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0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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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최근 일주일간 소규모 지진이 총 525회나 발생했다. 이에 현지 온라인에서는 이와 같은 군발지진(群發地震·특정 지역에서 짧은 기간에 작은 지진이 계속 일어나는 현상)이 대지진의 징조라는 소문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리적인 특성과 지진의 규모 등을 근거로 하여 이와 같은 대지진에 대한 소문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했다. 29일, 도카라 열도에서는 6월 21일부터 28일 오후 6시까지 진도 1이 넘는 지진이 총 525회가 관측되었다. 물론 진도는 모두 리히터 규모 4.0 이하였다. 구체적으로 4.0이 6회, 진도 3.0이 27회나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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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근거 없는 도카라 대지진 설에 휩싸여 있는 일본 수도 도쿄 전경, 도쿄는 매우 평온한 상태이다. 출처 : 일본 도쿄 관광청

 

나머지는 진도 1.0~2.0 정도였다. 그러나 지진 강도에 대한 등급인 진도는 절대 강도의 등급을 의미하는 규모로 흔히 나타나지만 일본에서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흔들림 정도 등을 수치를 가지고 진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보편적인 진도를 보는 개념이 다르다. 즉, 일본에서는 진도 1.0이 흔들림이 가장 약하고 7.0이 가장 강하다. 29일에도 40회가 넘는 지진이 일어났다. 최대 규모는 4.7이었고, 이 지진으로 일부 지역에서 진도 4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도 4는 대부분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이고, 컵이나 접시가 흔들리는 정도의 진동이다. 건물 등 구조물에는 큰 피해가 없지만, 일상의 움직임과 교통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다. 이에 일본 현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른바 ‘도카라의 법칙(トカラの法則)’이라는 속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 법칙은 도카라 열도 근해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 이후 다른 장소에서도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소문은 특히 일본의 인기 만화가 다쓰키 료(竜樹 諒)가 오는 7월 5일 일본 서남부에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동일시 되어 급속도로 퍼졌다. 다쓰키는 1999년 직접 꾼 예지몽을 바탕으로 출간한 만화 ‘내가 본 미래(私が見た未來)’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하여 맞춘 바 있다. 대지진설은 이 만화에 “2025년 7월 5일 대지진이 발생해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때보다 3배 높은 쓰나미가 일본 서남권을 덮친다”는 내용으로 담겼다고 한다. 다쓰키는 새로운 저서에서 구체적인 날짜로 지목한 ‘7월 5일’에 대한 입장은 수정했지만, 7월 대재앙설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도카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지역 지질의 특성상 평소에도 도카라 열도의 군발 지진은 자주 관측되고 있기에 대지진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카라 열도에서는 2021년 12월과 2023년 9월에도 각각 300회가 넘는 소규모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도카라 열도 주변은 필리핀 판이 유라시아 판 아래로 들어가는 류큐 해구와 가깝기 때문에 지각의 움직임에 따라 지진이 잦으며 또헌 화산섬과 해저 화산도 많아 다른 지역보다 지각 움직임이 심하다고 했다. 특히 이와 같은 지진들은 모두 소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정도 지진은 거대 지진을 유발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으로 대체로 보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군발 지진이 있는 동안 다른 장소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 드물지 않으며 과학적으로 도카라 지진과 거대 지진이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일본 열도 남부 난카이 해곡에서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80% 정도로 알려진 규모 8.0∼9.0의 대지진과 관련해서도 해당 지역과 해역이 달라 관계가 없다고 일본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7월 대재앙설 등의 영향으로 일본 관랸 여행 업계는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6월 말~7월 초 일본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무려 83% 급감했다고 한다. 홍콩 항공사 2곳은 최근 일본 남부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줄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7월 대재앙 설로 인해 도쿄로 필자의 모임에 응답한 사람은 겨우 두 명 뿐이었다. 결국 필자는 이 두 명을 모시고 내일 일본 도쿄에 간다. 이번에는 많은 가이드비를 받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두 분이라는 손님을 20명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일본 정부도 직접 소문 진화에 나섰다. 일본 관광청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여행을 결정할 때는 공식 기관이 발표하는 과학적 정보를 참고하기를 추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상청은 SNS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지진 발생 시기나 장소,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관련 추측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기상청 장관이 나서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그 대상에 대해 단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근거 없는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도카라 대지진 따위는 없다. 물론 자연 현상에 대해 인간이 어찌 다 알 수 있겠냐마는 전문가라는 집단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른 운명에 맞길 뿐이지 한낱 만화가의 소설 같은 이야기에 운명을 맞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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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라 대지진 설은 허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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