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0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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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이 열렸다. 미국 대표단도 있었지만 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채, 궁전 내에서 타결을 기다리고 있었고, 터키가 중재자가 되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우선 이 협상의 장소가 돌마바흐체 궁전이라는 것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 독립과 평화의 상징인 곳이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제가 폐지되고 터키의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공화국을 건설하고는 이곳에 입주하면서 터키 영토 내의 모든 전쟁에 대한 종식을 선언했다. 따라서 터키 독립전쟁과 그로 인한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 반도의 평화를 선언한 역사적인 곳이다. 이곳을 중재국인 터키 측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선정했던 것은 양국의 전쟁 종식과 아타튀르크의 평화주의를 강조하여 양국의 평화를 찾아오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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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urkish Foreign Minister Hakan Fidan chairs Turkiye-Russia-Ukraine Trilateral Meeting at Dolmabahce Presidential Office in Istanbul, Turkiye on May 16, 2025. 출처 : UN welcomes Russia-Ukraine peace talks in Istanbul, AA

 

그러나 회담이 시작된 이후, 그러한 중재국인 터키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이다.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에 먼저 가 있던 젤렌스키는 "우크라아나의 최우선 과제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이며 진정성 있고 투명한 휴전(Головним пріоритетом України є повне, безумовне, справжнє та прозоре припинення вогню)"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주장 자체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이는 휴전에 대한 명확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전쟁에서의 휴전은 그에 상응하는 조건과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여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무조건 휴전(Безумовне припинення вогню)"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10여년 전, 민스크 협정 이전부터 여러차례 우크라이나와 집단서방에 속아온 러시아는 이번에야말로 속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휴전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명확하지 않은 조건과, 휴전을 위해 무엇을 합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행동했다. 


오직 그들 우크라이나에게는 그저 "무조건 휴전(Безумовне припинення вогню)" 하자는 내용만 반복될 뿐이었다. 휴전에 대한 구체적으로 명확한 플랜이 없다면 이는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다. 반면 러시아의 휴전에 대한 조건과 요구는 명확했다. 휴전을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취지는 동의했지만 휴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조건은 ① 우크라이나 내 최악의 살상무기에 대한 비무장화, ②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③ 우크라이나 내 비나치화, ④ 돈바스 4개 주와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유권 인정 등이다. 이는 개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아주 획일적이고 명확한 요구 조건이다. 이 조건들만 받아들여지면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종료할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은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 러시아가 바라는 것은 우크라이나 지역의 영구적인 평화다. 고작 3일이나 30일 휴전 따위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멸망시키겠다고 한적이 없고, 젤렌스키를 직접적으로 제거해서 반러 세력을 일소화하겠다고 직접 언급한 적도 없다. 만약에 젤렌스키를 직접 제거하려 했다면 키예프 대통령궁에 오레슈닉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까지 인내심을 갖고 젤렌스키의 개심을 기다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심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러시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푸틴 대통령 또한 젤렌스키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인내심을 계속 시험하면서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공동으로 인정하는 부활절 휴전에 관한 문제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승절 문제다. 러시아는 이 때도 잠시 휴전을 제안했었다. 부활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잠시나마 평화와 안식을 갖고자 하는 의미의 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의미를 저버리고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전승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소련으로 한 국가였고 나치 독일과 전쟁 당시 서로의 등을 맡기던 든든한 전우였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했던 우정을 생각하며 평화의 여지를 남겨두려 했던 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이 때도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평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태까지 평화를 거부하고 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보여왔다. 그러던 우크라이나가 이제와서 휴전을 언급하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푸틴 대통령이 이스탄불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필자가 볼 때,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 및 휴전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앞서 제안했던 그 30일의 휴전 기간 동안 뭘 할 것인지도 어느 정도 답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열을 재정비하고 EU나 영국,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받아 러시아와 싸울 준비를 보충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러시아와 싸울 수 있는 바흐무트나 마리우폴 아조프스틸과 같은 요새지들을 몇 군데 더 구축할 것이다. 그러면서 끊임 없이 항전하여 전쟁을 장기화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애초부터 평화에 관심이 없고, 무엇보다 휴전할 마음이 없다. 


이는 보여주기식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으며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러시아에게 지우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협상은 예상했던데로 큰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양국이 1,000명씩 포로를 교환하자는 내용에 합의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젤렌스키가 만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기에 이는 그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진정성 없는 회담에 푸틴 대통령이 나타날 이유가 없는데 규탄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EU가 러시아에게 유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상호 간에 수립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EU 또한 이스탄불 회담에 그 지도부들 중 어느 누구도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평화에 대한 진정성 또한 떨어진다는 입증했다. 전쟁을 계속 이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갈수록 유럽은 더욱 고통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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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상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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