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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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인 11일, 러시아와 베트남은 전승절 이후,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또 람 총비서 간의 소규모 대화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두 나라 대표단 구성원이 참석한 공식 조찬 형식으로 이어졌다. 회담 이후 두 정상은 러시아-베트남 간 주요 방향성에 대해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공동성명들 중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베트남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문제이다. 


화면 캡처 2025-05-13 045304.png
사진 : Party General Secretary To Lam and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출처 : VNA

 

베트남은 지난 2023년 여름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차례 최악의 전력난을 겪었었다. 더불어 베트남은 지속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정전이 잦은 편이다. 베트남 전국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2,600만여 가구 중에서 5월의 전력량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5월부터 베트남의 더위는 심해지기에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게 된다. 베트남의 시골에는 이유 없이 전기가 나가 1시간 가까이 들어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도시의 경우,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아니고는 발생하지 않는 일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가 나가는 상황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발전 용량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을 내 전기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되지만 여하튼 잠깐씩 나가는 전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을 겪은 것이 여러 차례 존재한다. 베트남은 주로 화력발전과 수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충당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베트남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수력 발전은 37.6%를 차지했고 석탄과 가스가 각각 34.3%, 17.8%로 뒤를 이었다. 화력 발전이야 연료를 때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니 비중이 높은 것이 이해가 가지만 수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놀라울 정도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베트남은 남부 메콩 강 인근에서 활발한 수력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에 의지해야 하는 수력 발전은 부침이 심한 편인데 이는 중국이 메콩 강을 수운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베트남은 심각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베트남 남부 꽝남에 위치한 붕강 4번 수력발전소가 강물이 메말라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빠졌고 2번 수력발전소도 역시 물 저장량이 25~30%까지 떨어져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서북부 호아빈 다강에 위치한 베트남 최대 수력발전소인 '호아빈' 역시 댐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래서 베트남은 라오스에서 올해 200㎿의 전력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력난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베트남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공산당 정치국이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산업통산부는 국가 전력 개발 계획(PDP8)상의 주요 전력원을 검토한 결과 2026년~2030년 국가 전력망의 전력 용량이 부족해질 위험이 상당하며, 이는 에너지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국가 전력 개발 계획은 전국 발전 가능 용량을 지난해 말 80GW(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50GW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베트남 정부는 풍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전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규제와 비용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베트남은 지난 2009년 원전 2기 개발 계획을 승인하고 2030년까지 원전 총 14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커지자 2016년 원전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베트남 정부와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팀 코리아’가 베트남 원전을 수주하려 했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이 베트남으로 건너가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팀 코리아가 베트남 산업부와 원전 발주처를 상대로 기술설명회를 열었었다. 베트남 또한 2009년 베트남의 첫 원전 사업으로 추진한 닌투언1, 2원전 프로젝트를 되살리기 위해 원자력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던 한전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25년 1월 14일 러시아의 미하일 미슈스틴(Михаил Мишустин) 총리가 하노이에 방문하여 원자력 에너지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의 로사톰 측은 ① 원자력 발전소 건설, ② 첨단 원자력 연구센터 설립, ③ 기술 이전, ④ 자력 제품의 현지화, ⑤ 원자력 과학 및 산업 발전 등을 포함한 장기적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베트남의 원자력 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술 이전을 통해 베트남의 자체적인 원자력 기술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베트남과 협력하기로 하고 베트남 원전을 정식으로 수주했다. 이는 즉, 대한민국의 한전이 수주하기로 한 것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이는 한전이 원전 수주한 것이 유력했던 것이 이날 러시아와 베트남의 밀착으로 인해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베트남이 대한민국에서 러시아로 원자력 관련하여 사업 수주를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것이 베트남의 안보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중국의 메콩 강 통제로 인한 실존적인 위협을 받고 있으며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있어서도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맞서기 위해 시진핑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연대 협력을 요청했지만 베트남은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은 베트남에 무지막지한 투자러쉬로 베트남 경제를 잠식시키려 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이를 매우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오랜 우방이자 혈맹인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급선무다. 중국이 베트남에 자행하는 위협적인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였고, 2030년까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체결함으로서 든든한 보험까지 들었다. 베트남은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오히려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하고 혹시나 모를 중국의 위협과 영향력 행사에 적극적인 면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중국을 견제할 파트너로써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러시아 또한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지역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은 러시아에 군사무기 수입량을 늘렸다. 실제로 러시아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베트남 무기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토와 영해 보전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전투기들과 미사일 등의 무기들을 추가 구입할 예정이다. 거기에 러시아로부터 베트남 원전 건설 이면에 기술 이전까지 약속받았다. 러시아로부터 베트남에 원자력 기술이 이전되면 베트남 입장에서는 플루토늄을 만드는 것은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핵 연료 재처리(Nuclear reprocessing) 과정이 끝난 뒤, 사용이 끝난 핵 연료를 녹인 후 쓸모 있는 우라늄,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기술이 장착되면 핵 무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지는 것이다. 원전만 지어주고 기술 이전에 대해 즉답을 피한 대한민국의 한전에 비해 기술 이전까지 시켜주려는 러시아 측으로 베트남이 돌아선 것은 어쩌고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미적거리는 동안 그 사이를 러시아가 파고 들었고 결국 베트남은 러시아로 인해 자국의 안보 및 핵 무장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상호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미적거리다가 선수를 빼앗긴 셈이 되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집단들 중 무능하지 않은 집단이 없다고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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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베트남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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