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초등학교조차도 아이폰 안 쓰면 왕따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충격적이다. 혼자만 갤럭시 쓰면 애들 사이에서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뭔가 소외당하는 느낌이라 하고 아이폰 쓰는 애들끼리 '에어드롭(AirDrop)' 할 수 있고 사진도 잘 나온다며 아이폰에 대한 극찬을 늘어 놓는다. 게다가 디자인도 좋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폰11이나 12처럼 구버전이라도 좋다고 한다.
꼭 프로가 아니더라도 기본모델, 최저 용량 64GB만 사줘도 다들 만족한다고 한다. MZ세대를 포함한 젊은층부터 2000년 중반 이후 태어난 어린 10대 '알파세대'까지 아이폰 선호가 두드러진다. 최근 2년새 국내 20대의 아이폰 사용율은 크게 높아졌는데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서로 간의 제품에 대한 호불호와 그에 따른 상호 간의 선호도는 존중해줘야 마땅한 부분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젊은 세대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또래 문화'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애플 기기끼리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에어드롭'이 인기인데다 '로켓(LOCKET)' 앱도 비슷하다. 이 앱은 스마트폰 홈 화면에서 친구의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5명 인원으로 한정된 폐쇄형 SNS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먼저 출시되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든다. 아이폰의 경우 아이들끼리 공유하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부분이 작용하는데 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폰을 사용하면 아이패드, 애플워치, 아이팟, 맥 등 애플 기기를 연달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은 특유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애플 브랜드 기기 간 강력한 연동이 주는 편리함이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외양이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아이폰의 외관과 사진효과, 인스타그램 같은 외산 유명 앱과의 호환성 등도 아이폰 선호 요인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 뿐일까? 러시아에서는 삼성의 스마트폰이 독보적인 지위로 1위를 독주한 적 있다. 특히 2009~2016년은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겔럭시가 러시아에서 "국민 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았던 이유는 각종 후원과 마케팅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부터 ‘톨스토이 문학상’을 지정, 전쟁 전 2021년까지 18년을 후원했다. 2003년 세계적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을 맞아 톨스토이의 인본주의와 문학성을 기리고 러시아 문학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삼성전자 후원으로 톨스토이재단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제정한 순수 문학상까지 제정했다. 게다가 모바일 기기로 러시아의 고전 문학을 읽을 수 있는 ‘라이브 페이지(Live Pages)’ 앱을 설치했다. 사용자는 △등장인물 관계도 △시대 배경 △역사적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며 입체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걸 통해서 러시아 사람들은 한층 더 가깝게 고전 문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역시 책 읽는 문화가 세계 수준 탑급인 러시아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1991년부터 볼쇼이 극장을 후원하며 최장수 파트너로 활동했었다. 2014년에는 모스크바 국제 빛 축제(Moscow International Festival ‘Circle of Light’)에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는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볼쇼이 극장에 갤럭시 S6 엣지+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했기에 러시아인들의 환심을 샀다.
이어 삼성전자는 삼성 스마트 스쿨을 통해 러시아 공학, 특히 IT 분야 인재 양성에 투자했다. 삼성 스마트 스쿨은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업연계 사회공헌사업’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학생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미래형 교육 방법을 말한다. 삼성 스마트 스쿨 프로그램은 고등학생을 위한 IT 기술과 프로그래밍 기초 과정으로 구성됐는데 2021년까지 러시아 내 21개 도시에서 총 5,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삼성전자는 IT 기술 교육을 넘어 차세대 엔지니어들이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중고생이 IT 관련 전문 직종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미래 러시아 IT 인재들을 선도적으로 키워내고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가 러시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러시아 사람들의 삶, 그 자체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꾸준히 해왔으면 더 좋으련만, 결국 삼성은 러시아를 떠났다.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며 겔럭시를 멀리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능적인 문제와 '또래 문화', '브랜드 가치'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는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사대주의" 도 한 몫하고 있다. 국내 제품보다 미국 제품을 높이 쳐주고 미국에 대한 오만가지의 환상은 10대나 20대 젊은 세대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이며 세계 최강국이고 아예 대한민국의 존재론을 의심하며 미국의 52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젊은애들도 봤다.
이들은 미국이 모든 것을 선도한다 여기고 있고 미국의 말이 곧 법이고 진리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도 미제, 폰도 미제가 아닌 한국산이면 가난한 자라며 같이 어울리지도 않는다. 국가와 국산 브랜드 자체를 허접 쓰레기로 생각하는데 삼성이 애플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나는 삼성 폰을 썼고 2015년에 폰은 몬테네그로에서 분실했을 때 잠깐 아이폰을 썼을 뿐,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삼성 폰으로 바꿨다.
아이폰이 적응이 안돼 불편했을 뿐 아니라 나는 안드로이드 기능이 더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해외에 나가서도 현지인들에게 제품의 인기가 많았고 같은 삼성 폰을 쓰고 있으면 서로 반가워 BAR에서 맥주 한 잔 하곤 했다. 이건 내가 "국뽕"이라서의 문제가 아니다. 내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내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성공해야 이에 대한 자랑, 자부심을 갖고 정착해 살 수 있다.
해외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온갖 좋은 일도, 험한 일도 겪어봤던 나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브랜드가 잘 되고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삼성, LG, 현대, 대우, 팔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개인 사업자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과 같은 축구 선수들이나 이정후, 고우석 같은 메이저리거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개인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잘 되야 해외에서 사는 우리들의 사회적 지위도 그만큼 급이 높아진다.
미국의 번영이 천년, 만년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 제품에 대한 "허접 쓰레기"라는 관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던 우리 브랜드조차도 그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데 해외에서 그 가치가 오래갈 수 있을까? 결국 언젠간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