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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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중론자이며 혐중론자다. 중국을 극도로 싫어한다. 비교적 최근까지 나는 러시아,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각종 규제로 말려 죽이고 싶어했고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중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동남아시아에 있으면서, 베트남과 라오스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접하고, 경험해보니 중국의 자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그들의 현실을 보았으며 베트남은 중국과 친중국 국가에 둘러 싸여 있는데도 중국과 대립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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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중국 수출 의존도,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사실 베트남은 지금 엄청난 위기에 있다. 친중국 성향의 라오스, 크메르 루주를 축출해줬지만 이를 주권 침탈로 생각하는 베트남에 다소 적대적인 캄보디아, 이 캄보디아 또한 친중 국가다. 이들 중국과 중화권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베트남은 마냥 미국에게 의지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고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으로 적절히 견제하면서 그렇다고 마냥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한국, 러시아, 일본, 호주를 친구로 만들고, 멀리 EU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현상들로 볼 때 우리는 베트남보다 오히려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다. 


북한과 중국이 위협적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고 일본과 가까이 있으며 일본을 통해 미국과 혈맹국이다. 사방이 막혀 있는 베트남보다 그래도 일본 쪽에 숨통이 트여 있는 우리가 훨씬 사정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를 경험해보니 이제는 중국을 멀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든 싫든 우리 이웃 국가고, 미국보다 더 빠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의 말 한 마디면 최소 하루는 효력이 유예될 수 있지만 중국의 말 한 마디면 효력 유지는 불과 2시간 안팎인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중국은 멀지도, 가까이 하지도 않게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균형외교인 것이고 베트남처럼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등, 적당히 거리 유지해야 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래서 해외를 나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그냥 인터넷으로 방구석에서 검색만 해갖고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과거 중국의 경우, 사드 하나 가지고 경제 봉쇄론 및 헌한령으로 인해 문화 교류 제한까지 했다. 우리는 중국의 여러 봉쇄조치 및 제재 등에 대해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 난다고 치면 미 함대가 일본이나 오키나와에 올라오는 것보다 중국 함대가 산동 웨이하이에서 올라오는게 거리상으로 더 빠르다. 그러니 중국의 존재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미, 중 사이에 균형 외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에 있는 국가일수록 더욱 균형을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에 반도체 핵심 원자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전년보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미세한 회로가 새겨진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실리콘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다. 각종 전자 기기에 들어가 있는 원자재 부품은 죄다 중국제다. 스마트폰, 노트북, 각종 컴퓨터, TV, 에어컨, 냉장고, 심지어 자동차 부품까지 중국제 아닌게 없다. 

 

원자재의 가격이 저렴하고 거리도 가까워 물류 운송비 또한 타국에 비해 저렴하다. 게다가 중동에서 끌고 오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도 중국의 영해를 건너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 수출품 또한 거대한 함선의 컨테이너를 실어 인천항에서 출발, 중국 영해를 통과한다. 만약 중국이 우리의 원자재 수입을 막고 서해 영해 통과를 불허하면 우리는 삽시간에 석기 시대로 내려 앉을 수 있다. 그러면 이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이 있나? 


예를 들어 조선 시대 때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 균형을 잡지 못해 명나라 편을 들었다가 청나라의 침공을 받아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 명, 청 간의 균형외교를 하지 않고 명나라에 편향한 결과가 그것이다. 청나라도 최소한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배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필요이상으로 명나라에 편향하니 청나라 입장에서는 후방 안정을 위해 조선을 무력으로 굴복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조선은 화를 당했고, 청나라의 종속국이 되었다. 이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편향외교로 인한 대참사다. 그런데 균형 잡힌 중립외교를 펼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패권국은 없다. 과거 로마도 그러했고, 가까이는 중국 청나라도 대외 정책에 있어 균형외교룰 하는 책봉국에 대해서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양다리 놓으며 중립외교 한다고 미국이 필리핀에 공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었다. 필자가 학부 시절 교양과목으로 외교학에 대해 들은바 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oo한 것에 한 해 최소한" 이라는 외교 용어다. 더불어 우리는 미, 중, 러 격돌에 아주 민감한 지역에 존재한 최전선 국가다. 그래서 한국은 가장 현명하게 균형 외교를 해야 하는 나라다. 이렇게 10살짜리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구제불능이다. 등 따시고 배부르니 배고픈 시절을 까먹게 되고 그러니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하려니 생각도 안 날 것이다. 그저 옛 추억으로만 남을 뿐, 실제로는 그 고생에 대해 완전히 둔감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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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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