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항 가족살해 40대에 무기징역…눈물 흘린 판결
생활고 호소하며 두 아들 살해한 가장, 재판부 “응분의 철퇴”
[광주=2025.09.19.] “믿고 따르던 자녀들을…” 판사도 울린 진도항 참극, 가장에게 무기징역 선고
2025년 6월 1일 새벽 1시 12분, 전남 진도군 진도항. 한 대의 승용차가 바다로 돌진했다. 차량 안에는 40대 가장 지모(49) 씨와 부인, 그리고 두 아들(고등학생)이 탑승해 있었다. 차량은 곧바로 침수됐고, 가족 중 유일하게 생존한 이는 지 씨 한 명이었다.
19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박재성)는 이 사건의 선고공판에서 지 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지 씨는 살인 및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가장 사랑했던 부모가 자신들을 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자녀들의 맹목적 신뢰를 배신했다”며 “응분의 철퇴가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건의 배경은 생활고였다. 지 씨는 약 2억 원의 카드빚과 3,000만 원 상당의 임금체불로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었다. 그는 조울증을 앓던 아내와 상의 끝에 동반자살을 결심했고, 두 아들에겐 수면제가 든 음료를 건넨 뒤 차량을 바다로 몰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족이 짐이 된다는 판단 하에 저지른 범죄로 보인다”며 지 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 부부는 사건 전날인 5월 30일, “가족여행”을 이유로 두 아들을 데리고 무안군의 한 펜션에 묵었고, 이후 진도를 거쳐 범행지로 향했다. 다음 날인 6월 2일, 목포해양경찰은 수심 3~4m 바다에 가라앉은 차량을 인양했고, 아내와 두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지 씨는 차량 창문을 통해 탈출한 후 산속으로 도주했다가 다음 날 형에게 연락해 붙잡혔다.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눈물을 보였다. 박 부장판사는 “두 아들의 시신은 차량 안에서 참혹한 상태로 발견됐고, 피고인은 구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배석 판사도 눈시울을 붉히며 침통한 분위기 속에 선고는 이어졌다.
지 씨는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멀쩡히 살아있는 피고인이 선처를 바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탄원서를 써주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검찰은 “아들들은 사건 전날까지 맛집을 검색하며 가족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다”며 “그 순수한 기대를 피고인은 배신했고, 이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 선 지 씨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은 채 퇴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이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원의 의지”라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