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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없고 비방만”…6·3 대선 TV토론, ‘정책 실종’에 유권자 피로감

[서울=2025.05.27.] 대통령 선거를 불과 6일 앞둔 27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6·3 대선 후보 정치·외교 분야 TV토론’이 깊은 실망을 남겼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석한 이날 토론은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확인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무분별한 상호 비방과 과거 행적에 대한 공세가 토론 전반을 장악하면서 ‘정책 실종’, ‘최악의 토론’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토론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해 생중계로 전국에 방영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토론은 시작부터 날이 섰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은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규정하며 김문수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야말로 괴물 방탄 독재의 상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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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시한을 맞아 최종 여론조사 결과(사진: 선관위)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대장동 의혹으로 수사받던 측근들이 사망했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아수라’라는 영화가 성남시를 상징한다”며 “그의 주변 인물들이 잇달아 죽었다는 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전혀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후보는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의 정당 운영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헌법 조항까지 인용해 날을 세웠고, 이 후보의 장남에 대한 과거 온라인상 발언 의혹까지 거론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정당의 민주성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이준석 후보가 ‘계엄 해제’ 당시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의 초점은 정책이 아니었다. 국정 비전, 경제·안보 전략 등은 뒷전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전쟁, 북핵 문제, 경제 저성장과 사회 양극화 등 국가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 상황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과거사 들추기에 소모됐다. 이재명 후보는 “내란 심판의 선거”를, 김문수 후보는 “괴물 독재의 시작”이라며 끝까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이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선택 기준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대내외 위기 대응 전략이나 정책 비전이 전무했다”며, “국정 운영 능력을 가늠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 조기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은 과거만 파고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관련 입장을 집요하게 따져 물으며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는 “이미 탈당한 분이다. 지금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유권자들의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김문수도 이재명도 문제”라며 “이재명의 대항마는 김문수가 아니라 나”라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려 애썼다. 개헌 논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까지 들어 이 후보를 몰아붙였고, SNS상에서는 ‘거북섬’, ‘부정선거론’ 등 이준석 후보의 이슈 주도력이 부각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재명 후보의 논리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재명 후보의 변호인을 자처한 듯한 태도”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이날 TV토론은 후보자들의 정책 역량이나 국가 운영 능력을 비교하기보다는, 정쟁적 언어와 상호 비난이 주를 이룬 진흙탕이었다. 각 진영은 ‘계엄 심판’, ‘방탄 독재’, ‘괴물 정치’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동원해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했다. 유권자들에게 남은 것은 피로감과 정치 혐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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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없고 비방만 남았다…6·3 대선 TV토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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