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캄보디아 방문의 의미
시진핑과 중국이 캄보디아에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에 시진핑이 동남아시아 3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순방하고 돌아갔다. 캄보디아 순방은 토요일부터였는데 필자의 토, 일요일 이틀 동안의 일정이 바쁜 관계로 분석을 틈틈히 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포스팅 하나를 하게 되었다. 시진핑이 동남아시아 3개국을 직접 방문한 이유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돌입함에 있어 "앞마당 단속"을 한 셈이었는데 앞서 베트남 방문에서는 여러 국책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이끌어 냈지만 중국과 더불어 대미 관세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에 대해서는 확답을 받지 못했던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공동 대응에 대해 중국과 함께 미국의 관세에 맞서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따라서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매우 중요했는데 사실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캄보디아는 중국의 실존적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정학적 부분과 말레카 해협의 중요성이 걸려 있다면 캄보디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국책 사업이 걸려 있는 곳이다. 게다가 베트남과 더불어 중국 상품의 라벨 갈이화에 따른 대미 우회 수출의 최대 활성화가 되어 있는 곳이기에 미국이 부과한 관세율 49%도 이와 같은 우회 수출 및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본래 캄보디아는 중국과 매우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심지어는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크메르 루주 정권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중국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어 훈 센 총리 시절 때인 2016년 10월 13일에는 시진핑이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원화로 약 2,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물론 여기에 일대일로의 연결을 위한 지원일 것으로 보여 진다. 당시 훈 센 총리는 2018년 7월에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반대파를 견제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동원해 야당을 해산해버렸다.
야당 의원 118명의 정치 활동이 금지되면서 미국과 EU는 민주주의 체제의 위협화 인권 침해 등을 내세워 캄보디아에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이 직접 나서 2018년 캄보디아 총선에 필요한 장비들을 지원했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 필요한 컴퓨터, 인쇄기, 복사기, 카메라, 투표함 등 30여개 장비를 직접 지원했는데 이러한 지원은 2018년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 벌어진 캄보디아의 지방 선거에도 중국의 무려 1,170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지원한 바 있다. 중국은 훈 센을 밀어줌으로써 캄보디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었다.
이어 캄보디아는 태국, 베트남과 사이에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었기에 방어 무기들이 적극 필요했었다. 이는 태국과 베트남이 이미 최신예 중국제 VT4 탱크와 러시아제 T90S 탱크를 배치했었기 때문인데 중국은 캄보디아에 탱크, 장갑차 100대를 무상제공했다. 캄보디아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18% 급등했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대 중국 수출품은 쌀, 타피오카의 원재료인 카사바, 캐슈너트, 야자유, 고무 등 농산물이 대부분인데 비해 캄보디아의 중국산 수입품은 자동차, 오토바이, 건축자재, 직물, 담배, 비료 등 다양한 품목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중국은 캄보디아에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 중국은 캄보디아와 군사 관련 비밀 계약을 체결하고 캄보디아 해군 기지인 리암 항을 중국 해군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확보했다. 중국은 이 항구를 30년 동안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향후 10년마다 계약을 경신하기로 했다. 중국은 두 개의 부두를 추가로 건설했으며 한 곳은 중국군이, 다른 한 곳은 캄보디아 군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중국 자본이 들어갔다.
물론 캄보디아는 남서부에 위치한 리암 해군기지가 중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발했지만 이미 타이만 일대에 중국 군함들이 리암 기지를 주둔지로 두고 순찰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중국이 조차한 것으로 보여 진다. 게다가 리암 항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최대 투자하고 있는 시아누크빌 일대를 보호할 수 있는 해안 요새로써도 활용가치가 높은 곳이다. 더불어 이 지역에 중국의 실존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계 캄보디아 자본의 가장 큰 재벌로 프린스 홀딩스 그룹이 있는데, 이 회사 회장인 '천 즈(陈志, Chen Zhi)'는 중국 출신이지만 캄보디아로 귀화한 인물이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사업이나 금융업, 시계 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보이며 훈 센 총리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는 리암과 시아누크빌 일대 부동산업의 가장 큰 손이다. 그리고 천 즈는 태자당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인물로 시진핑 및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다. 그리고 중국이 캄보디아에 일대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밀어 주고 있는 이유가 바로 천 즈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이후 시진핑은 9년 만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캄보디아는 훈 센에서 훈 마렛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엔 첫 방문이다. 이 때도 천 즈가 훈 센, 훈 마렛 부자와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과 노로돔 모니니엇 왕대비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 양국은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강화에 대해 논의했으며 정치적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재확인하는 한편 각종 경제 협력과 군사 안보문제, 그리고 문화 교류 및 전략적 협력 등 5대 주요 분야에 대해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중국-캄보디아 운명 공동체에 새로운 현대적 의미를 부여했는데 여기에 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부분에 있어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캄보디아 최대 국책 사업인 "푸난 테코 운하" 건설 사업이다. 이 운하 사업은 캄보디아 일대일로의 두 번째 야심작이라 볼 수 있겠다. 첫 번째가 시아누크빌 항의 "마카오화"에 중점을 두면서 리암 항구를 조차해 군항으로 만들어 타이만 일대를 "내해화" 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시아누크빌은 동남아시아 최대 카지노들이 몰려 있는 도시가 되었고 중국계가 도시의 권리 및 상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리암 항구를 군항화 시키는 것에 성공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두 번째가 메콩 강 장악에 이은 "푸난 테코 운하" 건설이다. 