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에서 철수한 외국 기업의 바이 백 조항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 추진 중
러시아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에게 적신호
러시아 특수군사작전 개시 이후 자국을 떠났던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의 기업들이 러시아 땅에 다시 발 들여놓기 어려울 위기에 처했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를 나간 외국 기업의 '바이-백'(매수 청구권) 옵션 행사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가두마에서는 외국 기업이 러시아 측에 넘긴 주식, 혹은 자산을 재매입하는 옵션 행사를 규제하는 '기업의 귀환에 관한 법안(Законопроект о возвращении корпораций)'을 지난 4월에 상정한 이후, 다음 달 6월에 심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에 의하면 이미 러시아 재무부와 4월 말에 합의가 끝난 상태로 2차 및 3차 독회가 계속될 예정에 있지만 6월 두마의 심의가 통과되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본래 이 법안은 '주식회사 관련 법률(속칭 법인법, Закон о корпорациях)'에 대한 개정안으로 전쟁 발발 전인 2020년 말, 두마에 제출됐으나, 표류하고 있다가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5월 25일 1차 독회를 통과했다.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가 종전 분위기로 인해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법(Закон об иностранных инвестициях)'의 조정을 포함한 새 개정안으로 4월에 상정되었고 이제 2차 심의가 재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새 개정안은 러시아 당국이나 현 소유자가 특정한 몇 가지 조건으로 볼 때 외국 브랜드의 자산에 대한 원 소유자의 매수 권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즉 1) 외국인 주주가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에 거주하는 경우 2) 매수계약서 상의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경우 3) 계약 체결 후 2년 이상이 지났고, 러시아인 소유주가 직원과 채권자에 대한 모든 의무를 이행했을 경우 등이 속해 있다. 물론, 원 기업은 바이 벡 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보상 금액은 러시아 정부에서 결정하게 되어있다. 원 소유주가 러시아 시장을 떠나기 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보상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감액 규모는 법원에서 정하게 된다.
대상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속할 경우에는 러시아 당국이 자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또한 국방이나 재정 안정에 관련된 사업의 경우, 옵션 행사는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산업 분야는 이미 러시아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으로 본다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그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 정부가 복귀를 허가하지 않고 일정 보상 금액을 주어 그대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즈베스티야는 이 법안이 채택될 경우, 바이 백 옵션을 체결한 18개 외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떠날 때, 통상 러시아 인수자 측과 옵션 거래를 맺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와 미국의 맥도날드 등 몇몇 업체만이 옵션 거래를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르노 자동차는 6년 이내에 주식을 다시 매수할 바이 벡 권리와 함께 자산을 넘겼고, 맥도날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자산을 러시아 패스트푸트 업체 '브꾸스노 이 또찌까'에게 넘기고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도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넘기면서 2년 바이 백 옵션을 걸었다. 러시아가 새 법안 상정을 근거로, 외국 기업과 맺은 바이 백 옵션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두고, 중재 법원에서 소송이 이어질 것이지만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규제 의지는 확고하다. 이는 푸틴 대통령부터 러시아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4~2015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으로 인한 서방 제재 당시에 러시아에 투자한 기업들과 현대, 삼성 등의 대기업은 러시아에 남아 있기로 결정했고, 의리를 중시하는 러시아인들의 국민 감정에 이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다른 기업들은 다 철수했지만 오로지 끝까지 남아있었던 한국 기업들에 러시아인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이 때부터 러시아인들은 한국 제품으면 무조건 사들이기 시작했다. TV, 냉장고, 스마트폰, 에어컨, 청소기, 심지어는 김치 냉장고까지 당시 러시아인들의 집에는 한국 제품이 1개씩이라도 갖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현대, 기아자동차 판매율도 급증했다. 러시아인들이 말하는 KIA, 횬다이는 러시아의 국민자동차로까지 여겨졌다. 당시 일찍 매장을 철수했던 일본의 도요다는 러시아의 자동차 브랜드 판매에서 5위권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시기로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에 한국 기업들이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켜주길 원했다.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혜안은 놀라웠다. 삼성이나 LG는 러시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체불가의 외국 브랜드가 되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광판에서는 HYUNDAI와 KIA MOTORS 광고가 큰 스크린으로 홍보되었다. 모스크바 아르바뜨 거리에는 LG 전자 대형 스크린이 홍보판에 새겨져 필자의 경우, 지나갈 때마다 그 스크린을 보고 가슴속에 벅찬 감격을 느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 덕택에 삼성 스마트폰은 수년 동안 판매율 1위를 놓지 않았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미국 아이폰의 아이툰즈보다 삼성 안드로이드를 더욱 선호했고, 1억 4천만의 충성스러운 고객들은 삼성이 어떤 시리즈를 새로 출시하든 불티나게 팔아 치워버렸다.
그리고 나서 7~8년 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다.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선포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윤석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선언했다. 비행기 직항도 금지하자 러시아에 주재한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끝까지 남아 러시아와의 의리를 중시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행보였다. 현대와 삼성이 나가자 러시아인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다른 서방 기업과 일본 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리를 지킬 것으로 믿었던 한국 기업들이 나간 사실은 러시아인들에게 치명적인 배신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매우기 위해 자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치고 들어왔다. 이제 러시아인들은 이전처럼 한국 기업 제품들을 찾지 않게 되었다. 한국 기업들은 평생 충성하던 1억 4천만의 고객들을 버렸고, 이제 다시는 그들을 고객으로 되찾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과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큰 실책을 했는지, 이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바이 벡 조항도 쓸모 없게 되었다. 한 번 배신하고 떠난 그들을 예전처럼 찾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자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도 그만큼 우수해졌고, 중국 제품 또한 저렴한데다, 디자인이나 내구성 등에서도 이제는 서방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제품이 없다해서 그들에게 있어 잠시 불편함이 있을 뿐, 없으면 없는데로 그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아쉬울 것은 없다. 특수군사작전 동안 떠나지 않고 러시아인들의 의리를 끝까지 지켜준 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고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큰 호황을 누리게 됐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