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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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에서 이례적인 법정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었다. 사형수는 부끄럽게도 우리 한국인이다. 본래 베트남에서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법정 최고형은 마약 관련 범죄, 자국민 살해, 극악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해당 되는데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극에 살해 당한 사람이 한국인이며 살인자 또한 한국인이다.  


Vu_Lan.jpg
사진 : 부란절 때 들어올린 연꽃 모양의 종이,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살인자인 한국인은 지난 3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베트남 현지인 아내를 폭행하고 기르던 개를 죽이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 징역형에 베트남 현지에서의 추방으로 끝날 수 있다. 이에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대피한 베트남 아내는 한국에 있는 자신의 시아버지인 살인자의 부친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이에 살인자의 아버지는 아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일 뒤 베트남에 왔고, 아들의 집에서 아들과 술을 마시며 아내를 잘 대하라고 타일렀다 한다. 그러나 해당 살인자인 아들은 아버지가 아내 편만 들고 자신을 혼냈다고 생각해 격분해 아버지가 잠든 뒤 흉기로 살해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인인 아들이,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한국인 아버지를 존속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에 베트남에서는 발칵 뒤집혔다. 베트남의 사회적인 통념상, 존속 살해는 아무리 극악의 범죄자라도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이건 일반적인 살해 범죄가 아닌 도덕적인 측면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인 것이다. 우선 살인자인 아들은 베트남 공안에 체포되었고, 대상이 외국인 용의자에 피해자 또한 같은 국적의 외국인이었기에 사건 심의 자체도 논란에 휩싸였다. 


사법부의 한 편에서는 "외국인이 외국인을 죽인 사건인데 남의 나라 사람을 두고 법정 최고형까지 가야 할 필요가 있나?, 그는 한국에 넘겨 한국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사건은 베트남에서 벌어졌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이 사건은 존속 살해라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하고 있기에 생각보다 심의가 오래 끌었다. 


사건 심의가 복잡하게 끌려 간 배경에는 유교적 사상과 불교적 사상이 남아 있는 베트남의 전통 문화 때문이다. 베트남 불교의 전통에 따르면, 매년 음력 7월 15일 보름날은 불교의 여러 기념일 중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을 부란(Vu lan)기념일이라 하는데 우리가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과는 달리 부모님에게 장미를 드리고, 조상께 제사를 드리는 날로 아주 각별하고 특별한 날이다. 이러한 전통은 부모에게 효를 행하고, 가난한 자에게 은덕을 베풀며, 아름다운 미덕을 쌓는 도덕, 문화 특징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날은 우리의 어버이날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부란절은 중원절(Tet Trung Nguyen)이라 하여 부모의 은혜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이 날의 유래는 목건(目犍)이라는 보살이 일생에 죄가 많아 저승에서 굶주리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효자였던 목건의 자식은 어떻게 해서든 어미에게 공양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음력 7월 보름날, 제례를 위해 모인 주승들의 도움으로 결국 어머니를 구했다고 전한다. 이후, 부처님은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목건련처럼 하라고 일렀다. 부란은 그 효심을 기리기 위해 생겼고 요즘은 부모뿐 아니라 조상에게도 효(孝)를 바치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부란 공휴일은 매년 부모님과 조상님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서, 지금 내가 존재하게 된 것에 감사하기 위해서, 자식은 항상 부모가 키워주신 은혜를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기 위한 날이 되었다. 부란이 돌아오는 계절이 되면, 많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고아, 독거 노인들을 위해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이 날을 기념한다. 이런 일들은 베트남 전통과 도덕문화의 아름다운 마음으로서 조상,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에게 감사를 전하는 뜻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존속 범죄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것은 이와 같은 베트남의 사회 도덕적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패륜 범죄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과 더불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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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가족의 비극 : 베트남의 이례적인 사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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