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첫 맞대결, 김광현 웃고 류현진 울었다
역사적 ‘류김대전’ 조기 종료… 김광현 6이닝 2실점, 류현진 1회 5실점 조기 강판
[대전=2025.07.26.] 한국 야구팬들이 20년 가까이 기다려온 ‘꿈의 맞대결’이 허무하게 끝났다. 2025년 7월 26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 류현진(38·한화)과 김광현(37·SSG)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기대를 모은 대결은 김광현의 판정승으로 귀결됐다.
류현진은 1이닝 5실점의 충격적인 성적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날 류현진은 1회초부터 SSG 타선에 밀려 공 32개를 던졌고,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김성욱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는 등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5점을 내줬다. 땅볼과 병살로 가까스로 이닝을 끝냈지만, 그의 시즌 최다 실점이자 최단 이닝 투구였다.
한화 구단 측은 류현진의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전했으나, 올 시즌 6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 중인 류현진에게 이날 투구는 뼈아픈 경기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구장을 떠났다.
반면, 김광현은 노련한 투구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6이닝 2실점(81구),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6승째를 거뒀다. 1회말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침착하게 범타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후 2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등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특히 김광현은 4회와 5회 위기 상황에서도 병살타와 범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최소화했다. 6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문현빈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2점을 내주긴 했지만, 노시환을 병살로 유도하고, 채은성을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경기 후 김광현은 “오늘 이겼지만, 현진이 형도, 나도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다음에 꼭 다시 붙고 싶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정규시즌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두 선수는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KBO에 데뷔한 이후 국가대표로, 메이저리거로, 그리고 KBO리그의 간판 투수로 한국 야구를 대표해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 국제무대에서도 함께 활약했던 이들은 팬들 사이에서 ‘운명의 라이벌’로 여겨졌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도 선발 맞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실제로 2010년 예정되었던 류현진-김광현의 첫 선발 대결은 경기 당일 비로 취소됐다.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 팀 변화 등으로 엇갈린 길을 걸으며 만나지 못했다. 이번 대결은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역사적 이벤트였다.
한편 이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구름 관중으로 가득 찼다. 한화는 경기 시작 1시간여 전 모든 좌석 1만7000석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의 올 시즌 41번째 홈 매진 기록이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각각 몸을 풀기 시작한 순간부터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현의 노래’라 불리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울렸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 선수가 오랜 시간 리그를 빛낸 만큼, 오늘 같은 날은 야구팬에게 축제”라며 “우리 타자들이 분발해서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류현진은 이번 패배로 시즌 5패째를 안았고, 경기 내용으로 보나 팀 분위기로 보나 다음 등판에서의 회복이 절실하다. 김광현은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하며 올 시즌 후반기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결과는 김광현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이날 경기는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두 선수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었고, 이제는 베테랑의 품격으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가는 시점이다. 팬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은 승패보다도, 그들의 마운드에서의 투혼과 자존심이었다.
이제 팬들은 다시 한 번 두 선수의 진검승부를 기다린다. 김광현의 말처럼 “서로 최고의 컨디션일 때,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칠” 그날을 기대하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