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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한 포르투갈 70여 일의 체류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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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석 시인, 문학평론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 명예교수인 오민석입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창간 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데뷔했고, 1993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시집 <굿모닝,에브리원> 외, 문학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외,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외,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송해 평전>, <밥 딜런,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외, 번역서 <냉소적 이론들:대문자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등을 냈고,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여행기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를 소개하면?

저와 아내 최광임 시인이 작년(2023~24) 겨울 포르투갈에서 70여 일을 체류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산문집의 형태로 쓴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한 여행을 ‘생활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생활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 평소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낯선 타지에서 평소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장을 보고, 밥을 해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마감에 쫓겨 글을 쓰며, 비교적 장기간의 삶을 영위하는 여행이지요. 흥분한 상태에서 감정과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들뜬 여행보다는 일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차분하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삶이 더 깊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고요,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 거처를 정하고 70여 일을 현지인처럼 살다 온 경험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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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를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특별한 팁은 필요 없고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글만 아니라 제가 직접 찍은 현지의 사진들 그리고 제가 그린 연필 소묘들도 여러 장 들어 있어서 문학적 분위기에 흠뻑 빠진 채 포르투갈의 골목골목을 여행하는 느낌을 만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관광 안내서가 아니라, 자세한 삶의 기록입니다. 메뚜기처럼 주요 포인트에 눈도장만 찍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여행(호핑 투어hopping tour라고 하지요?)이 아니라 같은 곳을 수십 일 동안 매일 산책하고 들여다보고 호흡하며 느끼는 여행은 그 공간과 문화를 훨씬 더 깊이 경험하게 하지요. 그러다 보니 포르투갈이 생전 처음 간 곳인데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정말 그리운 곳이 되어 버리더군요.


-포르투갈 체류 중 기억에 남는 일

기억에 남는 일이야 너무 많지만, 리스본보다 특히 포르투에서 느낀 낡고 오래된 폐허의 풍경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의 추억을 손에 꼽고 싶습니다. 그간 신자유주의의 내장을 오래 통과해 오다 보니 이제 저부터도 바쁘고 빠르고 새롭고 스펙터클한 것에 많이 물리고 지쳐온 것 같습니다. 포르트 역사 지구 대부분의 건물들은 수백 년씩 묵은 것들이고 어떤 것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와 퇴색의 기운이 역력한 것들도 많았지만, 더디고 쫓기지 않으며 비경쟁적인 삶의 풍경이 가져다주는, 묘한 편안함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경쟁과 효율과 성과와 승리만이 삶의 미덕은 아니니까요.


-포르투갈을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께 조언이 있다면?

포르투갈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리스본이나 포르투 어느 곳에 체류해도 포르투 전역의 유서 깊고 아름다운 소도시들을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택시비가 무척 저렴하므로 시내에서 두 명 이상이 움직일 때는 전철이나 버스, 트램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라고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마트 물가가 한국보다도 상당히 저렴하므로 중장기 체류를 할 경우엔 직접 장을 봐서 식사를 손수 해결하면 절약도 되고 허황스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선 포르투 와인 등 포르투갈산 와인을 실컷 즐기는 것도 권장합니다. 매우 다양한 가격의 다양한 품종들이 있는데 저희는 특히 매력적인 단맛의 포르트 와인에 완전히 반하여 한국에서 공수 해갔던 팩소주들을 거의 마시지 않고 한인 마트에 선물로 주고 오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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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강변

 

-전원생활을 즐기고 계신데 한 말씀

강원도 산속의 작은 오두막을 빌려 집필실로 사용해온 지 벌써 햇수로 8년째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강의도 전부 온라인으로 해서 아예 산속에서 오래 두문불출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연 속의 삶은 우리를 무엇보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조 금 과도한 침묵 속에서 지낸다 싶을 때면 멀리서 친구들이 찾아오지요. 외롭기는커녕 도시의 아파트에 주로 거주할 때보다 벗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먼 산속에 일단 오면 금방 돌아갈 수가 없고 자고 가야만 하며, 술도 마시고, 최소한 세 끼 이상의 식사를 함께해야 하므로 가까워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서로 바쁘고, 만나도 술 한 잔, 커피 한 잔 하면 헤어지기 바쁜 시대에, 먼 과거에나 가능했던 ‘시간의 낭비’가 이곳에선 가능하고 또 불가피합니다. 참 좋은 일이지요.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은 이유

제가 예술인들께 인기가 많다니요, 정말 감사합니다만, 사실은 처음 들어보는 말씀입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시인이면서도 딴따라 기질이 심해서 음주 가무를 유달리 좋아하고, 뭐라 할까, 제 전공 분야 외에도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인간이라서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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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최광임 시인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이번 겨울(2025~26)엔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약 80일 정도를 체류하며 포르투갈에서와 유사한 ‘생활 여행’을 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이미 비행기 티켓도 예약을 해놓았으니 이미 절반은 여행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현지인들처럼 살면서 더 깊이 낯설고 새로운 것에 노출될 계획입니다.


-독자들께 한 말씀

늘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인터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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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험기' 출간한 오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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