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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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평양 섬 나라인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 등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계속되자 파푸아뉴기니 총리인 제임스 마라페(James Marape)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날 마라페 총리는 이날 포트모르즈비에 14일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비상령에 따라 경찰 업무를 정지시키고 정부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비상사태는 11일부터 이어져 26일에 끝나기로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재까지도 비상사태는 계속 연장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이처럼 파푸아뉴기니의 소요 사태는 경찰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에 있어 삭감조치가 나온 것에 관련해 경찰청장과 재무부 관계자 등을 정직 처분한 사태까지 벌어져 여기에 불만을 품은 공직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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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파푸아뉴기니의 지도 및 영토,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게다가 경찰이 소득세 인상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경찰들의 파업으로 인해 치안 공백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폭동이 발생했고 상점들이 잇달아 약탈당하는 등의 범죄까지 발생해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수도인 포트모르즈비에서는 10일 오전부터 경찰과 군인, 교정 공무원 등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없이 2주 치 봉급에서 300키나(약 10만 5천원)의 급여가 줄어들자 파업하겠다며 시위에 나섰다. 물론 이들 공직자들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시위 소식이 소식이 알려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이는 시민들이 치안 공백을 틈타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일삼았고 각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분한 군중들은 의회와 총리실 앞까지 접근해 경비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상황을 제어할 경찰이 파업하고 없어 군인들이 겨우 치안을 도맡는 등, 이같은 무질서, 무방비에 노출된 사태를 해결할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더불어 포트모르즈비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진 제2의 도시 라에에서도 폭동이 일어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마라페 총리는 1,000명 이상의 병력이 필요한 곳에 투입될 수 있도록 대기 중이라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방위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에는 수천 명이 상점에서 물건을 들고나오거나 검은 연기가 도시를 뒤덮은 영상이 올라왔으며 이번 소요 사태로 두 도시에서 16명이 사망했다. 이에 경찰들이 일선에 복귀했지만 소요 사태는 계속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배경은 공직자들의 임금을 둘러싼 갈등, 치솟는 물가 및 높은 실업률 등이 한꺼번에 겹쳐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원인은 더 근본적인 부분에 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각하며 솔로몬 제도, 키리바시를 제외하면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 볼 수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1인당 GDP는 2023년 IMF 통계 기준으로 가까운 호주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인 인도네시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인도보다도 낮은 2,581달러로 1인당 GDP 순위도 190개국 중 139위에 불과한 나라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이 적어 대다수의 상품을 해외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물가도 개발도상국 기준에서는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1인당 PPP가 2023년 IMF 통계 기준으로 3,403달러, 191개국 중 163위로 동티모르, 에티오피아보다도 낮다. 국민의 39%가 빈곤한 상태이고 문맹률도 꽤 높다. 학생들이 갑자기 영어로 전환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문해율은 70%가 약간 안 되는 수준이고 이마저도 다른 태평양 섬 나라들보다는 높은 편에 속하긴 한다. 다만 이웃 호주의 영향으로 복지 제도는 그나마 갖추어져 있는 편이지만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중국과 호주의 투자로 경제가 발달하고 있다만 빈부격차는 여전히 해소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호주가 뒤늦게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국이 파푸아뉴기니에 진출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동부 태평양 지역 지정학적인 부분과 안보의 압박 덕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자본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세워지고 있어 중국에 경제가 잠식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는 파푸아뉴기니 서민들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개발을 자국민들에게 맡기지 현지 파푸아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도 없는 이들이 많고 파푸아뉴기니 정부 또한 실업율을 낮추는 것에 관심이 없다. 파푸아뉴기니 토종 기업도 거의 없고 서민들이 막노동하며 벌어들이는 돈은 하루에 3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되는 실직 상태 및 물가 상승 압박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파푸아 주민들에게 일자리는커녕 물가를 상승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그래서 이번 소요 사태 때 중국 대사관 또한 여러 중국 기업들이 공격받았고 중국인 몇 명이 부상당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마라페 총리는 대표적인 친중인사다. 작년 2023년 12월 11일 마라페 총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자원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 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에 참석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 중국과 안보 관련 논의는 없었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받아 들이겠다는 발언도 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파푸아뉴기니에 고속도로 건설과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마라페 총리는 중국의 이러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마라페는 파푸아뉴기니의 농산물 수출 절반은 중국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2022년 4월 중국과 솔로몬 제도가 안보에 관련된 남태평양 협정을 체결하면서 남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는 미국, 호주 등은 QUAD (인도·태평양 국제 기구)를 통해 중국의 남하를 저지하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오세아니아에서 호주 다음으로 국토 면적이 큰 파푸아뉴기니는 QUAD와 중국의 남태평양 전략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파푸아뉴기니에는 니켈과 구리, 액화천연가스(LNG)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자원 쟁탈전에도 QUAD와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에서 중국은 서민들의 인심을 얻는데 실패했고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속 경제가 침체되면서 마라페 총리는 다방면으로 압박받고 있다. 마라페는 이같은 서민들의 불만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작년 5월 미국과 방위 협정을 체결했고, 12월 7일에는 호주와 경찰력 지원 등 치안 협력에 초점을 맞춤 안보 협정을 맺었다. 안보 영역에서만큼은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발전이 뒤처져 있어 경제 발전 관련 중국과의 협력은 강화하길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파푸아뉴기니는 매우 풍부한 자원과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로 치안 상태와 부정부패 등이 개선된다면 앞으로 개발도상국 상태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다. 파푸아뉴기니의 인구 증가율은 상당하여, 2000년에는 570만 명이었던 인구가 2021년 918만 명까지 증가할 정도이다. 따라서 몇 년 뒤에는 인구가 1,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파푸아뉴기니의 평균 연령은 동남아시아보다도 훨씬 젊은 편으로 현재 평균 연령은 무려 22.5세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젊은 편에 속한다. 물론 충분히 선진적인 교육 받은 엘리트들과 문맹률을 낮추고 어느정도 교육수준이 평이한 인구가 많아져야 인구 증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불어 QUAD와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 지정학적으로 우세한 요인들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현재와 같은 소요 사태도 점차 사라지고 경제적으로도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고 2월 총리 불신임 투표 시행을 촉구하고 있는 야당을 어떻게 달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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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소요 사태와 QUAD, 중국의 남태평양 전략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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