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가 관할하는 카슈미르 지역의 인기 관광지에서 무장괴한들이 현지인 관광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26명이 사망했다. 당시 오마르 압둘라 잠무·키슈미르주 총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라 규탄했고,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가해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강조하면서 보복을 다짐했다. 한편 아직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진 단체는 없다.
다만 무슬림들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는 1989년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반군 활동이 이어졌으나, 최근 몇 년 동안의 폭력 사태는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인도 측은 이번 폭력적인 행위들이 파키스탄의 소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밝히고 인도 측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벌어진 잠무-카슈미르 지역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 분쟁과 더불어 인도-파키스탄 사이에 갈등의 역사를 재조명 해 보고자 한다.

카슈미르의 면적은 약 222,236㎢로 한반도의 면적보다 약간 작은 땅이고, 인도-파키스탄 국경과 인도-중국 국경이 지나가는 곳이다. 인도,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한 이후 양측은 계속하여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현재 카슈미르에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경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실효 지배 지역을 표시한 경계선통제선(Line of Control)이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분쟁의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심각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의 경우, 인더스 강이 기근 현상으로 갈수록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 많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카슈미르는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인데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 땅도 비옥해서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벼농사가 발달했으며 루비와 같은 보석들도 많이 생산된다. 또한 직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이자 카슈미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캐시미어(Cashmere)의 본고장이 이곳이다.
1947년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독립할 당시에 독립 카슈미르 인도 번왕국(Princely States)의 소속이었다. 이 당시 각 지역의 번왕국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각각의 편입될 것이 아니면 독립하여 존속하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무슬림 다수 인구를 지배하던 카슈미르의 힌두교도 번왕은 인도로의 편입을 원했지만 무슬림들의 격렬한 반대로 고민하다가 카슈미르의 독립을 선택했다. 따라서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의 편입 요청을 거절한셈이 되었다. 하지만 카슈미르에 소재하던 다수의 무슬림들은 이와 같은 독립에 대해 반대하였고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병대들이 카슈미르를 침공하기 시작하자 카슈미르의 번왕은 인도에 지원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파키스탄에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들은 인도로 편입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결정이 현재까지 거의 80년 동안 이어지는 카슈미르 분쟁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러한 선택이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쟁의 결과 카슈미르는 지금과 같은 인도-파키스탄의 분쟁 지역으로 분단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현재 카슈미르 지역의 상당수 지역을 영유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이다. 인도는 카슈미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거주 인구 77%가 파키스탄계 무슬림으로서 인도의 주(州)들 중에서 무슬림이 힌두교인보다 많은 유일한 주(州)이기도 하다. 카슈미르가 대한민귝 면적의 두 배의 영토이니 만큼 카슈미르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불교와 힌두교가 우세한 지역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무슬림들이 압도적이다. 인도의 무슬림들은 인도 국내에서 심한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는데 카슈미르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카슈미르 지역의 무슬림들은 파키스탄과 병합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무슬림 주민들은 기회가 되면 시위를 벌이며 독립을 주장하거나 파키스탄으로의 귀속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인도 정부가 이를 허용할리가 없기때문에 주둔하고 있는 인도군과의 마찰이 심한 편에 속한다. 게다가 히말라야와 연결되는 지진대가 지나가는 지역이라 2005년 10월 8일에는 파키스탄이 점유한 카슈미르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약 80,000명의 주민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카슈미르의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파키스탄 국기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파키스탄의 독립기념일인 8월 14일에는 항상 축제를 벌이고 있다. 물론 인도에서 이를 두고 치안의 문제를 우려해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축제를 벌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인도군 또한 이를 강하게 단속하지는 않고 있다. 이들을 강하게 단속했다가 무슬림들과 사이에서 극한의 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카슈미르의 이슬람 무장 단체들은 카슈미르의 독립과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요구하며 인도 군경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이번 테러도 그동안 벌어져 왔던 테러 행위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분리주의 무장단체들의 성향도 카슈미르 공화국 독립을 추구하는 측과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추구하는 측으로 양분되어 있어 이들 간의 사이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물론 인도군의 군세가 워낙 강력하고 주기적으로 토벌전에 나서고 있어 여타 이슬람 반군들처럼 주요 도시들은 공격하지 못하고 주로 산악과 농촌에서만 활동하며 이슬람 원리주의적 성격을 띄고 있다. 