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마약과의 전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살상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필리핀 당국은 이를 전달받아 집행했다. 필리핀 경찰은 홍콩 방문 뒤 지난 11일에 귀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참고로 ICC에서는 두테르테가 집권 기간 동안 12,000~30,000명을 학살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마약과의 전쟁"에 따른 마약 중독자 및 중개업자를 처벌한 결과이다. 그러나 필리핀 내 공식집계로는 6.200명 정도의 사망자로 나와 있는데 12,000~30,000명이라는 숫자는 대놓고 대량학살을 자행하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는 엄청난 수치로써 수치상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는 마치 우크라이나의 홀로도모르 당시 무려 700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근거 미약의 수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ICC가 작정하고 두테르테에 대해 단죄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ICC 같은 집단이나 기타 서방이 설립한 집단들은 리버럴 NGO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인권(Human rights)"을 내세워 어떠한 상황에도 폭력은 안 된다고 나서는 자들이다. 그러나 필리핀의 현실을 본다면 "인권(Human rights)"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호한 경우가 매우 많다.

인권(Human rights)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의미하는 개념"이라는 사전적인 정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에는 마약 사용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며, 현지에서는 ‘샤부’라고 부르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중독자들이 많은데 이들로 인한 범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필리핀의 범죄는 민간 치안과 직결되어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그 중에서 마약상이나 각종 범죄는 필리핀 내 마피아들을 중심으로 집단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수준이 거의 중남미에서 한 때 살인률 세계 1위였던 엘살바도르와 맞먹는데 이러한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리핀의 역대 정권들은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두테르테 이전의 정권들은 계속되는 치안 정책의 실패로 인해 범죄 및 치안에 완전히 손 놓고 있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범죄에 대해 엄벌을 단행하니 이를 인권 단체 NGO들이 "최악의 인권 유린(The worst human rights abuse)"이라 규정하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들 NGO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필리핀 내 범죄자들에게 당했던 2배 이상 인원의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NGO들은 ICC에 두테르테 대통령을 고발했다. 그들이 ICC에 고발한 죄목은 "학살 혐의(Massacre Charge)"였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발하여 NGO 기구들의 필리핀 입국을 제한하고 국제법에 따른 "내정 불간섭의 원칙(Non-Intervention)"을 ICC가 위반했다며 2019년 3월 18일 ICC를 완전히 탈퇴했다.
필리핀의 인권 운동가라 자칭하는 로멜 바가레스(Romel Bagares)는 이를 필리핀 사법 체계의 끔찍한 후퇴라고 비난했다. 로멜 바가레스는 마약 관련 범죄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인권을 지키자며 EU 인권위원회에 기고까지 냈었던 전형적인 리버럴리티이다. 그는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인권 수호에 나선다고 하지만 정작 마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자다.
즉, 인권에 대한 "선택적 정의(Selective justice)"를 실현하는 자인데 이런 자들의 활동을 EU와 미국의 NGO 단체들이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EU와 미국의 NGO 단체들의 상위 호환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딥스테이트, 네오콘들을 비롯한 서방의 리버럴 지도자들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두테르테의 체포를 지시한 자들은 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이들 NGO들의 고발은 2023년에 받아들여져 ICC는 마약 단속 과정에서 자행된 두테르테 정부의 행위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더불어 두테르테의 외교 방식에 있어서도 이들이 문제를 삼을만 했다. 전통적으로 필리핀은 친미 국가였지만 두테르테는 극렬한 반미-반서구 성향을 갖고 있었다. 두테르테의 고향인 민다나오 섬의 경우, 1906년 독립을 주장한 필리핀계 무슬림들로 알려진 모로족들이 미군에게 대량 학살 당한 비극적인 역사가 있다.
따라서 민다나오 자체에서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두테르테도 이러한 민다나오와 모로족의 비극적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차별적인 마약범죄자 처단에 대해 두테르테를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두테르테는 인권보다 마약 범죄 소탕이 더 중요하다며 마약범 처단을 계속할 것임 천명했고 오바마에게 그 이상은 내정간섭이라며 경고했다. 이는 근본적인 반미 성향과 더불어 자신의 정책에 대해 끈질기게 간섭을 자행하는 미국에 대한 적개감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서방의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두테르테를 "친중"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만 필자가 두테르테를 연구한 바에 의하면 그는 "친중"과 매우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있어서 중국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에서 들 수 있다. 두테르테는 영해 사수를 주장하며, 중국이 만약 남중국해의 필리핀 영토를 침공한다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분쟁이 국민감정과 직결된 영토 문제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그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두테르테에게 있어 영토 문제 뿐 아니라 중국의 어떠한 형태로든 간섭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어떠한 외세에도 필리핀을 수호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외교 철학이었다. 다만 그가 중국과 가까워지려 한 것은 국내 문제의 최대 방점인 "마약과의 전쟁"에서 미국 및 서방 세계의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방편에 불과하다.
당시 필리핀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두고 세력 다툼을 펼치는 최전선의 입장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 마약 전쟁 지원 도와주는 것에 감사하게 여겼고 미국에 대해서는 법의 원칙만 내세울 뿐,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사실, 미국은 이런 두테르테를 대체하기 위한 또 다른 인물에게 손을 넣고 있었다. 그가 바로 필리핀을 파멸로 이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일명 "봉봉" 마르코스이다. 그는 전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계에서 활동했고 영미권에서 유학하여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PPE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대표적인 "친미", "친서구파" 인물이다.
