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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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그래픽이다.(그래픽=저널인뉴스)

 

고려 충렬왕 원년 천문 역수 등을 담당한 태사국에서 “동방은 봄철 목기운(木氣運)의 자리이므로 푸른빛을 숭상해야 알맞으니 우리가 입는 옷의 색깔은 그렇지 않은 흰색입니다. 그렇게 보면 흰 모시로 등거리를 많이 해 입음은 봄철의 목기운(木氣運)이 가을의 금기운(金氣運)에게 상함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백성들이 이 흰 빛깔을 입지 않도록 금해주십시오.”라고 건의하였다.


물론 이 건의는 그대로 받아들여져 나라 안의 사람들이 모두 따라야 했다.


거기에 고려 원종 때는 원 세조가 체두(剃頭) 변발(辮髮) 등의 풍속으로부터 여섯 가지의 항목을 우리가 따르도록 강요해왔다. 고려에서는 원의 요구 사항을 모조리 허락했지만 의관만은 기존의 고려 풍속을 그대로 고치지 않고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충렬왕 4년에는 그 노력도 허사로 돌아가 고려는 결국 원나라 의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흰색을 선호하던 옷차림에 대한 우리나라의 전통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즐겨 입는 흰빛은 주역의 색깔론과 관련이 있다. 주역 본문 산화비(山火賁) 괘상에 보면 겉을 꾸미지 않고 본질을 숭상한다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이 구절이 바로 우리가 즐겨 입던 흰색 옷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참고로 그 부분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고대 국가였던 은(殷)나라도 흰 빛깔을 숭상하여 5백 년 동안 그 나라의 풍속을 이루는 전통을 구축했다. 그게 뒷날의 기록으로 기자가 주나라에 “흰 말을 타고 주나라에 조회했다.”는 설까지 남아 있으니 이 또한 우리나라 풍속의 유래가 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헌통고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신라부인들은 아름다운 가발을 만들어서 머리 위에다 빙빙 둘렀고, 고구려 부인들은 말갈기처럼 만든 머리가 오른쪽 어깨에 드리워졌으며, 백제 부인들은 머리를 두 가닥으로 땋아서 맵시 있게 만들었다. 이는 대개 모두가 서로 비슷하게 되었는데 옛날 은(殷)나라 때 제도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는 모두 우리의 풍속이 주역에 바탕을 둔 중국의 영향을 받은 사실에 대한 간접적인 기록이라 말할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 복장을 논하는 문헌들은 오히려 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흰빛보다는 푸른 빛깔을 극력 주장하기도 했다.


근거는 「옥룡기」다. 공민왕 6년 사천소감 우필홍은 도선의 주장에 근거하여 “ 그 문헌에 ‘우리나라 지세는 백두산에서 비롯하여 지리산에 가서 마쳤는데 생긴 형세가 물에 뿌리를 둔 나무의 형상[水根 木幹]으로 된 모양이다. 때문에 검은 빛깔을 부모로 삼고 푸른 빛깔은 자신으로 삼아야 한다. 또 풍속도 토기운(土氣運)에 순응하면 잘 되고 토기운(土氣運)을 거스르면 재앙이 생기게 된다. 


이 풍속이란 것은 군신․백성․의복․관개冠蓋․악조樂調․예기禮器․즙용什用 등이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문무백관은 지금부터 흑의(黑衣)와 청립(靑笠), 중은 흑건(黑巾)과 대관(大冠), 여자는 흑라(黑羅)를 입도록 하고 또 모든 산에는 솔을 심어서 무성하게 만들며, 그릇은 유동(鍮銅)과 와목(瓦木)으로 만들어서 풍토에 알맞도록 하소서.”하였다. 


이 건의도 또한 당시에 받아들여져 나라의 풍속으로 보급하였으니 모두 오행의 작용을 현실적으로 적응시킨 사례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오행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을 살리자는 뜻이 크다. 그 까닭에 목기운(木氣運) 중심의 세계관을 주장하는 담론이 시대적으로 일시에 일어나서 나라의 풍속으로 권장되었지만 흰색의 의복과 흰색의 백마를 구해 결혼식을 치루는 풍속이 천몇백 년을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고 전해 내려왔으니 우리 민족의 지향하는바 삶의 본질을 여기서 다시 눈여겨 볼만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 본래의 흰색 기운에 관한 관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압축된 내용의 송(頌)

흰빛을 숭상하는 풍속

생명을 노래하는 우리의 전통임에

나라가 자리 잡은 구궁도(九宮圖) 상의 위치

비록 푸른 빛의 동북방(東北方)일지라도

우리가 입는 옷의 전통

언제나 흰 빛깔의 백의(白衣)였음에

봄가을의 기운이 부딪쳐 작용하는

이치를 피하려는 태사국의 지혜

푸른 빛의 옷차림을 권하는 때 있었음에도

민중의 의식 속에 이어져 온 백의(白衣)의 전통

흰 옷, 흰 말, 흰색 복장의 결혼까지

원나라의 강요에도 끊기지 않으면서

우리 민족의 상징 정신혼이 되었으니

그것은 겉을 꾸미지 않는 본질 그대로의 색

주역이 말하는 바로 그 흰빛이니

천 년을 지나도 사라지지 않음은

생명이 유래한 삶의 본래 자리

그 이치로 세상 사는 지혜의 발현이요

흰빛으로 상징되는 생명의 성스러움

내 삶을 감싸는 소명을 새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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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민족(白衣民族)의 전통과 음양(陰陽) 오행(五行)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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