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열도 동쪽 끝에 위치한 티모르 섬은 제국주의 당시에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이 분할 통치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간차를 두고 서쪽은 인도네시아와 동쪽의 티모르 섬은 각각 독립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 197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이 동티모르를 점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끈질긴 저항운동을 벌여 2002년에 두 번째 독립에 성공했다. 동티모르는 한국인들에게도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상록수 부대를 파견한 곳으로 알려진 나라다. 동티모르의 나라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티모르-레스테(Timor-Leste)라 불리며, 영어로는 이스트 티모르(East Timor)이다. 면적은 14,874㎢이고 인구는 약 140만 명 정도로, 면적이니 인구로 볼 때, 한국에서는 강원도와 비슷한 규모로 나타난다. 다만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로부터 두 번의 독립을 쟁취한 국가이기에, 동남아시아에서는 민주주의적 전통이 가장 강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2002년에 독립한 이후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알려졌디. 동티모르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와 심각한 빈부 간의 불평등, 그리고 빈민층들의 영양실조와 높은 실업률을 겪고 있다.
동티모르는 인구의 40% 이상이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 동티모르 국민소득의 90%는 석유 기금에서 나오고 있는데, 2024년에는 182억 7,000만 달러로 평가되었지만 문제는 티모르 섬 내의 석유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티모르는 정식 화폐 대신 미국 달러가 암암리에 유통될 정도로 경제력이 매우 취약한 편이다. 최근 2024년을 기준으로 140만 명의 인구 중에서 84만 명, 약 60% 이상의 하루 소득은 4달러 미만이었으며 성인들 중 30%가 문맹으로 한 때 수도인 딜리의 인구 중 80%가 실업자인 적도 있었다 한다. 2024년 IMF 통계 기준으로도 동티모르의 1인당 GDP는 1,454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으로 그나마 2019년에 미얀마의 1인당 GDP를 추월하여 동남아시아 최고 최빈국 신세는 간신히 벗어나기는 했다. 이는 독립 선언 직후, 수하르토가 동티모르를 침략하여 현지인들을 학살하고 파괴하여 강제로 식민지로 만들었었다. 게다가 티모르인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대놓고 차별 받았다. 이에 독립하기 전,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학교와 병원 등 공공 인프라들이 인도네시아군 및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에 동티모르는 낙후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동티모르는 경제난과 혼란으로 복구되지 못했다.
그런데 작은 섬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매장된 석유자원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물론 근처 바다에 엄청난 양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문제는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는데다가 위치 또한 정확하지 않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들과 석유 회사들이 동티모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외국 원조에 의지해야 했다. 석유로 인해 GDP가 최근들어 급성장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산업기반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동티모르 특유의 빈곤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동티모르가 친중 국가라는 것에 있다. 중국은 동티모르가 독립한 이후, 대통령궁과 외교부, 국방군 주둔지 등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참가시켰다. 그 덕택에 어느 정도 인프라 갖춰지긴 했지만 여전히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티모르의 공립학교는 자금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교육열이 높아 포화 상태다. 매년 15,000명이 넘는 중등학교 졸업생과 4,000명의 대학 졸업생이 취업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노동 전선에 뛰어들었다. 젊은 동티모르인의 거의 절반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취업 희망국가는 호주와 한국, 영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동티모르 140만 시민 중 64.6%가 30세 미만으로 매우 젊은 국가라는 장점이 있다.
동티모르 국회의원 들의 연봉은 2023년 기준으로 36,000달러가 넘는다. 2021년 3,000달러인 국가 평균 소득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2006년에 통과된 법률에 따라 전직 국회의원들은 연봉과 동일한 수준의 평생 연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의원들은 공식 업무 차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그러한 행태에 대다수 젊은 일반 시민들은 자괴감이 밀려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2025년의 시위는 국회의원 65명에게 토요타 SUV 차량 프라도를 공짜로 제공하는 조치 때문이었지만 이러한 차량 제공에 대한 불만을 갖고 시위를 벌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로 국회의원들의 무료 차량에 대한 시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2008년에는 경찰이 그해 의원들을 위해 계획된 100만 달러 규모의 신형 차량 구매에 항의하던 학생들을 여러 명 체포했다. 2018년 11월에는 동티모르 대학 운동(MUTL)이 국회의원들을 위한 신형 토요타 프라도 SUV 구매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동티모르 국가 경찰은 시위대를 상대로 최루탄을 사용했고, 22명의 시위자가 체포되었다. 국회의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신차가 구매된 것은 2020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25년 9월, 다시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독립운동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부패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에서 일어난 것과 유사한 패턴이라 볼 수 있다. 시위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지속되었다. 수도 딜리에서 대학생 2,000명이 시위를 벌였고, 이들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정부 차량에 불을 질렀으며, 경찰관들을 향해서는 돌을 던졌다. 시위대가 분노한 것은 국회의원 65명에게 토요타 SUV 차량 프라도를 공짜로 제공하는 조치였고 이는 가난하고 궁핍한 삶을 살고 있던 동티모르의 Z세대들에게 있어 시위 촉발의 트리거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미 차량을 지급하고 있는데도 새 차량을 지급하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대학생들의 시위를 촉발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동티모르 의원 1명당 연간 3만 6,000달러의 기본급여 지급되는데 이에 대한 서민 출신 학생들의 자괴감은 엄청났다. 9월 15일 시위가 일어나자 다음날인 16일 국회는 즉시 무료 차량 지급 계획을 폐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날인 17일에도 시위가 일어났다. 이미 차량이 지급되었다는 루머도 돌았다.
시위대의 불만은 단순하게 국회의원의 차량 지급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재원도 없고 물과 위생시설이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하는 정치가들만 호의호식하는 것이 오히려 젊은이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차량 구매 취소 외에도 전직 국회의원들의 종신 연금 지급 중단과 시위 금지 구역을 100m에서 25m로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시위가 발생한 이유의 시작은 관료들의 심각한 부정부패였다. 우선 동티모르 정부는 시민들의 시위에 굴복했다. 국회의원들의 종신 연금 지급이 중단되었고 국회의원들이 신차로 바꾸려 한 계획도 철회되었다. 이와 같은 대규모 시위를 전혀 예상 못했던 동티모르의 정부는 생각지도 못한 시민들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소나기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라며 그저 임시적으로 굴복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부정부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은 뻔한 일이다. 부패의 고리는 끈질기게 연결되며 그 또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여기에 색깔혁명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