푸난 테코 운하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부 케프성의 타이만 바다까지 약 180㎞ 길이를 메콩 강 지류를 이용해 물길로 잇는 사업으로 여기에 캄보디아 GDP의 약 4%에 해당하는 17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대공사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겉으로 캄보디아가 주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뒷배경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캄보디아 1인당 GDP가 2,500달러가 채 안 되는데 이 같은 사업에 캄보디아 정부가 직접적으로 손 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배경에는 중국이 주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인 것이다. 게다가 운하 건설의 시공은 중국도로교량공사(CRBC)의 모회사 중국교통건설공사(CCCC)이다. 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국 기업들이 했지만 중국 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정부의 자금난 등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에 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이 운하에 최대 3,000재화 중량톤(DWT : 선박 자체 무게를 제외한 순수한 화물 적재 용량) 선박의 운항이 가능하게 만들어 내륙과 해상 수로를 새롭게 열게 하기 위해서 건설의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운하 굴착 뿐 아니라 선박 통과용 갑문과 항해 및 물류 인프라 등을 건설해 캄보디아를 싱가포르처럼 해양 무역에 중점을 두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시도였다. 물론 이 운하가 완공되어 활용이 된다면야 캄보디아의 중요한 내륙 수로가 생기게 되는 것이고 핵심 교통 인프라가 생성되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운영만 제대로 된다면 물류비를 대폭 줄이고 캄보디아 산업 또한 중, 고부가 가치 단계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재대로 개통 및 관리만 된다면야 캄보디아를 동남아시아 최빈국 Bic 3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중진국으로 급속도로 성장할 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업이 성공해서 잘만 운영될 수 있다면야라는 전제 조건이 성립 하에서다. 그런데 사실 필자가 동남아시아를 직접 다니며 관찰해 본 결과, 경제적 수익성으로만 본다면 이 운하 건설 사업은 매우 회의적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남부 케프성의 타이만 바다까지 약 180㎞에 달하며 길이가 매우 짧은 편이다. 게다가 메콩 강의 수역이 폭이 넓어 문제가 없지만 해당 지역으로는 새로 건설하는 운하 수역이다.
게다가 타이만으로 연결되는 하구 지역은 습지와 늪지가 많고 지반 자체가 허약해 일부 구간은 붕괴 가능성이 높으며 선박 회전율이 낮다. 즉, 대형 참사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류 효율성과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바로 이웃 국가인 기존 베트남의 항만들과 비교했을 때, 수출입적 거리나 이를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캄보디아가 베트남의 항구와 경쟁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애초부터 베트남은 해양 진출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진행한 반면, 캄보디아는 이제 막 해양 진출을 시작하려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경험도 미숙하다.
베트남의 주요 항만들은 글로벌 해운망에 통합되어 있고, 주변을 연결할 수 있는 도로와 철도 등 배후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 도로망 정비가 미흡하고 각종 인프라가 열악한 캄보디아와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결국 푸난 테코 운하 이용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각종 인센티브 부여하는 등 특별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베트남 항구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낫다. 그러나 이런 식의 운영 형태는 결국 마이너스로 간다.
또 다른 문제는 환경 문제다. 푸난 테코 운하는 메콩 강 유역을 관통하면서 새로 길을 내고 있는 편인데, 이 지역들의 생태를 보면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인구가 많고 생태계도 민감한 수준에 있다. 게다가 줄지어 있는 중화학 공장들이 많아 공업용 폐수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운하 공사는 안 그래도 어려운 사정의 메콩 강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파괴될 수 있다. 특히 캄보디아 특유의 열대 기후, 건기와 우기 간의 수위 변화는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생물의 다양성 보존, 아나콘다 같은 큰 뱀과 바다악어 등의 생물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가뜩이나 관리 소홀로 인한 수질 문제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어 운하는 관리가 생명이다. 노후화 되지 않도록 시설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고, 앞서 언급한 수질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그리고 인프라도 끝없이 개선해야 한다. 운하 건설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보수, 관리하는 측면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나간다. 그렇다고 캄보디아 측이 이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관리는 중국이 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진다.
안보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미국과 베트남, 그리고 태국이다. 이 운하가 중국 군함의 태국만 진출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 또한 무시못한다. 이에 대해 훈 마렛 총리는 운하의 수심이 약 5.4m에 불과해 군사적 용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그것이 그렇지만도 않다. 직접적인 군사적인 용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물리적인 메콩 강에 대한 중국의 통제는 그 어느 군사적인 위협보다도 더 큰 생존의 위협이다. 메콩 강은 중국 운남성에서 발원해 남중국해로 빠지는 동남아시아의 젖줄이자 생존 경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메콩 강 상류 댐을 건설해 통제에 들어갔다. 여기에 운하까지 건설하면 물줄기의 상당수는 운하를 따라 캄보디아의 타이만으로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베트남 남부 지역은 전형적으로 물의 양이 줄어들어 습지와 삼각주 일대는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환경적, 식량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확대되는 것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까지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운하 사업은 중국이 베트남을 컨트롤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인 부분도 한 몫하고 있다. 메콩 강 수운을 조절하여 베트남의 목숨줄을 움켜쥘 수 있는 것이고, 타이만으로 돌려 버리는 운하로 인해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을 고립시킴으로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는 일종의 "Control Strategy (통제 전략)"인 셈이다. 시진핑의 이번 방문에는 단순한 인프라 지원과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한 동맹 전선을 성립하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자신들의 앞마당인 동남아시아를 통제함으로써 점차 힘을 잃어가는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축소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철도, 항만, 운하 등 교통망을 통해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게 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최강국임을 굳히려는 것에 있다. 캄보디아는 지리적으로 남중국해와 가까워 중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교두보로 활용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곳이기에 여러 용도로 매우 중요한 국가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