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없이 센강을 건넌 남자, 그의 곁에 늘 아내가 있었다
부부의 날에 더욱 빛난 철인보다 강한 사람, 김황태… 그를 지탱한 이름 ‘진희’
[20250522 서울]두 팔 없이 센강을 건넌 남자, 그의 곁에 늘 아내가 있었다
패럴림픽 철인3종 경기에 나선 김황태와 ‘핸들러’ 아내 김진희의 24년 이야기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 전 세계에서 모인 강자들 속에, 팔이 없는 한 남자가 있었다. 김황태(48). 그는 장애인 철인3종 국가대표로, 수영 750m, 사이클 20㎞, 달리기 5㎞를 완주했다. 센강의 유속을 온몸으로 버티며 건넜고, 낯선 도시의 트랙 위를 두 다리로 누볐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모든 순간, 그의 곁엔 '핸들러' 아내 김진희(47)가 있었다.
2000년 여름, 23세 청년 김황태는 고압선 공사 중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었다.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의사의 말 뒤엔 끝없는 절망이 따랐다. 술잔조차 들 수 없는 현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무너질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한 김진희 씨가 그를 붙들었다.
두 팔을 잃은 것은 신체적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일상, 자존감, 미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손글씨조차 쓸 수 없었던 그에게 ‘직업’이란 단어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는 딸의 생활기록부 ‘아버지 직업’란에 쓰기 위해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달리기 시작했다.
김황태는 현재 PTS3 등급 세계 랭킹 7위다. 수영은 유독 힘들다. 팔이 없기에 허리와 다리 힘만으로 센강을 헤엄쳐야 한다. 그러나 사이클과 달리기는 세계 최상위권. 아내 김진희 씨는 트랜지션 구간마다 그를 도우며, 함께 경기를 만든다. 두 사람은 2025년 5월 ‘세계부부의날’ 기념식에서 모범부부상을 수상했다.
김황태는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마라톤 ‘서브-3’(3시간 이내 완주)에 재도전 중이며, 주당 5일 훈련에 몰두한다. 아내는 여전히 그 곁에서 함께 뛰고, 함께 쉰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종목이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선수 육성 체계로 확산되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도 이어진다.
김황태의 여정은 단지 스포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함께”라는 말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김진희 씨는 남편의 손이었고, 방향이었으며, 힘이었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결코 경기장을 뛸 수 없었던 철인이, 결국은 ‘함께 완주하는 삶’을 보여줬다.
그들의 삶은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손이 되어줄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끝까지 달릴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