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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2025.07.28.] ‘이중 열돔’에 갇힌 한반도… 40도 넘는 괴물 폭염, 전국을 덮치다

한반도가 전례 없는 폭염에 휘청이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경기도 안성의 기온이 40.6도를 기록하며 올여름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역시 38도를 넘었고, 강릉, 용인, 삼척 등 주요 도시 대부분이 체온을 웃도는 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폭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으며,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번 폭염의 주원인은 한반도 상공에 동시에 자리잡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일명 ‘이중 열돔’ 현상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고온다습한 공기를, 티베트 고기압이 고온건조한 공기를 한반도에 동시에 공급하면서 열기가 지표면에 갇혀버린 것이다. 이른바 ‘솜이불을 두 겹으로 덮은 격’이다. 여기에 고온의 동풍이 산맥을 넘어오며 가열되는 푄 현상까지 겹쳐, 서쪽 내륙을 중심으로 기온이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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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상 기온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전국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5월 20일부터 7월 26일까지 총 231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자는 4명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올여름 폭염은 명백한 ‘재난’이다. 특히 경기도 성남에서는 길가에 쓰러진 50대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고, 파주, 포항 등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폭염의 충격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잔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1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닭, 돼지, 오리 등 가금류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냉방 시설이 미비한 영세 농가에서는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의 집단 폐사로 인한 2차 경제 피해와 농산물 가격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기상 상황에 시민들의 생활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 광화문, 종로, 홍대 등 시내 주요 지역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시민들은 영화관, 쇼핑몰, 도서관 등 실내 냉방시설로 피신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대형 물놀이장과 워터페스티벌 현장이 북새통을 이뤘고,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에는 주말 이틀간 무려 80만 명이 몰렸다. 강릉시 경포해변만 해도 16만 명이 방문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특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시 모기 발생지수에 따르면, 27일 모기 지수는 평년보다 낮은 ‘관심’ 단계에 머물렀다. 기온이 모기의 활동 가능 온도인 25~30도를 초과하자, 오히려 모기의 활동이 급감한 것이다. 모기 개체 수는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가을철 모기 급증이 예고되면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까지 한반도 상공을 장악한 이중 열돔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 당분간 낮 최고 37도, 강릉 등 동해안은 39도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폭염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고, 태풍의 경로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기록적 폭염 당시, 태풍이 일본에서 소멸하면서 뜨거운 열기만 남긴 전례도 있어, 이번에도 태풍의 소멸 여부가 열돔 해소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폭염이 단지 기상이변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며, “인도양 수온 상승이 이 고기압을 한반도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 같은 이중 열돔은 정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 대응을 위한 각종 긴급 대책을 시행 중이다. 무더위쉼터 확대, 옥외작업 제한, 농가 지원 강화 등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서, 장기적인 기후복원력 확보와 고위험군 보호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은 더 이상 여름철 불청객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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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도 괴물 폭염, 한반도 덮친 '이중 열돔'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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