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모든 국가에 10%+α 상호 관세를 발표함에 따라 저 세계 무역 경제가 요동 치고 있다. 한국에는 25% 부과했지만필자가 있는 베트남에 무려 46%나 부과했다. 한국보다 베트남이 트럼프에 더 호의적이고 우호적이었지만 상당수가 해리스와 바이든을 지지한 한국보다 무려 19%가 뛰어 오른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올랐다.
이를 보면 누가 누구와 친하다, 혹은 누가 미국의 동맹국이며 친미국가인가 등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제조업이 현격히 저하된 미국 입장에서 관세로 인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인 것이고, 자국의 엄청난 부채나 산업 근간을 살리기 위한 어쩌고 보면 동맹국의 살을 깎아 먹으며 일어서고자 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다치고 베트남은 왜 그렇게 관세를 높였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이름으로 이른바 "라벨갈이"를 하고 관세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34%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마약 유입 문제로 중국에 총 20%의 추가 관세를 이미 부과한 바 있기에 이를 합산한다면 총 54%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셈이다.
참고로 베트남 뿐 아니라 태국은 36%, 캄보디아는 베트남보다 더 높은 49%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 내륙부 동남아시아 3개국의 공통점은 친중국가라는 것이다. 그 중에 태국은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지만 태국의 패통탄 친나왓 수상과 그녀의 여당 정권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받아들이고 중국의 투자를 유도하여 미국의 눈 밖에 났다.
캄보디아는 거의 중국화 된 상황이기에 40% 이상 관세는 확정적으로 보았다. 그런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모두 45% 이상의 관세를 적용받은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벨갈이" 우회 방식의 국가로 두 나라의 라벨이 붙어 수출되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화부터 소파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업체들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베트남에 막대한 물량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계속 포스팅하면서 주장해왔던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밀려나고 있는 이유 또한 중국의 막대한 물량의 투자 때문이다.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라벨갈이" 할 생산 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행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트남도 이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베트남 국영 방송인 VTV 에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한 뉴스가 하루 종일 나오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 정부에서도 긴급회의를 열고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미국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등에 상호 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히 몇 %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40% 이상은 될듯 싶다. 한 번 당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보복을 하는 베트남의 특성상 같은 관세율은 필연적이다. 참고로 나이키는 신발 제품의 약 절반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약 25%는 베트남에서 만든다.
나이키 이 외에도 다른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도 베트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년 전 조사에서 2023년 미국으로 수입된 신발 3분의 1이 베트남에서 제조되었고 브랜드별로 보면 나이키 신발류 50%, 룰루레몬 40%, 아디다스 신발류 39%, 애버크롬비 35%, 나이키 의류 28%, 갭 27%, 아디다스 의류 18% 등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노스페이스와 팀버랜드, 반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업체 VF 코퍼레이션 역시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밖에도 가구, 장난감 제조업체들도 베트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에 의존하는 이유는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적으로 승부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질적, 대형 메이저 메이커로 승부하려는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무엇보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남아시아가 중국에 그 영향력이 들어가는 것을 억제하고 싶어 한다. 인도-태평양 (QUAD) 전략이 위협을 받게 되면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여 아시아에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에게서 이러한 위협을 감지한 미국이 대규모 무역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에 중국 기업들이 라벨갈이한다는 이유로 46%의 관세율을 부과한다면 베트남 문화적 특성상 중국 기업과 대항하는 위치에 있던 미국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수출 다변화를 노리면서 러시아, 중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 이들 기업들을 초청할 것이고, 러시아는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다 할지라도 중국의 동남아시아 대한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될 것이다.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식민지화 역할이 끝나면 그 다음은 한국과 일본이 타겟이 될 것이다. 동북,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인 면을 고려한 트럼프의 지혜로운 선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