한 때 이들은 ISIS와 알 카에다에 지지 성명을 보내며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카슈미르에 주둔한 인도군과 인도 경찰이 카슈미르 주민들의 분리 독립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슈미르 무슬림들에 대한 살인과 고문, 성폭력 등 잔혹한 인권 탄압으로 인해 인권 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받으며 여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인도군이 시위하던 주민을 군 차량의 인간 방패로도 쓰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을 지시한 당시 인도 장교는 인도군 참모총장에게 포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를 비난하는 파키스탄도 정작 파키스탄 영토에 속해 있는 아자드 카슈미르(Azad Kashmir)와 길기탄 발티스탄(Gilgit-Baltistan)에서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어 기타 주민들과 인권단체들에게 비난받고 있는 현실에 있다. 더불어 카슈미르의 이슬람 원리주의 반군들도 주민들에게 폭력을 저지른 사례들이 나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양쪽 모두에게 카슈미르 주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파키스탄은 이와 같은 인권 탄압 사건을 빌미로 인도를 인권 탄압 국가라고 비난하고, 인도 또한 파키스탄에 대해 이슬람 테러 집단을 지원하여 사태를 악화시키는 테러 지원국이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행위들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서로가 각자의 영토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양국에 대한 정치적 자존감으로 인해 선전성의 성격이 짙다. 두 나라만의 영토 분쟁인 것으로 나타난 카슈미르 지역에 이번에는 중국까지 분쟁에 끼어들었다. 중국은 친파키스탄적인 행적을 취하며 경쟁국인 인도를 견제했다. 게다가 중국은 파키스탄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대일로의 중심국가로 여기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파키스탄의 약화는 아라비아해로 진출하여 남아시아 일대일로의 완성을 계획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카슈미르 동쪽 아크사이친(阿克赛钦) 지역을 1962년에 발발한 중국-인도 전쟁 도중에 점거하여 실효 지배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두고도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또한 심각하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카슈미르 지역은 3개 국의 이해가 걸린 분쟁으로 세계의 화약고에 속하며 제3차 세계대전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분쟁 지역으로 꼽힌다.
2011년 9월 19일 인도가 베트남과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석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중국군이 카슈미르 지역에 위치한 인도군 벙커를 공격해 파괴하고 철군했다. 이어 2017년부터 다시 분쟁의 강도가 높아지더니 2019년 2월에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공습했고 이에 대한 파키스탄의 보복 공격까지 이어지며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우려를 낳게 했다. 그러나 이를 중국이 중재하면서 그나마 위기를 넘겼지만 2019년에는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기를 격추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같은 해 8월,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를 규정한 헌법 370조를 대통령령으로 무력화시키고, 잠무-카슈미르를 주(州) 지위에서 박탈해버렸다. 그리고 동부의 라다크 지역을 분리해 카슈미르 지역을 두 개의 연방 직할령으로 분할하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조치에 앞서 모든 통신이 차단되고 잠무-카슈미르 전 지역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지역 정치인들은 가택 연금에 처해지게 되면서 인도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파키스탄 정부와 직접적인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인도 헌법 370조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대해 자치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 자체적인 헌법, 국기, 그리고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령이다. 물론 외교, 국방, 통신은 연방 정부가 권한을 갖는다. 그와 같은 결과로 인해 잠무-카슈미르는 영주권, 재산권, 기본권을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외지 인도인들이 카슈미르에서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정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헌법 370조가 대통령령으로 인해 완전히 무력화 되면서 사실상 폐지되었고 인도 정부가 직접 통치하는 정부 직할령이 되면서 이는 오히려 파키스탄 정부를 자극하게 만들었다.
370조 무력화와 더불어 카슈미르의 주 지위를 박탈하고,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라는 두 연방 직할지로 격하하면서 사실상 인도 다른 지역만도 못한 속령급 지위를 부여해 버리면서 카슈미르 문제만큼은 직접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카슈미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들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2025년 4월 22일 스리나가르 동쪽 50km 지점의 파할감(Pahalgam)에서 '레지스턴스프론트(TRF)'라 불리는 지역 무장 단체에 의해 테러가 발생했다.
이들은 "아버지에게 이슬람 경전을 외워보라 시켰는데 못 외우니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소 24명이 사망했으며 인도는 파키스탄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파키스탄과의 인더스 강 수자원 협정을 잠정 중단시켰다. 파키스탄과의 주요 육로 국경인 와가-아타리 검문소를 폐쇄했으며 48시간내 인도 내 파키스탄 국적자는 인도에서 추방령이 떨어졌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무역 중단을 선포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은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