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된 김건희 비화폰…특검 “의도적 삭제 여부 확인 중”
주요 의혹 통화 직후 초기화된 정황…복구 가능성 집중 분석
[서울=2025.08.01.] 김건희 여사 비화폰 ‘초기화’ 제출…33분 통화 기록 증발에 특검 “증거인멸 가능성 수사 착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했던 비화폰이 완전히 초기화된 상태로 제출되며, 특검은 본격적으로 ‘증거인멸’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초기화된 폰에는 검찰 조사 직전 33분간 민정수석과 통화한 내역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건은 단순 보안 문제를 넘어선 ‘사법 방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하 채상병 특검)은 대통령 경호처를 통해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던 비화폰 실물을 확보했다. 이 비화폰은 보안성을 위해 통상 초기화 절차를 거치며 반납되지만, 이번 경우에는 초기화 시점과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2024년 7월 3일,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 디올백 수수 사건 관련 검찰 출석 직전,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17분 49초, 이어서 15분 58초 동안 총 33분가량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이 통화가 비화폰을 통해 이뤄졌으며, 현재 해당 내역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비화폰은 일반적으로 국가 주요 인사들이 사용하는 도청 방지용 보안 전화다. 외부 해킹과 감청을 막기 위해 통신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며, 통화 기록이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안은 강화되지만, 이는 동시에 감시나 수사 회피의 수단으로 전용될 위험성도 내포한다.
국정원 보고서(2021)에 따르면, 비화폰은 대통령실, 군 수뇌부, 국가정보원 등 약 2,300여 대가 운용 중이며, 이 중 약 68%는 통화기록이 수사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운용된다. 따라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비화폰은 증거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전화기"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돼 왔다.
대통령경호처는 “비화폰은 보안상 반납 시 초기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은 이 초기화 시점이 반납 전에 임의로 이뤄졌을 가능성, 나아가 의도적 삭제 시도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누군가 고의로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례적인 시점의 초기화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도 “복구 여부는 저장된 메모리 종류와 방식에 따라 다르며, 일부 데이터는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건희 특검은 비화폰과 함께 IMS모빌리티, HS효성 등 김 여사와 연루 의혹이 제기된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8월 1일 동시 진행했다. 해당 렌터카 플랫폼 기업에는 김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HS효성은 투자 연계 의혹을 받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확보된 조영탁 IMS 대표의 결혼사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례로 등장한 사실이 확인돼, 사적 인연을 통한 로비 정황도 수사 대상으로 부상했다.
특검은 오는 8월 5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과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을 소환해 당시 수사 브리핑 취소 및 외압 가능성에 대한 정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2025년 7월 28~30일 조사, N=1,000명)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삭제가 증거인멸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8.7%에 달했다. 반면 “보안 매뉴얼에 따른 조치”라고 응답한 비율은 21.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장비 문제를 넘어, 대통령실 내부 기강 및 공적 시스템의 사적 전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영 교수는 “비화폰은 국가 기밀 보호용이지만, 관리 주체가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삭제를 지시했다면 형사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비화폰 통신기록만으로는 직접적인 대화 내용을 특정할 수 없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 측은 이미 임의제출 방식으로 김건희 특검팀에도 자료를 넘긴 상태이며, 다음 주까지 김 여사가 사용한 전체 비화폰의 수량과 사용 내역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임성근 구명 로비’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통일교 연계 청탁’ 등 여러 의혹의 교차점에 서 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전직 대통령 부부에 대한 사법적 대응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