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와 모스크바 간에는 포로 교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결은 이미 종결되어 더 이상 협상의 접점이 없는 상태로 평화 협정의 체결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는 3차 협상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미 회담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키예프가 협상 과정을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러시아를 향해 휴전에 이르기까지 50일 동안의 시간을 준다는 중대 발표를 하기 전에도, 러시아는 협상에 대한 준비를 완료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고, 또 지속적인 협상 의지를 미국 측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의 메시지를 평화 의지를 가장하여, 트럼프를 속이려는 얄팍한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격을 정상급으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시비가(Андрей Сибига)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키예프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계속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정상급 회담의 개최 요건을 분명히 제시하며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18일 이스탄불 2차 협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전사자들의 시신 교환 등 인도주의적인 조치의 이행 과정을 설명하며 양국 협상단이 3차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정상급 회담 제안에 젤렌스키를 포함해 어떤 사람과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다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와의 회담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만 가능하고, 합의서에 대한 서명은 젤렌스키가 아닌 합법적인 우크라이나 최고 지도자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우크라이나 측에서 누가 주도하든 상관없고, 누구든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크레믈린 측이 밝힌 내용에 의하면 정상 간의 만남은 어떤 협상이든 마지막 단계에서만 가능한데, 이스탄불 협상은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않았다면서 정상회담의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양측은 2차 협상에서 상호 간의 평화 각서를 주고 받았을 뿐,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평화 각서에 담긴 영토 문제는 정상급의 인사들과 직접적인 회동에서만 논의가 가능하고, 현재 러시아와의 협상팀은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권한을 위임받은 협상 대표단을 통해 모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조건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젤렌스키는 지난 해 5월로 임기가 만료되었고, 우크라이나의 헌법에 따라 최고 권한은 최고의회 라다로 넘어갔다는 것이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한 때 우크라이나의 일부 야당들도 이와 같은 논리로 젤렌스키 측과 '헌법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종 합의에 대한 서명은 반드시 합법적인 당사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상이 모든 합의서를 쓰레기통에 넣을 것이라 설명했다. 크레믈린이 최종 합의 안에 서명하려면 젤렌스키가 차기 대선을 통해 재선되거나, 루슬란 스테판추크(Руслан Степанчук) 의회 의장을 보내 서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에 합법적임을 주장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여기는 젤렌스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한 '평화 각서'에는 휴전 협정의 체결 조건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에 계엄령을 해제하는 것과 대선을 실시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평화 협정 체결은 그 이후로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새로이 대통령에 당선된 자와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3차 협상을 요청한 이유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의 중대 발표가 있었던 이후, 키스 켈로그 특사가 키예프를 방문했다. 젤렌스키 등 고위 우크라이나 인사들과 회동하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제작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트럼프가 중대 발표에서 주었던 50일이라는 의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이 협상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우크라이나 측에 인식시켰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 안에 전쟁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부담을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열린 어제 23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3차 협상은 서로 대면한 지 40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러시아 측에서는 블리다미르 메딘스키(Владимир Мединский) 크레믈린 보좌관이 모스크바에서 협상단을 이끌고 날아갔고,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루스템 우메로프(Рустем Умеров)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각각 단장을 맡아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탄불로 날아왔다. 참석자들은 지난 6월 초의 2차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협상이 종결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은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 내용을 설명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정치와 군사, 인도주의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3개의 실무 그룹을 구성하여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것 외에도 시신 수습을 위해 24~48시간 씩 두 차례 휴전할 것을 제안했다. 우메로프 서기는 "러시아가 전면 휴전에 건설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줘야 한다(Росія повинна продемонструвати конструктивний підхід до повного припинення вогню)"며 조속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8월 말 이전에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메딘스키 보좌관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 우선 어떤 문제를 논의할 것인지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Чтобы провести саммит, важно сначала решить, какие вопросы вы будете обсуждать)."며 사실상 회담을 거부했다. 이와 같이 양측이 유일하게 합의된 사안은 인도주의적 입장의 포로 교환이다. 이번에는 2차 협상에 이어 최소 1,200명의 포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각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여전히 큰 양국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것에 그쳤으며 회담은 겨우 40분만에 끝났다. 그러나 양국의 접촉은 계속하기로 했다.러시아의 메딘스키 보좌관은 기존 2차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을 실행하자고 밝혔다. 2차 협상에서 합의된 인도주의적인 문제는 모두 이행되었다.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서 포로 각 250명 씩 교환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로써 총 1,200명 씩 포로를 교환하는 것이 완료된다. 한편 러시아는 7,000구가 넘는 우크라이나군의 시신을 이송했고, 소수의 러시아군의 시신을 돌려받았다. 소수의 시신을 돌려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군의 전사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측은 또 협의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최전선에서 짧게 24~48시간 정도 두 차례 휴전을 제안했다. 또한 정치, 인도주의, 군사 문제를 논의할 3개의 실무 그룹을 구성해 온라인으로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고려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 포로 교환 또한 있을 예정이다. 양측은 가까운 시간 내에 다시 최소 1,200명의 포로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인의 시신 3,000구를 추가로 인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이 준비가 되는 대로 이송할 예정에 있다. 양측은 또 전쟁으로 피난 가 있는 민간인들의 귀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선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교류는 무기한 계속될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물론 합의 사항 중 완전히 이행되지 않은 것도 있다. 쿠르스크 지역 주민 약 30명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억류되어 있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인이나 기타 사람들과 쿠르스크 주민들을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이들을 돌려받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 각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고 받은 각서의 내용과 입장은 크게 다르지만, 연락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고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받은 339명의 아동(고아) 명단을 확인했으며, 그 중에 일부는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고아들은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 중 50명은 성인이며 또한 명단에 있는 아동 중 상당수는 러시아 영토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거나 EU로 이송된 러시아 아동(고아)의 귀환 문제를 우크라이나 측에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들이 상호 만나기에 앞서, 먼저 합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양국 정상이 만난다면, 이 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 만남을 위한 정상의 만남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요청할 4차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8월 말까지 도널드 트럼프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참석하는 가운데 푸틴과 젤렌스키 간의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해 왔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휴전에는 민간인 거주지와 중요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완전히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다급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포로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석방에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는 교환 방식으로 민간인이나 아동을 러시아에 넘길 생각이 없지만 그들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회담 준비가 이스탄불 협상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