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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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닉 애덤스(Nick Adams)를 지명하고,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 닉 애덤스는 호주 출신의 인플루언서다. 그는 외교에 전문가가 아니고 고작 SNS의 상당한 팔로우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Alpha Male이라는 X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보수적이고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센터 이사회에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이기도 하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초당파적 조언과 국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의 지난 재선 캠프 때 트럼프의 공식 선거 대리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그의 Alpha Male은 여성과 이슬람을 혐오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켜 왔던 계정이다. 닉 애덤스의 여성혐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슬람에 대해 혐오를 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해 비난하고 이스라엘과 유태인을 극렬로 지지하는 자다. 따라서 그의 성향 자체가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이상향의 위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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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미국 대사관, 출처 : U.S. Embassy in Malaysia: Homepage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일명 TPP)의 동맹국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2016년 TPP를 탈퇴해 그와 같은 동맹 조건을 깨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써 미국과 긴밀히 협조했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우파 세력들의 반미 감정과 다르게 미국과는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중국과도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했다. 그 이유는 말레이인의 상당수가 중국계, 말레이 화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를 장기적으로 통치한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Mahathir bin Mohamad)  총리 시절에는 미국과 아시아 외환 위기 극복을 두고 이견이 존재해 자주 충돌했었고, 미국이 내세운 이슬람과의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미국 전쟁을 마하티르가 반대하였기 때문에 매우 불편한 관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하티르의 퇴임 이후에 양국은 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 말레이시아는 태국, 필리핀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의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친미 성향을 가진 국가지만 태국의 경우, 특유의 대나무 외교로 중국과도 함께 협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역사적으로 매우 껄끄러운 관계지만 중국이라는 강력한 상대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에 있다. 무슬림들이 대부분인 말레이시아는 정치적인 면과는 다르게 기본적이 국민들이 반미 감정을 깔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변국, 특히 필리핀과의 관계 문제 때문에 생긴 애증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이슬람과 카톨릭,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 다툼이라는 문제 등이 존재한다.  당장 필리핀 해군은 말레이시아 해군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 포항급 초계함을 도입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목재, 열대과일 부분에서 경쟁하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군도만 가지고 영토 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영내, 사바 주의 경우, 옛 필리핀의 고대 왕조인 술루 왕국의 고토(古土)라 필리핀은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사바 주와 이웃하고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배를 타고 넘어 오는 술루족 및 이슬람 반군인 아부 샤야프(Abu Sayyaf) 등이 사바 주 현지 말레이인에 대한 납치를 일삼아 치안을 불안하게 하고 있고, 따라서 사바 지역은 여행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 격상되어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슬람 반군에 대해 반감을 가지며, 이슬람에 적대적인 스탠스를 갖추고 있기에 무슬림들이 대부분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는 최악의 적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 여파로 인해 필리핀과 동맹국인 미국도 좋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때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말레이인들로 인해 관계는 급격히 냉각 중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반(反) 이슬람 인사이자 이슬람 혐오론자는 닉 애덤스의 주 말레이시아 대사 지명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급격한 반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닉 애덤스는 작년 8월, 자신의 SNS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이라 적힌 뱃지를 단 종업원을 해고하라고 식당 주인에게 말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무슬림들과 대립 중에 있다. 


말레이시아 여당 연합이자 연정 정당은 희망연대(PH)에서는 미국이 닉 애덤스를 대사로 지명한 것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말레이시아의 오랜 입장에 대한 모욕이라며 발끈했다. PH 내에서 온건 이슬람 성향을 표방하는 아마나 당조차도 닉 애덤스는 외교관이 아니며 극우 선전가이자 트럼프주의자, 이스라엘 시온주의 정권의 공개 지지자일 뿐이라 규탄했다. 그리고 닉 애덤스의 발언은 증오와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성숙한 양국 관계의 정신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PH 소속 인민정의당(PKR) 내 청년 조직은 닉 애덤스는 극단주의 이념과 분열적 언사를 배경으로 하는 인물로 말레이시아 정부와 국민들이 지켜온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행위는 말레이시아 문화에 대한 무시와 국가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말레이시아 국민 여론의 반발이 거세기에 아그레망(Agrément)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닉 애덤스는 아그레망을 받지 못함으로써 논 그라타(Non grata)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는 많은 사람들이 세속국가로 알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여겨진다. 게다가 초기 이슬람 시대를 모범으로 삼고 그 때 당시로 회귀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종교 운동인 살리피즘(Salafism)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같은 근본주의 이념인 와하브파와 관련성이 깊으며 언제든지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북동부 트랭가누와 태국 남부의 핫야이, 송클라 일대에 말레이시아 살리피즘 원리주의 집단들이 내전을 벌이기도 하는 곳으로 유명해, 말레이시아나 태국 입장에서는 매우 골칫거리나 다름없다. 그런 국가에 이슬람 혐오주의자인 닉 애덤스를 대사로 지명한다는 것은 문화적인 무지보다는 아마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불만, 혹은 경고성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트럼프의 닉 애덤스에 대한 지명은 외교 경험보다 자신에 대한 정치적 충성심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친(親) 팔레스타인 행위에 대한 적개심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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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와 미국의 관계와 트럼프가 반(反) 무슬림을 대사로 임명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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