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기술 아닌 신뢰의 경쟁이다” - 한국형 디지털 화폐의 미래 조건
이재명 정부 디지털 화폐 승부수, 신뢰 없는 속도는 위험하다
[서울=2025.06.12.] “기술보다 신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진입 가속
정부 주도 법제화 추진… 한은은 ‘통화정책 저해’ 우려
“디지털 자산 패권경쟁 속 신뢰설계 우선돼야” 전문가 지적
이재명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을 기존보다 대폭 완화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고, 금융업계와 정책당국 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최소 자본금 기준을 5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낮춰 핀테크 기업 등 비은행권에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다날, 카카오페이, NHN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 핀테크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 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경쟁 판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도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공동 출자 방식의 자회사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논의 중이며, 내년 하반기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추진에 대해 한국은행은 강한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이며, 비은행 기관이 자유롭게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거 테라·루나 사태처럼 기술만을 신뢰한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단순히 알고리즘이 아닌 실물담보 기반, 거버넌스 투명성, 위기 대응력 등 ‘신뢰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금은 기술이 아닌 신뢰의 경쟁 시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과도 맞물린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7.9%는 새 정부의 공약을 근거로 디지털 자산 투자 확대 의향을 보였고, ‘법제도 정비 전망’과 ‘과세 유예’, ‘신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며 “속도감 있는 법제화를 통해 국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은 빠른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은행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며 공청회 개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법률적 기반 마련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제도 설계의 중심에는 여전히 “기술보다 신뢰가 우선”이라는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가격이 ‘1달러’처럼 미국 달러와 같은 특정 국가 화폐나 금 등으로 고정돼 있는 가상 화폐. 하나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동일한 가치의 화폐나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는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가상 화폐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무역 대금 결제, 국제 송금 등에 많이 활용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