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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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기사를 보고 참담함을 금치 못했는데 한국에서 기부(Donation)에 대한 의식과 관련된 만연해진 풍조가 있다. 인류 사회에서 어떠한 의식이 형성이 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 잡는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기부 문화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평소 그 나라 국민들의 기부에 대한 의식과 인식이 어떤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럼 한국의 기부 문화와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의식이나 인식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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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23년 가지안테프 대지진 당시 터키와 시리아에 보낸 구호품을 실은 차량, 출처 :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반응, 나무위키

 

한국에서의 기부(Donation)에 대한 인식은 말 그대로 내가 나보다 못한 자에게 베푸는 일종의 "생색(Patronage)"에 가깝다. 뭔가 내가 베풀었다는 보여주기 식이 대부분인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기부를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내가 본 대다수의 사람은 순수한 의미의 기부와 봉사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진정으로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기부나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 순수하지 못한 발상은 어떠한 목적이 행해지도록 만든 과정이라는 것에 그칠 뿐, 진정 어린 마음이 없다. 일반적으로 자선이나 대의를 목적으로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이 기부인데 많은 한국의 기부자들은 대가와 보답을 바란다. 물론 대놓고 직접적인 보답이 아닌 간접적인 대가와 보답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기부 중, 이미지 메이킹(mage Making)이나 이를 이용한 이미지 세탁을 위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즉,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이 의미는 프랑스의 작가 겸 정치가인, 레비 공작 피에르 가스통 마르크(Pierre Marc Gaston de Levis, 1764~1830)가 1808년에 『격률과 교훈(Maximes et reflexions sur differents sujets)』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사회주의적, 자유 민주주의적 등의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상류층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사회에 공헌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상류층이 아닌 일반인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의 실천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이를 상류층이 거지에게 적선하듯 베풀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될 수 없다. 받은게 있으면 솔선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의미를 마치 "적선"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내어 같은 위치에서 그 아픔을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식으로 접근해야지 위에서 아래에게 베푼다는 방식은 그 위치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갑질한다는 의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와 구호의 목적은 "같은 위치에서 그 아픔을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이루어져야지 그 외에 다른 목적을 갖고 있거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목적을 세우는 것은 결코 좋은 행위가 아니다.


터키와 시리아의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보내는 구호품에 더러워진 옷들이나 짝을 잃어버린 여름 신발 등이 가득하다고 한다. 이는 자기가 쓰다가 선심쓰듯이 버릴 곳이 없어서 터키와 시리아에 버리자는 것과 같다. 현재까지 터키로 전달된 국내 구호물품만 40톤 가까이 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는 못 쓰는 물건들이라 한다. 이는 평소 한국인들의 구호 물품 보내거나 기부할 때 자세가 고스란히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듯이, 이 온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갑질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제적 이미지를 더럽게 만드는 민낯이다. 한국의 기부문화, 스스로 정제하여 뭔가 바꿔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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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지안테프 대지진 당시 한국에서 터키에 보내는 구호품과 기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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