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 들여서라도 투표한 이유” 재외국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 신념
투표율 79.5%, 글로벌 유권자의 의지와 책임
[서울=2025.05.28.]
재외국민 20만 명이 증명한 '민주주의의 값'…역대 최고 투표율 79.5% 기록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간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이번 재외국민투표에는 총 20만 5,268명이 참여, 명부등재 유권자 기준 79.5%라는 사상 최고 수치를 달성했다. 직전 대선인 2022년 제20대 대선의 투표율 71.6%보다 무려 7.9%p나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투표율의 배경에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개인의 결단과 신념이 있었다. 유럽의 한 유권자는 “기차와 호텔 숙박비 등 300유로, 한화 약 70만원을 들여 투표소를 다녀왔다”며, 이를 ‘민주주의 값’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새벽 2시에 기차를 타거나 하루 일당을 포기하며 투표에 나선 사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 열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재외선거권자 수는 약 197만 명이며, 이 중 25만 8,254명이 명부에 등재되었고 그중 20만 명 이상이 실제 투표에 나섰다. 이는 추정 재외선거권자 대비 10.4%에 해당하며, 명부 등재자 기준으로는 79.5%라는 높은 참여율이다.
투표에 참여한 재외국민의 면면도 다양했다. 한 해외 거주자는 “이번이 인생 첫 재외국민 투표였다”며 감격을 전했고, 또 다른 이는 “항상 참여해왔지만 투표소 앞에 줄을 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대륙별 투표자 수를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이 10만 2,64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주 5만 6,779명, 유럽 3만 7,470명, 중동 5,902명, 아프리카 2,473명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룩셈부르크, 쿠바,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신규 공관이 설치된 국가에서도 처음으로 재외투표가 진행되었다.
투표지를 국내로 이송하는 과정도 철저히 관리됐다. 모든 재외투표지는 외교행낭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된 뒤,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참관인 입회하에 확인 절차를 거쳐 각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 전달된다. 개표는 국내 본투표와 동시에 오는 6월 3일 진행된다.
이처럼 먼 거리와 비용, 시간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넘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유권자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자각과 함께, 정치적 무관심보다는 책임 있는 참여로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중앙선관위는 “재외국민들의 참여 열기를 바탕으로 향후 재외투표 환경을 보다 개선할 계획”이라며, 추가 투표소 설치와 절차 간소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가 어느 한 시점의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참여의 축적임을 보여준 이번 재외국민투표는, 거리보다 의지가 더 강한 힘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