으로 노리에가를 제압할 수 없었기에 거의 식물정권이나 다름없었고 이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부정선거라 규정하면서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이에 때 맞춰 5월 9일 조지 H. W. 부시 신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선거참관인단으로부터 파나마 대선이 노리에가 정권의 부정선거일 확률이 높다는 보고를 받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노리에가에게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군사령관 직위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5월 10일 파나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선거가 야당이 끌어들인 미국인들과 CIA의 방해 공작이었음을 선언하고 외세의 개입과 내정간섭, 광범위한 미국 정보부가 개입하 부정선거를 이유로 대통령 선거를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통령 자리는 거의 4개월 동안 공석으로 남았고 파나마의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우선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9월 1일,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Francisco Rodriguez)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으나 로드리게스는 노리에가의 허수아비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였고 미국의 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미국은 파나마와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함과 동시에 강력한 경제제제 조치를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CIA에서 파나마 내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노리에가 정권의 전복을 꾀하게 된다. 10월 3일 CIA의 지령을 받은 소장파 장교들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이 또한 노리에가의 철통 같은 방어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소장파 장교들에 대한 숙청에 성공한 노리에가는 이 군부 쿠데타 미수의 배후에 미국 CIA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적극 규탄하였으나 미국에서 이를 부정하면서 CIA 개입설을 일축했다. 파나마 방위군 내에서 노리에가의 지지는 이처럼 굳건하였고 군부 쿠데타의 실패는 노리에가의 지위를 더욱 강고하게 굳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미국에서는 노리에가가 엘살바도르 일대에서 활약하는 마약 밀매업자를 지원하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받아 파나마 방위군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다음 날 10월 4일,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미국 국무장관은 노리에가에 대한 대응으로 노리에가 정부를 제압하기 위한 군사력 보유를 선언했다. 이를 파악한 노리에가와 파나마 정부는 6일부터 야당인 시민민주동맹을 쿠데타의 배후 세력으로 규정하고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이어 9월 20일부터 단식 투쟁을 하면서 노리에가를 비판한 기예르모 엔다라 당수는 바티칸 교황청 대사관으로 피신하였으며 이 때부터 바티칸과 CIA, 그리고 미국 정부 간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슬슬 진행되었다. 

 

이틀 후, 8일에는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과 딕 체니(Dick Cheney)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3일, 소장파들을 회유한 군부 쿠데타에서 파나마 주둔 미군 사령관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노리에가를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동안 극구 부인했던 10월 3일 쿠데타 미수가 CIA와 미국의 지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계속된 미국의 개입에 노리에가는 10일, 미국의 침략에 대처한다며 전시법을 선포한다. 그리고 13일에 조지 W. 부시는 노리에가를 축출하기 위해서라면 군사력 사용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면 침공을 시사했다.


이어 파나마를 겨냥해 미국 내 각종 정보 기관들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되었다. 15일에는 FBI가 외국의 미국법 위반자들을 해당 국가 정부의 동의없이 체포하고 압송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고 27일에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CIA의 외국 쿠데타 개입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하게 된다. 그리고 이같은 결정은 이후에 펼쳐질 세계 현대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1989년 10월 27일부터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외국의 쿠데타들, 각종 색깔 혁명 및 시위들에 적극 개입하고 간섭하여 미국에 복종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를 전복시키는 행동들을 합법으로 규정한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1989년 12월 20일 파나마에 대한 침공은 많은 의미를 갖게 만드는 세계 현대사의 또 다른 변혁이라 볼 수 있다. 이 때를 기점으로 USAID, NED와 같은 NGO를 빙자한 단체들이 속속 설립되고 CIA와 딥스테이트, 네오콘 등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수많은 나라와 정부를 붕괴시키고 정치 지도자들을 제거했다. 이후 제1차 걸프전쟁,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이 기획되었고 마누엘 노리에가 제거를 위한 파나마 침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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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를 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 3편 :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배경, 본격적인 각국의 내전과 색깔혁명을 일으킨 악(惡)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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