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3(일)
  • 로그인
  • 회원가입
  • 지면보기
  • 전체기사보기
 

투르크(Türk)라는 말은 오스만투르크 제국 당대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투르크어를 모어로 하는 집단이 아니라, 척박한 아나톨리아 동부 지역에 거주하던 가난한 농민들이나 유목민 부류를 가리킬 때 쓰던 말이 투르키쉬였다. 가난한 민중들이나 시골 사람들과 같이 좋지 않은 지역 차별성 발언이었기 때문에 남을 욕할 때나 사용되었고 개인이나 집단 차원에서 투르크를 자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maxresdefault.jpg
사진 : The Origins of the Turkic People, 출처 :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152818

 

그리스와 발칸 반도 지역의 기독교도 신민들도 투르크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에는 민족이나 혈통과 상관없이 그냥 이슬람교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 혈통이고 그리스어를 쓰는 사람이라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면 그리스인들은 그 사람을 투르키(τούρκοι)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도 발칸 지역의 일부 국가들에는 무슬림을 모두 투르크, 혹은 터키 놈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남아 있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이라는 이름은 제국의 왕가인 오스만 가문에서 따 온 것이며, 오스만 가문은 제국의 초대 군주인 오스만 가지(عثمان غازى, Osman Gazi), 혹은 오스만 베이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오토만(Ottoman)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오스만 제국, 오스만투르크, 오스만투르크 제국 등으로 부르며, 과거에는 오스만 터키라고 하기도 했다. 터키어 발음으로는 투르크가 아니라 튀르크이기 때문에 오스만튀르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스만투르크나 오스만 제국, 나는 그 표현들 모두가 맞다고 본다.


이처럼 투르크가 민족 정체성을 뜻하게 된 것은 오스만투르크 제국 말기의 민족주의 물결에 따른 것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강성하던 시절에는 정부가 수많은 종족들을 지배했는데, 이 때의 제국은 신민들을 종교에 따라 나누어 다스렸을 뿐 민족 정체성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제국 말기가 되자 유럽에서 강하게 나타나던 민족주의 열풍의 영향을 받은 신민들이 민족 의식을 형성하고 단일 민족 독립 국가 건설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와 같은 독립운동들이 성공하면서 제국의 다민족국가적 특성은 점점 약해졌고, 거기에 더해 제국의 국력 자체가 쇠퇴하여 많은 영토를 유럽 열강에 잠식당하면서 제국 내에서 수니파 이슬람을 믿고 오스만어를 사용하는 아나톨리아 출신 사람들의 인구 비중이 전례 없이 커지게 되었다. 이 지역 패권 국가로서의 원조 격인 비잔틴 제국의 영토가 작아면서 매우 높은 밀도의 제국 내 정교도 그리스어 사용자의 상대적 비중이 더욱 올라갔기 때문에 제국 말기에는 사실상 그리스의 민족 국가나 마찬가지가 된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투르크 민족주의를 가리키기 위한 표현으로 재발견된 어원이 바로 투르크이다. 이후 투르크 민족주의가 제국 내에서 큰 지지를 받게 되고, 그 거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멸망시키고 투르크 민족국가를 표방한 터키 공화국이 건국되면서 투르크 민족이라는 개념이 이 때서야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투르크의 어원과 민족주의의 형성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