미국의 명문 대학 출신이자 타국 정치인이라면 미국 정부 및 네오콘과의 연관성을 한 번 정도는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를 근거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는 미국에서도 각종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고 1996년 미 연방대법원이 마르코스 주니어에게 벌금 3억 달러를 판결했는데 납부하지 않았고 왠일인지 미 사법부에서 납부를 독촉하지 않고 있다. 이 시기가 거의 30년 전인데 이 중대 범죄에 대한 벌금 납부를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1990년 초중반 부터 미국 정부가 봉봉 마르코스를 대놓고 필리핀 차기 지도자로 밀어주고 있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2016년 필리핀 부통령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 그는 레오노르 로브레도(Leonor Robredo)와 경쟁을 벌였지만 간발의 차로 패한다. 이렇게 패배했음에도 서방이나 미국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흔히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정선거 음모론" 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선거 결과를 납득하지 못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무려 2021년까지 선거 불복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도 별 차이가 없었고 2021년 2월 16일, 필리핀 대법원에서 마르코스의 제소를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이 부정선거 논쟁은 종결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때부터 이를 두테르테가 로브레도를 이용해 자신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고 생각하고 두테르테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두테르테와 로브레도의 사이도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봉봉 마르코스의 적개심은 이해할 수 없었다. 더불어 두테르테는 봉봉 마르코스의 아버지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복권을 추진했었고,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것임을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호의를 보였었다.
그로 인해 두테르테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영부인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물밑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이 존재해왔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이멜다 마르코스의 지원을 부인해왔다. 다만 두테르테의 성격으로 볼 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복권을 추진했었던 것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마르코스의 지지율이 월등히 높았던 루손 섬 북부 지역의 마르코스 지지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두테르테는 루손 섬 북부 지역의 지지율을 높이는데 성공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신의 국립묘지 매장과 그의 복권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는 마르코스 집안의 엄청난 분노를 몰고 왔고 아마 봉봉 마르코스도 두테르테에 대한 악감정을 이 때부터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2021년 부통령 선거도 그렇고, 두테르테에 반감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의 부추김도 봉봉 마르코스의 적개감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2022년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봉봉 마르코스는 이전 두테르테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그것은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에게 접근한 것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대선에 나서면서 사라 두테르테에게 "러닝 메이트" 역할을 제안한다. 필리핀에서의 "러닝 메이트" 제안은 뻔하다. 마르코스가 대통령으로 하고, 사라가 부통령이 되면 마르코스가 다음 대선에서 사라를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 말인데도 레임덕에 걸리지 않고 여전히 85%~90%의 높은 국민적 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대통령은 단임제이기 때문에 두테르테의 재선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두테르테는 사라 두테르테에게 대통령 직위에 출마하고 본인은 부통령으로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는 향후 있을지 모를 정치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상대가 봉봉 마르코스라면 친미파에 친서구파인 그가, 미국과 서방의 지시로 정치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사라 두테르테에게 "러닝 메이트"를 제안하면서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 맹세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사라가 봉봉과 "러닝 메이트"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라가 부통령에 출마할 때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 후광까지 합쳐서 인기가 매우 많았고 봉봉은 사라를 러닝메이트로 데려오자 인기가 올라가 상대대통령 후보인 레오노르 로브레도(Leonor Robredo) 부통령을 엄청난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퇴임한 두테르테는 정계를 완전히 은퇴했다. 그 대신 자신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을 내세워 혹시라도 모를 정치 보복을 방어하고자 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봉봉 마르코스는 당선된 이후, 2025년 초까지 두테르테에 대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고 사라와 했던 약속을 지키는듯 보였다. 그리고 그는 2025년 2월 5일, 필리핀 하원을 움직여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탄핵소추했다. 한화 153억원 정도의 부통령실 정보기금을 횡령한 혐의에 경호원에게 자신이 암살당하면 대통령과 하원의장을 암살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겹친 것이다.
그러나 마르코스 부자가 여태까지 필리핀 내에서 행한 부정부패 혐의에 비하면 이 정도 횡령은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고 친서방과 미국을 배경으로 한 봉봉이기에 사라는 늘 생명의 위협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필리핀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국가다. 언제, 어느 때, 봉봉이 정치 보복을 자행한다면 암살당한다 해도 무리 없는 의심이었다. 하원 306명 중 215명 찬성하여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고, 아직 상원에서 부통령 해임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사라 두테르테를 부통령직에서 해임하려면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의결되면 사라 두테르테는 필리핀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부통령이 되면서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의결되면 공직 선출이 영구히 금지된다. 그리고 이에 때를 맞춰 3월 11일 봉봉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해 ICC에 넘겨버렸다. 이제 사라 두테르테의 실각만이 남았는데 그녀가 실각하면 마르코스 일가의 정치 보복은 비로소 완성되어 끝나게 된다. 필자는 ICC, 미국, 집단서방, NGO, 딥스테이트, 네오콘과 봉봉 마르코스의 합작품일 정치 보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