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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영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실시간 방송 캡쳐)

 

2025년 6월 3일로 예정된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후보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7일 기준, 출마를 공식 선언했거나 예정한 후보만 10명이 넘고 당내에서는 20명 가까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공백이 생긴 보수 정치의 ‘구심점 부재’는 이른바 ‘경쟁 아닌 난립’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혼란의 정중앙에서 본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한 인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바로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인이 아닌 인물, 그러나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서 한 대행의 ‘차출론’이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무총리 두 차례, 경제부총리, 주미 대사 등 50여 년에 가까운 공직 경력을 가진 정통 관료 출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주목받았지만, 그는 줄곧 “정치에 참여할 뜻은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재명 체제를 저지할 수 있는 인물은 확장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갖춘 한덕수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는 12·3 비상계엄령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다른 국무위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지며 윤 정권의 폭주를 막으려 했던 소수의 책임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탄핵소추안에 함께 이름이 올랐고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약 석 달 만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는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에 살아 돌아온 인물”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당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한덕수 대행을 모시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들이 한 대행을 차기 대선 후보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정작 본인은 정치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나라가 위기일 때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말처럼 정치권은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행의 지인은 “정치를 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거나 준비 중인 국민의힘 인사들은 매우 다양하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7일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권력 분산형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 그의 네 번째 대선 도전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9일 국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여의도에서 각각 출마 선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홍 시장은 수능 연 2회 시행과 헌법재판소 폐지 등 파격적인 정책을 함께 제안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도 이번 주 중 출마를 준비 중이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전직 국회의원 125명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물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윤석열 탄핵 이후의 국민의힘은 조직력, 서사, 비전 그 어느 하나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어차피 확실한 대선 주자가 없으니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선이 열렸다"는 냉소와 함께 "모두가 나서야 할 만큼 위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자성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장에는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됐다.


황 전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바 있는 중진으로 계파색이 옅고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 지도부는 황우여 위원장을 중심으로 ‘혼란 없는 경선’을 관리하면서도 조기 일정 소화와 검증 능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선 방식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방식과 기존 당원 중심 선출 모델 사이에서 조율 중이다.


이는 야권 전체 후보의 확장성과 정당성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본선 구도를 상정했을 때 국민적 경쟁력을 어느 후보가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선 룰 자체가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모두가 출마하지만, 누구도 중심은 되지 못하는 선거’를 준비 중이다. 윤석열이라는 강력한 후보가 사라진 뒤 남은 것은 다양한 성향과 서사를 가진 잠룡들의 ‘체급 다툼’이다. 


그러나 정치적 비전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후보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비정치인 차출론’으로서의 한덕수 등장은 역설적으로 정당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후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지금, 당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비전의 정치’를 할 것인지 단기적 생존을 위한 ‘선거의 정치’로 회귀할 것인지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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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러시’ 속 한덕수 차출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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