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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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5.9 전승절에는 군사 퍼레이드가 끝나고 불멸의 연대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각계, 각 인사들에게 악수하며 인사하고 붉은 광장을 걸어 크레믈린 성곽 주변을 통과해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꽃"으로 가게 된다. "꺼지지 않는 영혼의 불꽃"은 러시아의 현충원과 같은 곳으로 제2차 세계대전부터 최근 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를 위해, 충성스럽게 싸우다 전사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각료들은 그곳에서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면서 나라를 위한 충(忠)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한다. 그러면서 각오를 다잡는다. 일각에서는 저것 또한 정치적인 쇼로 보지만 러시아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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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Военнослужащие во время парада в Москве, посвящённого 72-й годовщине Победы в Великой Отечественной войне. 출처 : РИА Новости

 

러시아에서 군인에 대한 애정은 매우 각별하다. 각 가정마다 군인이 있다하면 매우 자랑스러워 했으며 로마노프 제국 시절 때는 군인 집안이면 모든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군에 대한 국가의 대우와 예우도 아주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군의 체계를 비웃으면서 형편없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만약에 그 대우가 정말로 썩 좋지 않다면 러시아 내에서는 벌써 폭동이 일어나 푸틴 정권이 교체되었어야 했다. 러시아 시민들이 군대, 군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에 군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면 러시아 시민들의 성격상 절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군에서도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여 군 쿠데타가 발생해 현 정권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하느니 한다는 것은 러시아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그야말로 러시아의 군은 시민들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세계 최강 몽골군을 몰아냈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프랑스 나폴레옹도 격파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으며 나치 독일도 격파했다. 세계에서 이름 높은 역사적인 최강국들을 세 차례나 꺾었으니 시민들이 생각하는 러시아의 군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여군들을 보자면 제1차 세계 대전, 대조국 전쟁 때마다 급하게 투입했지만 이 때 큰 활약을 펼쳤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러시아는 여군을 양성하는 것에 아주 적극적이다. 소련도 일반 소총수로는 여군을 배치하지 않았지만 소련의 여군은 통신병이나 간호병과 같은 전통적인 여군의 영역은 물론, 전차병, 저격수나 전투기 조종사로서도 큰 활약을 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영웅이 된 한 여성 저격수가 말하길 저격수는 인내심과 꼼꼼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에 맞는 병과라면서 군의 커리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소련의 여군은 대조국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고 많은 여군들이 소련 영웅이 되었다. 


이와 같은 여군들도 대조국 전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퇴역 조치가 내려졌다. 소련이 해체된 오늘날에도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된 대조국 전쟁 참전용사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를 비롯한 주변 CIS 국가에서 모두 존경을 받고 있는 편이다. 다만 당대 소련 여군들은 승전의 영광을 남성 군인들에게 빼앗긴 채 침묵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후에도 PTSD 장애를 앓았던 군인들이 많았으며 군대에서 상대 남성 군인들을 성폭행 했던 문란한 여자라는 지역 사회의 편견 때문에 고통 받은 여군들이 많았다. 특히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여류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Светлана Алексие́вич)의 대표작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У войны не женское лицо)>는 대조국 전쟁에서 활약한 여군 용사 200여 명 이상을 인터뷰한 논픽션으로 작품으로, 당시 여군들이 겪은 고통과 투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당시 여군들의 활약은 후세의 여군들에게도 계승되고 있으며 이에 일정한 영향력과 전통으로 남아,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사관학교에서 따로 여성을 받아 들이고 있으며 모스크바에서는 중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하는 여군 학교까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여군학교 생도들의 평균 연령은 14세 정도이고 러시아에서 여성은 징병 대상이 아니다. 현재 러시아 국방부의 여자 기숙 학교는 군인의 딸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20년 이상 근속한 군인 및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군인의 딸들에게 우선 입학권이 주어진다고 한다. 매년 11세 소녀 120명 이 입학하지만 희망자는 훨씬 더 많다. 경쟁률은 6대 1이지만 40대 1까지 되기도 하는데, 이는 러시아 최고 대학들의 경쟁률과 비슷하다. 물론 기숙학교를 다니려면 부모의 공적이라는 배경만 가지고 뽑히지 않는다. 건강과 쉬꼴라(러시아의 중등학교) 기간 동안의 학업 성취도 면에서도 뛰어나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여자 군 기숙학교 후보자들을 테스트하며, 교육자들이 러시아어, 수학 및 각종 외국어 지식들도 테스트를 거친다.


모스크바에 있는 군 기숙 사관학교 학생 840명은 완전 국비 지원을 받으며 방학 때만 집에 갈 수 있다. 교육부가 아니라 국방부가 승인한 계획에 따라 공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도들은 군사과목도 배우지만 수영, 승마, 피겨 스케이팅, 레슬링, 심지어 펜싱까지 각종 운동도 익히고 화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악기 연주도 가르치며 기숙학교에는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드러머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매년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구원의 탑(Спасская башня)’ 음악 축제에 참가한다. 이처럼 여군 사관학교는 군대에 관해 최고의 엘리트들을 키워낸다.


현대 러시아는 약 5만 명의 여군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대조국 전쟁 이후에는 직접 전투에는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물론 여성을 전투와 비전투로 구분하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 불문율은 모든 부대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진다고 한다. 그리고 분쟁지역에서 파병은 이루어지지만 전투참여는 하지 않는다. 사실 대조국 전쟁 이후 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아야 할 중요한 여성들을 전투에 내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2019년 이후로는 러시아 병역법이 바뀌어 여군도 보병, 저격, 전차병, 포병 등 전투 병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직 특공 및 특임대와 특수부대는 지원하지 못한다. 하지만 러시아 여군 장병들 자체는 남성 군대에 뒤지지 않는 애국심과 전우애가 투철하고 강인한 병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실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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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5.9 전승절에는 어떤 행사가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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