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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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음은 일상이 아니다 — SPC가 경시한 ‘한 사람의 생명’

사실관계 확인 키워드: SPC 제빵공장 사망 사고, 반복된 중대재해, 노조 탄압 정황, 안전관리 미비, 불매운동


● 사건개요

2025년 5월 19일 새벽 3시. 경기도 시흥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도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이는 참극이었다. 이미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SPC의 계열 공장에서 유사한 '끼임 사고'로 각각 20대와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졌다. 사고 유형도, 희생자의 성별도, 심지어 현장 작업 방식조차도 거의 바뀐 것이 없다.

문제는 이 죽음이 ‘예외’가 아닌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기계 작동 중 유지보수, 2인 1조 원칙 미준수, 노후 설비, 감지장치 부재는 지난 사고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SPC는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과했고 “안전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사망은 그 모든 약속이 공허했음을 다시 증명했다.


● 발생 원인

‘사람’은 위험하니 조심하라며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존재다. 그런데 SPC는 이 기본을 잊은 듯하다. 이번 사망 사고는 작업자가 몸을 기계 안으로 넣어 윤활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공장을 '풀가동'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지속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게다가, 공정이 잠시라도 멈추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기계를 끄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했다는 점은 조직의 생명 경시 문화를 보여준다. 사람보다 시스템이, 생명보다 공정 효율이 우선시되는 구조다. ‘죽음을 유발하는 시스템’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관리 소홀이 아니라 구조적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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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 규모

단순한 사망자 수만을 본다면, SPC의 책임을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피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피해자는 일터에서 안전을 기대하며 생계를 꾸리던 평범한 노동자들이며, 그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사고 이후 심리적 충격에 시달리는 동료들, 불안에 휩싸인 다른 공장의 노동자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제빵기사들까지 — 이들은 모두 SPC의 생명 경시 태도의 피해자다.


● 현재 상황

시민사회는 행동에 나섰다. SPC 불매운동이 전 계열사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C 계열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며 제품 소비를 중단하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매출 하락에 한숨을 쉬지만, 책임은 가맹점이 아니라 본사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를 예견된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고,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 향후 대응 및 과제

SPC는 이번에도 공장 가동 중단, 사과문 발표, 사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노동자들은 더 이상 ‘형식적 사과’에 기대지 않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시스템의 반복된 실패’이자, 나아가 ‘생명에 대한 철학 부재’다.

회사의 안전경영위원회가 단순한 형식에 그친다면, 그것은 윤리적 실패이자 범죄 방조다. SPC는 이제야말로 근본적인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단순한 안전 장비 도입이나 매뉴얼 개선을 넘어, 전사적 안전문화 전환 없이는 이 죽음의 반복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 칼럼은 단지 SPC 하나의 기업 윤리를 문제 삼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노동 현장에서 생명이 경시되는 구조, 죽음이 익숙해지는 무관심, 반복된 사고에도 바뀌지 않는 기업 문화 —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비극은 숙명이 된다. 하지만 숙명은 바꿀 수 있다. 그것은 오직 ‘책임’을 묻고, ‘변화’를 강요하는 사회적 연대로부터 시작된다.

 

SPC의 이익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바로 한 사람의 생명이다. 그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기업은 신뢰를 잃고, 사회는 존엄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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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또 죽음을 반복하다…기업 문화에 생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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