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극동 연해주에서 가장 큰 도시 하바로프스크에는 9주 동안 시위와 피케팅이 진행되었다. 정치적 개혁과 개선도 목표로 두고 시위를 했으며 이들의 시위는 결국 "푸틴과 통합 러시아당의 퇴진"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러시아 현 정권이 불만을 가져 시위를 벌이게 된 이유는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였던 세르게이 푸르갈(Сергей Фургал)이 갑자기 투옥되었기에 그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비롯되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9주 연속으로 시위가 발생했고 러시아 정부에서는 3주가 지나자 시위에 대한 보도와 석방 시위를 전면 차단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시위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벨라루스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관계로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존재한다. 이는 직선거리 9,000km나 떨어진 벨라루스 민스크의 시위를 하바로프스크에서 거주하는 벨라루스 국민들을 통해 자세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하바로프스크 시위의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국기 및 하바로프스크 지방 깃발을 흔들며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를 지지함과 동시에 옛 벨라루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국기도 함께 들며 시위하여 서쪽으로 9,000km나 떨어져 있는 벨라루스의 시위를 적극 지지했다. 2021년에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모스크바에 열렸을 때, 푸르갈의 석방을 함께 요구하며 수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미래의 러시아(Россия Будущего) 당과 공산당, 공정 러시아당까지 여기에 합류하여 푸틴 퇴진을 외쳤고 하바로프스크의 텃밭 자유민주당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전 시위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된 하바로프스크에서 왜 이와 같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것일까?
본래 하바로프스크 주와 콤소몰스크 나 아무레를 비롯한 아무르 강 지역은 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아니라 원내 제4 야당인 러시아 자유민주당(Либерально-Демократическая Партия России)의 대표적인 텃밭이었다. 자유민주당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으로 당의 목적은 러시아 로마노프 제국의 영토 복원이라는 황당한 명제를 갖고 있다.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이지만 동시에 인종주의적이고 동성애자, 여성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양측 모두를 반대하면서 자본주의 개념의 사유재산은 인정하지만, 국가가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는 협동조합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즉, 명확히 말하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반반 섞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당 노선은 미국 정부나 유럽 등 서방 국가들, 고르바초프, 러시아 연방 공산당, 언론 매체,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러시아 내 리버럴 세력, 독신주의자, 이민자들을 강력히 배척하고 있다. 나도 하바로프스크와 아무르 강 일대를 다니면서 주민과 대화로 느낀 것은 대단히 보수적인데다가 인종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들도 많았다. 술 취해 동양인을 보면 시비걸어 폭행을 일삼는 인간도 꽤 있다. 그래서 하바로프스크에는 밤늦게 현지인 주취자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신상에 별로 이롭지 못하다.
하바로프스크와 아무르 강 일대의 지방 의원들 중 상당수가 자유민주당의 두마 의원으로 들어가 있다. 게다가 러시아 본토인보다는 소련 시절, 외지인과 혼혈인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다당제를 허용한 이후, 최초의 야당으로 분리된 바 있다. 그들이 야당이 된 것은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출신이 아닌 타 지역 소비에트 연방 인민공화국 룰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태인 혼혈들이 많았는데 당 대표였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Владимир Жириновский)도 카자흐스탄 소비에트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알마아타 출신에 유태인 혼혈이었다.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 연방 공화국이 탄생했을 때 친(親) 정부 정권으로 돌아서 옐친과 푸틴을 적극 지지했다. 그리고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을 받쳐주는 야당으로 활동했는데 201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기까지 통합 러시아당의 2중대라는 굴욕적인 별칭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2018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과의 공조가 완전히 깨지는 사건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발생한다.
당시 선거에서 기존의 통합 러시아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이변이 발생했는데 그 자리를 차지한 곳의 대다수가 당시 제2 야당의 지위를 갖고 있었던 자유민주당이 차지한게 문제였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된데에는 제1야당으로 올라선 공산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게 될 바에는 차라리 통합 러시아당을 떨어뜨리고 다음 선거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자유민주당에 몰표해 버린 것이었다. 공산당의 영수였던 겐나디 주가노프는 기존의 여당과 여당 2중대인 자유민주당의 사이를 갈라놓고 통합 러시아당을 낙선시켜야 지방에서 거대 여당의 세력을 축소시키고 차기 지자체 선거에서 공산당의 후보로써 해볼만한 후보들을 내세워 대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는 통합 러시아당의 공약 실천 능력이 약하고 영향력 또한 부족한 시베리아 동부 지역에 대해 자유민주당에 집중적인 투표를 유도했던 것이다. 사실 통합 러시아당은 우랄 산맥 서쪽 유럽러시아 지역에 더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에 낙후한 시베리아 동부 지역과 연해주, 그리고 아무르 강 일대의 선거구에 대해서는 표 밭 관리에 안일했을 뿐더러 거의 관심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부분은 극동에서 통합 러시아당의 대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르 강 유역과 하바로프스크 지방에서 주지사 뿐만 아니라 의회 선거에서도 전체 36석 중 28석을 자유민주당이 차지하고 통합 러시아당은 28석을 잃고 단 2석만 유지한 대참사를 기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패에 깜짝 놀란 푸틴과 통합 러시아당은 당시 대단한 충격에 빠져 푸틴은 수개월간 자유민주당 당선자들을 비롯해 야당 당선자들을 크레믈린에 부르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유민주당 소속이자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인 세르게이 푸르갈이 2020년에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압송되어 수감되었고 이에 당대표 지리노프스키는 이 사건이 사법살인이라고 규탄하며 사건이 발생한 2004년 당시와 2011년 마피아 집단들을 체포했을 당시에 벌어진 살인 사건 때는 러시아 실로비키 행정부들이 뭘 했냐며 정부를 비난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통합 러시아당과 자유민주당은 서로 등을 돌리게 되면서 노련한 공산당의 영수 겐나디 주가노프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게 되었다. 이어 시베리아의 소도시 시장 선거에서는 선관위가 기존의 야권 후보들 출마를 무산시켰지만 여기에 대타로 출마한 주의 자유민주당 부당원들이 집권 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통합 러시아당은 시베리아 소도시 선거에서도 대패하는 이변이 연이어 발생했다.
시베리아 동부와 아무르, 연해주의 전권을 장악한 자유민주당은 결국 2021년 총선에서 약 7.5%를 득표하여 기존 의석보다 18석 감소한 21석을 차지했고 27석을 얻은 공정 러시아에 밀려 제4당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원내 극소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다. 그리고 같은 해, 알렉세이 나발니와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에 대한 석방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이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전 시위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본래 자유민주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고 당수인 지리노프스키도 크림 반도와 돈바스를 영유해야 한다는 공격적인 주장을 했지만 우선 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더라도 푸틴과 통합 러시아당의 집권을 막는것이 먼저이자 목표로 삼고 반전 시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결론은 만약 푸틴과 통합 러시아당이 축출되더라도 누가 대통령이 되고 집권 여당이 됐든 크림 반도와 돈바스 문제는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것이다. 전쟁은 하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두 지역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